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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참여가 장기 봉사의 비결”

해외 봉사 다녀온 열린치과의사회 권택견 부회장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사단법인 열린치과의사회(회장 김성문)는 한국 치과계를 대표하는 봉사단체 가운데 하나이다. 이미 14년차에 접어든 연륜 만큼이나 활동 영역도 넓어 국내에 6개의 고정진료소를 운영하면서 멀리 인도네시아에까지 매년 4차례 정기 진료를 나선다.
이 단체의 홍일점 임원인 권택견 부회장도 구랍 22일부터 25일까지 3박4일간 7차 해외진료봉사에 동참해 인도네시아를 다녀왔다. 원장이자 주부인 1인 2역에 기꺼이 해외진료를 끼워 넣은 것이다.
권 부회장의 인도네시아행을 제안한 사람은 물론 이 단체 해외진료팀장인 신덕재 원장이다. 8월 휴가기간을 이용한 정기봉사 이외 3차례나 더 팀을 짜야 하는 분기별 실무봉사에는 늘 손이 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일에 나선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큰 용기가 필요하다. 우선 진료 일정이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휴일에 주말을 덧붙이는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해 짜여지기 때문에 가족들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거기다가 경비까지 일정 몫을 스스로가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권 부회장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듯 두말 않고 신 팀장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 가서도 모든 것에 잘 적응했다. 음식에도, 잠자리에도 그리고 포터블 유니트를 이용한 불편한 진료환경에도 불평 없이 그는 늘 웃는 얼굴로 동료들을 편하게 해줬다.
하루 반나절 정도 진행된 현지 진료에서는 보철 파트를 맡아 크라운이나 브릿지 장착 40여 케이스에 인상체득 130여 유니트를 소화해냈다. 짧은 시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실적이다. 그러고도 권 부회장은 ‘진정한 봉사자는 이런 어려운 자리에 늘 함께 하는 우리의 치과위생사들’이라고 추켜세웠다.


치과의사들이야 주도적인 입장의 봉사이고, 치과기공사들도 일정부분 일과 연결된 봉사일 수 있지만, 치과위생사들은 그야말로 순수한 봉사정신이 아니고선 참여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공감이 가는 해석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권 부회장의 물불 가리지 않는 전천후 봉사가 빛을 바래지는 않는다.
그는 열치 이외에도 부지런히 주위를 곁눈질을 해 스스로 소화할 수 있는 봉사엔 절대 마다 하는 법이 없다. 건물에 함께 들어있는 병의원들과 의료봉사를 논의한 적도 있고, 교회 의료봉사팀의 일원으로 꽃동네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에게 봉사란 어떤 의미일까?
"봉사요? 대부분 누군가의 권유로 시작하게 되니까 처음엔 귀찮고 시간을 뺏긴다는 느낌이 강해요. 그러다 차츰 자발적인 봉사로 바뀌고, 그 다음엔 안하면 안 되는 것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봉사는 해본 사람만이 맛을 알 수 있어요."


권 부회장은 봉사 자체에서 얻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선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이다. 베풀고 나서 얻는 마음의 평화는 봉사를 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이다. 특히 그가 오랜 기간 함께 해온 중국동포의 집 치과진료실의 경우 처음엔 냄새 때문에 숨조차 제대로 쉬기가 어려웠으나 날이 갈수록 그 냄새조차 오히려 좋아지고, 또 치료를 받고 고마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더욱 겸손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더란다.
권 부회장은 현재 열린치과의사회의 일원으로 한 달에 한번 하나원을 찾아 탈북자들을 위한 치과진료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남가좌동의 한 일식집에 열린치과의사회 인도네시아 봉사팀이 모두 모였다. 신덕재 팀장과 권택견 원장, 이용기 소장, 황영은 선생(치과위생사)에 김용희 소장까지…, 이름하여 7차 해외진료팀의 해단식이다. 주말 오후인데다 치과에서 꽤 먼 거리임에도 권 부회장은 이런 자리에조차 쉽게 빠지질 못한다.
우연한 계기로 발을 들여 10여년을 활동한 열린치과의사회에서 그는 오랜 기간 운영위원회의 홍일점으로 남아 있었다. 많은 여자 치과의사들이 봉사만 하고 운영위원회에는 참여치 않는 제한적 활동방식을 선호하는데 비해 권 부회장은 처음부터 적극적인 참여를 마다않았다.
그 까닭은 의외로 간단했다. '소속감이 약하면 봉사도 오래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봉사자로서의 그를 가장 잘 드러내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