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장 예비후보, 저마다 '위기 해결사' 자처

  • 등록 2026.01.20 11: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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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출마의 변'.. '희망심기'보다 손쉬운 '위기팔이'에 안주


 

치과계가 다시 선거의 계절로 들어섰다. 3월 10일로 예정된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단 선거를 앞두고, 지금까지 네 명의 예비후보가 잇따라 공식 모임을 갖고 출마 선언과 함께 각자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메시지의 결은 제각각이지만, 그 안에는 지금의 치과계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고민하는지가 비교적 뚜렷하게 담겨 있다.
김홍석(경희 93년졸) 예비후보의 출마의 변은 전통적인 ‘협회장 상’에 가깝다. 오랜 회무 경험과 정책 조정 능력을 앞세워, 불법 광고와 인력 문제, 정원 문제 등 고질적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반복한다. 위기의 원인을 구조적 난제에서 찾고, 해법은 강한 추진력과 정관계 네트워크에서 찾는다. 말하자면 준비된 해결사, 관리형 리더십을 자임하는 메시지이다.
김민겸(서울 86년졸) 예비후보의 메시지는 성격이 아주 다르다. 그의 선언은 정책 의지라기보다 지난 선거 과정과 이후의 사법 판단을 둘러싼 문제 제기에 가깝다. 2023년 선거를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책임지지 않는 집행부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다. 힐링 어버트먼트 사태, 임플란트 반품 논란, 비급여 헌법소원 과정 등 과거의 투쟁 경험 역시 ‘불법에 맞서 싸워온 후보’라는 서사를 강화하는 데 활용했다. 정의 회복과 심판의 프레임이 가장 분명한 후보인 셈.
이민정(경희 90년졸) 예비후보는 네 명 중 가장 차분한 어조로, 그러나 가장 구조적인 문제를 짚었다. 그의 메시지에서 반복되는 단어는 ‘생존’이다. 진료 가치의 재평가, 무한 경쟁 구조의 완충, 보호자역으로서의 협회, 체감 가능한 혜택, 협회의 외연 확장 등 다섯 가지 과제를 제시하며, 개인의 투쟁보다는 시스템의 재설계를 강조한다. 지금의 위기를 특정 세력이나 사건에 의한 것이 아닌, 구조적 붕괴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 시야가 두드러진다.
강충규(연세 87년졸) 예비후보는 현 집행부의 일원으로서 지난 임기의 성과를 전면에 내세웠다. 보험 수가 인상,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법안 완성, 창립 100주년 행사 등 가시적 결과를 강조하며, 내부 갈등과 소송이 그동안 회무의 발목을 잡아왔다고 진단한다. 또 자신의 강점으로 신협 운영 경험을 통한 '경영 능력'과 ‘뚝심’을 들었고, 핵심과제로는 치대 정원 감축을 꼽는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연속성과 안정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처럼 보인다.

 

이처럼 네 후보의 '출마의 변'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번 선거는 단순한 인물 경쟁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문제 인식이 충돌하는 장면에 가깝다. 누구는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하고, 누구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또 다른 이는 성과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준비된 해결사를 자처한다.
네 사람 모두의 말이 틀리지 않다. 이외 후보 등록마감까지 또 다른 이의 주장이 합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시기 치과계에 가장 필요한 공통의 가치는 무엇일까? 불법과 혼탁에 대한 분노도 이해할 수 있고, 내부 분열에 대한 피로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개원의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이미 ‘누가 옳았는지’를 따지는 단계를 넘어선 것처럼 보인다. 진료의 가치는 흔들리고, 경쟁은 끝이 보이지 않으며, 협회가 정말 내 편인지에 대한 신뢰도 약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누가 더 강한 발언을 하는가'를 가리는 자리가 아니다. '누가 치과계의 생존 조건을 가장 냉정하게 설계할 수 있는지', 또 '누가 회원들이 협회를 내 편이라 느끼게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선택지에 가깝다. 독자와 유권자들이 각 후보의 출마의 변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좋은 선택을 위해선 말의 온도망의 설계도를, 분노의 크기보다 지속의 가능성을 먼저 살펴야 할 때이므로 더욱 그렇다.

 

 

 

 

 

 

정태식 clib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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