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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격랑(激浪) 속에서: 2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⑫

 

2010년 에토 회장이 전하는 일본 치과의학회의 소식은 실로 암울하였다. 사립치과대학 17개 중 12개 대학이 입학정원 미달이고, 20년 전 의사를 약간 웃돌던 치과의사의 평균수입은 절반으로 추락했다고 한다. 동경의과치과대학 학장출신답게, 임플란트의 보급률이 높아지면 치아발치율도 함께 높아지며, 미국 치주과 전문의들이 수익을 위해 치아를 살리기보다 임플란트를 선택하는 현상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치과의사로서 철학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치과계의 불황을 보며 일본 현실이 10년 뒤에 한국에 닥친다는 통설이 훨씬 가속화 되는 듯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다. 물론 치과계 불황에는 우리 노력만으로는 풀 수 없는 원인이 훨씬 더 많다.

 

먼저 글로벌 경제위기의 그늘이다. 재테크의 무책임한 천문학적 고소득처럼 직업군 간에 분배의 극단적인 양극화, 글로벌한 유통·고용의 혁명에 따르는 선·중진국들의 제조업 사양화, 부동산의 거품붕괴 및 건설경기의 소진 등 수많은 격변으로, 세계경제는 한치 앞도 예측불허가 되었다.

 

한국은 성장에 급급했던 시기에 관료제는 비대·고착화 되고, 대기업과 하청업 사이에 이익분배의 쏠림현상으로 고용 율 높은 자영업과 중소기업이 메말라, 소득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졌다. 전문직 서비스를 공공재로만 보는 풍토와 제도로 인하여, 대형병원 교수 급 연봉이 건강보험의 일선을 지키는 동네 의원의 평균수입을 추월한 지 오래다.

 

의료·법률 서비스의 기반이 흔들려, 앞으로는 의사·치과의사의 직업전환이 더 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닐 것이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초등학교 교사가 일등 신랑·신부 깜이요, 변호사가 7급 공채에 몰려드는 형편이다. 결국 월 소득 80만원의 젊은이, 비정규직 591만 사회, 3% 미만의 경제성장률, 가계부채 천조 원, 중산층의 추락에 실업자·노령인구는 치솟아, 그나마 의료계를 지탱해온 국민의 비 보험 진료비 부담능력에 한계가 들어난 것이다.

 

치과계에는 악재가 더 있다. “외부의 적은 적도 아니다라는, 말은 내부의 적을 더 경계하라는 뜻으로, 작금의 치과계에 맞춤 격언으로 보인다. 과거 치과인들은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려 노력했으나, 지나친 경쟁과 돈벌이가 전부라는 물신주의 탓인지, 이마저 무너진 지 오래다. 품위유지를 고려하여 만든, ‘진료행위를 옥호(屋號?)에 쓰지 말라는 규정을 피하려고 렘브란트라는 이름을 쓴 것은, 그나마 주위를 의식한 애교였고, 이제 플란트는 공공연하게 사용된다.

 

협회와 마찰을 빚고 있는 UD치과의 United Dental Group, 대기업의 대량생산 내지 싹쓸이 경영기법을 의료업에 도입하려는 속내가 들여다보이고, 실제로 그 점이 치과공동체의 정서와는 배치되지만, 명칭자체가 품위손상은 아니다. 그러나 ‘88 플란트치과는 진료 명에 ‘88만 원이라는 할인가격표까지 붙였으니 그야말로 싸이의 강남스타일가사처럼 갈 데까지 가볼까.

 

생활용품을 파는 잡화점이라면 상관없다. 일찍이 미국에 'Dime Store'가 있었고, 싸구려 중국제품이 쏟아져 들어와서, 일본의 백 엔 점()’에 이어 우리도 천원 상점이 대량 성업 중이니까. 그러나 명색이 의료인이라면 최소한 가릴 곳은 가려야하지 않을까? 이러다가, ‘싸요 싸, 플란트치과’, ‘원장님이 미쳤어요, 플란트치과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에토 회장의 말처럼, 임플란트 보급률이 높아지면 발치율도 높아지고, 의사의 자존심은 양심과 정비례한다. 체면불구하고 수익성에만 집착하면, 단 한 차례 농사를 위해 산판을 불태우는 화전민처럼, 동료 치과의사들의 정상 소득과 국민의 건강을 좀먹고, 치과 의료계의 기반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 어떤 Society던 철학이 빈곤하면 끝내 자멸의 길로 추락한다. 그러기에 내부의 적이요, 그로 인하여 치과계 불황의 파고는 격랑으로 출렁대는 것이다.

 

 

 

 

 

 

 

 

글: 임철중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대전광역시 치과의사회 회장

대전`충남 치과의사 신용협동조합 창설 및 이사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문화상 수상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로대상 수상

대한치과교정학회 부회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대전문화예술의전당 후원회 창립 및 회장

대전방송 TJB 시청자위원

대전광역시 문화재단 이사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