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노란우산 하나가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비와 햇볕을 함께 막아주는 우산‧양산 겸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필자가 이렇게 과거형으로 기술하는 것은 이제 나를 떠난 추억의 물건이기 때문이다. 10여년도 더 된 시간에 지인으로부터 받은 선물이었다. 아주 가볍고, 작은 부피라 여행 시는 항상 내 소지품이었다. 작은 우산은 잊어버리기 쉬운데 이상하게도 오래 간직하였으며, 특히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지역이나 햇볕이 강한 곳의 여행에는 필수품이었고 내 사진의 모델들이 자주 소품으로 이용하는 물건이었다. 내가 활용해야 할 우산이 내 사진 속에 주로 담긴 이유는 사진을 취미로 하다 보니 우산이나 선글라스 그리고 차양이 있는 모자 등은 불편한 물건인지라 여행 시 배낭 속에 항상 지니고 다니다 지인들에게 빌려 주는 물건이었다. 특히 색이 밝아 사진 속에서 아주 예쁘게 표현되는지라 지인들이 즐겨 찾는 소품이었다. 그런 연유로 딱히 누구의 소유랄 것 없이 내가 가지고 가서 나누어 쓰는 모두에게 사랑 받던 물건이었다. 지난 봄 제주도로 졸업 여행을 갔다. 외돌개에서 시작하여 올레길 7번 코스는 경관도 좋고 걷기도 편안한 길이라 졸업여행 중 일정에 포함되어 학생들
필자는 직업란에 교수라고 쓰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직업란에 쓰인 직업명은 교육과 연구 그리고 봉사가 직분이라 생각한다. 교수로 당연히 열심히 가르치고 유용한 연구를 해야 한다.그리고 봉사... 사전적으로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이라고 명시 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전공 혹은 한 인간으로서의 삶과 관련하여 해야 하는 봉사의 범주를 딱히 규정 짖기는 어렵지만 나름 내 방식을 정하고 열심히 실천하는데 의미를 두고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선적으로는 지역사회 발전이나 주민의 구강건강을 위해 직접 참여하여 노동력이나 기술을 제공하는 일, 주민 구강건강을 위해 사람들을 조직하고 봉사를 할 수 있는 기반과 능력을 길러 주는 것, 때로는 행정가들이나 관리자들의 구강보건의식을 바꾸기 위해 설득하는 일 등등 이 모든 것이 봉사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중 직접적으로 실천하는 봉사 중에 하나가 전국을 순회하면서 주민들에게 구강건강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고 그들 스스로가 구강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이다. 14년을 함께 하고 지금은 내 곁을 떠난 나의 애마 카니발이 구입 후 2년도 안된 시기에 10만키로의 주행기록은
얼마 전 명절음식 준비하던 중 커다란 그릇에 가득담긴 육전 재료를 보고 딸아이가 겁먹은 소리로 속삭인다. “엄마 이거 언제 다해요?” 딸아이 관점에서 이게 엄청 많은가 보다. 난 담담하게 “얼른 끝날걸? 얼마 안되는데?”라고 말하며 나도 딸아이만한 시절 아니 그보다 더 훨씬 이전에 이런 일들에 대해 겁을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나보니 내게도 어린 시절 어머님이 주신 과제 중에 해도 해도 끝이 없을 거 같은 일들이 있었다. 그중에 콩나물 다듬기였고, 중간 멸치 손질 하는 과제였다. 어머님께서 쟁반 수북이 쌓인 콩나물을 주시면 그게 얼마나 많고 해도 해도 줄지도 않는지, 멸치는 왜 그리 비릿내가 나는지, 그리고 그럴 땐 꼭 때 맞춰 얼굴이랑 몸은 가려운 곳이 자꾸 생겨 몸을 비틀고 언니를 불러 이곳저곳 긁어달라고 부탁하며 얼굴을 찡그리고 했던 기억들이 있다. 일상의 일들이 이렇게 커 보이던 시절 1년 가까이를 외가댁에서 보내면서 외할머님은 호기심과 의문이 많은 나에게 여러 가지로 연구대상이었다. 내가 뭔가 이야기만 하면 척척 해결해 주시는 것이 마치 마술사 같았다. 그 중 하나가 깨에 대한 내 의문이었다. 여름이 끝날 무렵 할머니는 수확한 깨를 마당 한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