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 너마저도…” 치협 집행부에게는 최고로 실망스런 결과였을 것이다. 일부 지부의 저항에 이어 서울시치과의사회 임시대의원총회마저 투표를 통해 명확한 반대 의사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치과의사회는 22일 저녁 137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협회가 추진 중인 개방형 치과 전문의제에 대해 찬, 반 발언을 몇 차례 교환한 끝에 표결에 들어가 찬성 50표, 반대 86표, 기권 1표로 반대 총의를 최종 확인했다.
이로써 서울시치과의사회는 오는 26일의 치협 임시대의원총회에 상정된 ‘치과의사 전문의제도에 관한 법령 개정 추진의 건’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게 됐다. 정철민 회장이 이날 개회식 인사말에서 미리 언급한 것처럼 치협 대의원들의 의사를 강제할 순 없지만, ‘이번 임총 결과를 서치 차원에서 가급적 따라 주도록’ 소속 대의원들에게 당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면 당초 찬 반의견이 팽팽할 것으로 예상됐던 서치 임총 분위기가 갑자기 한쪽으로 기운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대의원들은 준비 부족을 꼽았다. 치협과 서치가 의안에 사용한 용어조차 통일시키지 못했을 만큼 의안 자체가 모호할 뿐 아니라 디테일하지도 못했다는 것.
실제 서치 측이 배포한 자료에는 치협 임총 상정의안은 ‘치과의사 전문의제도에 관한 법령개정 추진의 건’인데 비해 이날 다룰 의안 제목은 ‘협회가 입법 청원을 추진 중인 완전 개방형 치과의사 전문의제도에 관한 의견 수렴의 건’으로 나와 있다. ‘법령 개정’과 ‘입법 청원’은 법률적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이 대의원들의 지적.
또 치협 김철환 학술이사에 의해 현장에서 갑자기 튀어 나온 ‘전문의 자격 갱신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관련 자료에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는 갱신제가 오늘 갑자기 중요한 포인트인양 설명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김윤관 대의원(구로구)이 따진 것.
이는 곧 ‘졸속, 불분명’의 성토로 이어졌고, 급기야 김철환 학술이사가 대의원들 앞에서 ‘협회안의 졸속 불분명을 인정’하는 사태로 발전하고 말았다.
반대해도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들
전문의 법령개정을 추진 중인 협회 측 주무이사가 의안의 ‘졸속, 불분명’을 인정하자 현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찬성 발언 대의원들조차 주무이사의 부적절한 발언을 성토하고 나섰고, 이후 ‘전문의 경과조치도 AGD처럼 치협이 모든 후속 권한을 갖고 가는 것 아니냐’는 기우성 발언까지 뒤를 잇자 몇몇 찬성 발언 대의원들의 ‘내년에 당장 전문의 표방이 허용되면 그땐 어떻게 할거냐’는 현실인정형 주장은 급격히 빛을 바래고 말았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찬반 투표의 결과는 미리 설명한 대로였다. 서치는 이번 임시대의원총회 결과를 26일의 치협 임시총회 결과에 가급적 반영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번 임시총회는 서치 총회이었음에도 제안 설명과 답변을 모두 치협의 담당이사가 맡을 정도로 공을 들인 행사였지만 이처럼 치협 집행부에게 실망스런 결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문제는 여전하다는 점을 대의원들은 알아둬야 한다’고 관심 있는 이들은 지적했다. 대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해 270여명의 치과전문의가 배출되고, 내년부터 이들은 당당하게 그들의 치과 간판에 전문과목을 표기할 수 있게 되리라는 것. 이렇게 되면 ‘개원가의 운명을 효력이 불분명한 의료법 77조 3항에 온전히 맡겨두는 격’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