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이름을 어떻게 짓느냐가 그 사람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한때는 아기가 태어나면 돈을 내면 이름을 지어주는 작명소를 찾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 사람 뿐 만 아니라 사업에서도 이름은 중요하다. 특히 고가의 비급여 진료 중심인 치과병원은 이름 등 작은 부분에서부터 환자들의 호감을 끄는 것이 필요하다. 한 마디로 목돈을 내고 치료받고 싶은 곳인지 아닌지 확인하러 병원으로 향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이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치과 압도적…치과 이미지나 친근한 형용사 활용도
대한치과의사협회 2011년 회원명부에 게재된 전국 지부 병원명 300개를 무작위로 추출해 병원명 유형을 분석해 봤다. 그 결과, 원장 이름으로 된 병원이 3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미소’, ‘이편한’, ‘자연이’ ‘스마일’ 등 치과라는 분야를 드러낸 이름이 그 다음으로 8.2%를 차지했다. 사는 지역과 동, 시 등 지역명을 사용한 경우도 7.8%였다.
부드럽고 긍정적인 표현을 통해 환자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려는 노력도 엿보였다. ‘굿모닝’, ‘아름드리’, ‘희망을 심는’, ‘해맑은’, ‘늘푸른’ 등의 형용사를 사용한 곳은 7%를 차지했다. 학교명을 집어넣는 경우도 6%에 달했는데, 대부분 ‘연세’대학교였다. ‘리더스’, ‘연합’, ‘유니온’, ‘명문’ 등 무난하고 일반적인 표현도 6.5%에 달했다. 병원이 있는 상가명을 사용한 경우도 2% 정도였다.
특이점은 치과명에 ‘부부’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한 경우가 4.3%로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부 모두 치과의사인 경우로 함께 병원을 운영한다는 것인데, 이는 일반 메디컬과는 다른 치과만의 특징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 컨설팅 관계자는 “비급여 대표 종목인 성형외과와 피부과의 경우 부부가 동시에 같은 과를 전공해 병원을 개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치과의 경우 전문과목이 메디컬과 같이 직접적으로 나눠져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경쟁 치열하자 네이밍 관심 폭발적…‘따지고 또 따져’
단독 진료과목으로서 안정적인 수입을 올렸던 예전에는 병원 운영도, 이름 짓는 것도 원장이 단독적으로 감행하기가 일 수였다고 한다. 그래서 쏟아진 것이 원장명을 그대로 병원명으로 만든 ○○○치과였다.
하지만 극한의 경쟁 상황으로 몰린 지금, 네이밍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진료 콘셉트부터 고객 니즈, 의미, 단어 풀이까지 하나하나 종합적으로 다 따져보고 고민한다는 것이다. 한 병의원 컨설팅 관계자는 “동네병원은 자신의 이름을 병원명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아직까지는 적절하기도 하지만, 그 밖에는 네이밍 추세가 많이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강남 일대 개원하는 치과병원의 경우 99%가 진료 콘셉트를 반영한 이름으로 가고 있다고.
특히 성형외과나 피부과의 경우 ‘아름다움’이라는 의미나 가치 자체를 표현하는데 비해 치과병원의 경우 치료결과를 바로 이름으로 나타내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투명’이나 ‘고운미소’ 등이 바로 그런 예다. 동시에 ‘사**무’ 등 본인이 마음에 드는 단어나 무난하고 예쁜 표현을 무작정 정해오는 경우도 여전히 있다고 한다.
네이밍 따라 광고 효과 수십 배… 효율과 차별화 관건
네이밍이 실제 고객 호감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연예인들의 하얀 치가 방송을 통해 부각되면서 미용 목적으로 하얀 치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증가했고, 마침 ‘화이트’ 등의 뜻이 들어간 치과병원이 그런 환자들에게 더 수월하게 어필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임플란트의 경우도 노인치료라는 이미지였다가 어느 순간부터 ‘치아성형’으로 인식이 젊어지자 아예 병원명에 ‘○플란트’ 등의 네이밍이 증가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중요한 네이밍에서 키포인트는 효율과 차별화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다른 컨설팅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기란 매우 힘들다고 충고한다. 광고에서도 의사 이름이 들어간 병원과 ‘튼튼’, ‘힘찬’ 등의 쉽고 분명한 표현들이 들어간 병원 간 광고 효과는 수십배의 차이가 난다고 한다.
글자 수도 두 글자에서 세 글자가 적당하다. 치과의 경우 ‘미소’, ‘고운’ ‘바른이’ 등과 같은 발음하기 좋은 부드럽고 친근한 표현이 적당한데, 이미 많이 사용하고 있으므로 아직 사용하고 있지 않는 두세글자의 표현을 열심히 노력해서 찾아야 한다고. 나중에라도 발생할지 모를 특허권 신청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말이다. 반대로 이참에 아예 자신의 철학을 마음껏 담아 길고 어려운 표현을 사용해 확실한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