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전문의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

  • 등록 2013.02.08 17: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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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의 일자리 의사의 3.5% 수준... 이대로 가면 개원가 ‘폭발’

며칠 전 발표된 제 65차 치과의사 국가시험에서 814명의 응시자 중 766명이 합격해 새로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했다. 아직 이르긴 하나 이들을 포함하면 활동 치과의사 숫자는 2만3천명에 육박하게 된다. 9만여명에 달하는 의사 숫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문제는 치과의사의 경우 개원 이외에 다른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데에 있다.
이러다 보니 잠깐의 페이닥터 신분을 거친 이후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개원 시장으로 내몰리게 되고, 대도시에선 건물만 새로 생겨도 주변 치과들이 불안을 느낄 만큼 개원가의 경쟁은 날로 극심해지는 양상을 보이게 됐다.
이미 산전수전을 겪은 선배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제 막 치과계로 뛰어든 새내기들은 이런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전국 0.1% 안에 들 정도로 우수한 인재들이 오랜 기간 강도 높은 학업을 소화한 후 겨우 치과의사 라이선스를 취득하지만 개원가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심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수련인원은 한정돼 있고, 마땅히 일할 곳도 많지 않은데다 페이닥터의 인건비 역시 이미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든 상태이다. 그렇다고 직접 개원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임상능력도 능력이지만 개원비용 자체가 워낙 많이 드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대안은 없는 것일까?

 

일자리 없으니 면허만 따면 개원

관심 있는 이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제 1과제라고 지적한다. 전문의제도 문제로 치과계가 떠들썩하지만 그건 이미 개원가를 선점한 사람들의 문제이고, 전체 치과계를 위해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를 확보하는 일이라는 것.
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연보를 살펴보면 치과의사들의 일자리 수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빈약한지 확연히 알 수 있다. 2011년 연말 기준 의료인력 현황을 보면 치과의사 수는 21,410명으로 의사(84,544명)의 4분지 1 수준이지만, 치과병 의원 수는 15,257개소로 의원(27,837개소) 수의 55%나 된다. 그만큼 개원 전선에 나선 치과의사 비율이 의사들에 비해 높다는 의미이다.
요양기관 종별 의료인력 현황을 봐도 답은 마찬가지이다.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수가 19,386명인데 비해 이곳 치과의사 수는 644명이 고작이다.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수는 16,425명이나 되지만 치과의사 수는 477명밖에 되질 않는다. 병원에도 의사 인력이 11,112명이나 되는데 비해 치과의사는 102명이 전부이다.
보건의료원엔 의사 439명이 근무 중이나 치과의사 숫자는 29명밖에 안되고, 보건소 의사 수는 694명이지만 치과의사는 211명이 전부이다. 마찬가지로 보건지소에도 2,653명의 의사가 근무 중인데 비해 치과의사 수는 286명이 고작이다.
이처럼 공중보건의를 포함한 전체 일자리로 놓고 봐도 치과의사 일자리는 의사의 그것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 총 근무인원으로 치면 의사 50,709명에 치과의사 1749명이므로, 겨우 3.45% 수준인 셈.

 

매년 전남지부 크기 개원가 하나씩 증가

다시 말해 의사 100명이 일자리를 구해 나갈 때 치과의사들은 겨우 3명반 정도만 개원 이외의 일자리 얻기에 성공한다는 얘기이다.
정부에서 대상자들을 소집해 임의로 배정하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를 제외한 순수 취업으로서의 일자리로 치면 상태는 훨씬 더 열악해진다. 치과의사의 경우 수련을 받은 인원 중에서도 아주 소수의 인원만 봉직의로 취업할 수 있는데 비해 의사들은 대학과 병원, 공공의료 부문, 제약, 의료산업 등 선택할 수 있는 진로가 훨씬 다양하고 풍부하며, 부가가치 또한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해 의사 배출 인원이 올해를 기준, 3032명으로 치과의사의 766명보다 4배가량 많지만 취업 인원을 제외한 개원 대상인원은 1000명 대 500명의 2:1 수준으로 좁혀지고 만다. 결국 산술적으로 매년 치과는 500개가 늘어나는데 비해 메디칼 의원은 전문과목별로 40개 안팎의 증가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회무 방향 생산적 미래지향적이어야

한해 40여개의 치과가 늘어나는데도 개원가가 지금처럼 황폐해졌을까? 만일 그랬다면 마땅히 그 책임도 치과의사들이 져야겠지만, 치과는 지금까지 매년 그 열배의 증가폭을 감수해왔다. 400여백개의 치과가 늘어난다는 건 매년 전라남도치과의사회 보다 큰 지부가 하나씩 생겨나는 것과 같은 효과이며, 이건 어차피 개원가가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성장 속도이다.
오늘날 황폐할 대로 황폐해진 개원가의 경쟁구도는 그러므로 충분히 예견된 재앙일 수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치과계가 나서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이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 관심 있는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문의제도를 어떻게 갖고 갈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치과계가 보다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총의를 모아가길 이들은 바라고 있다. 로비와 전쟁이 필요한 분야는 전문의나 유디치과가 아니라 바로 일자리 늘이기이며, 치과의사들을 치과 이외의 분야로 분산시키는 작업이라는 것. ‘지금처럼 치과 수가 늘어나는 상황을 방치할 경우 오래지 않아 개원가는 감당하지 못할 혼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이미 일부 개원의들은 ‘치과의사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들에게 진료하는 즐거움을 돌려주기 위해선 치과계의 총의가 보다 전향적인 방향으로 흘러야 한다.  

 


   
       

정태식 기자 clib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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