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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횡령사건'이 점령한 경치 후보토론회

두 후보, '집행부 뭐했나'에 '감사들도 책임' 공방

 

경기도치과의사회의 두 후보가 다시 맞붙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1월의 보궐선거는 3파전이었지만, 이번엔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 맞대결이란 점. 그러므로 어느 쪽이든 상대를 빠뜨리지 않으면 내가 빠진다. 엄동설한 차가운 강바닥에.
정황상으론 최유성 후보가 좀 더 다급하다. 이미 손에 잡았던 것을 놓고 다시 게임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재선거의 사유가 무엇이건 이건 무척 김 빠지는 일이다. 그렇다고 몸에서 힘을 빼는 순간 그간의 모든 시간들이 도로가 돼 버린다. 본인은 고사하고 믿고 따랐던 임원들까지, 그 금석맹약이 갈 곳이 없어진다. 최 후보에겐 이건 아마 죽기보다 싫은 일일 것이다.
이에 비하면 박일윤 후보는 놓쳤던 물고기가 되돌아온 격이다. 물고기를 내 앞으로 몰아 줄 김재성이라는 든든한 조력자도 생겼다. 그로선 이제 그물을 잘 여며 넓게 펼쳐 던질 일만 남았다. 그런 다음, 목표물이 그물 안에 들기만 한다면 빠져나기지 못하도록 끌어 올리는 일은 식은 죽먹기다. 이 다시 없을 기회 앞에 박 후보는 지금 서투나마 나름의 혼신을 다하고 있다.
지난 13일엔 경치회관에서 양 후보의 대담토론회가 있었다. 선거무효가 확정되고, 후보 등록을 마친 후 공식적으로 갖는 첫 대결인 셈이다. 하지만 자리의 의미에 비해 실상은 무척 초라했다. 선관위원과 양 캠프 사람들을 뺀 순수 유권자 수가 뒷자리의 관전자(기자)들 보다도 적었기 때문이다. '들어 봤자'라고들 여긴건지, '아예 관심이 없다'는 건지 해석하기 조차 애매한 현상이다. 아무튼 30명이 채 안되는 인원이 옹기종기 앞자리를 채운 가운데 단상에 오른 양 후보는 자리에 비해 지나치게 큰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요약하면 이런 정도다.

 

 

"지난 1월 보궐선거에서 드렸던 약속을 계속 이행해 나갈 생각이다. 다만 횡령 추가고발 문제는 특별위원회 논의 중 일부 위원이 사퇴하는 바람에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일 뿐, 집행부가 이를 미루거나 한 적이 없다. 의혹이 아니라 횡령 내용이 명백히 밝혀지면 당연히 추가고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횡령의 경우 이를 적발하지 못한 감사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횡령 당시인 29대 박일윤 정찬식 감사, 31대 최수호 이용근 감사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인물에 대한 평가와 검증은 이미 지난 1월 선거에서 이루어졌다고 본다. 지금의 시점에선 선거무효판결문이 보지 못한 진실의 큰 그림을 봐야 한다. 선거무효는 법률적이기 보다 도덕적 범주의 문제이며, 직선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특수상황에 대한 규정의 미비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집행부가 항소를 포기한 이유는 회원들을 위해선 회무의 빠른 정상화가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사람 최유성, 최유성이 당선돼야 경치의 미래가 있다." <최유성>


"그 감사들 모두 이 자리에 나와 있다. 지난 1년 집행부는 횡령사건의 해결을 주도했던 감사들의 행위를 개인적인 행동으로 치부하고, 무슨 연유에선지 은폐 축소에만 급급했다. 전 사무국장이 근무했던 10년간의 회계를 조사하니 횡령액은 더욱 늘어났다. 그의 재임기간인 24년을 모두 조사하면 대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지난 2년간 여러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이 시점까지 왔다는 건 우리 스스로가 불법을 방관하고 부조리를 인정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반성해야 한다. 그렇다고 횡령사건에만 매달릴 때는 아니다. 1인1개소법, 통합치과전문의제, 보조인력난 해소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지난 1년간 집행부가 뭘 했는지를 생각해 보라. 이번이 회무의 정통성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다. 동문, 동향, 개인적인 친분이 아니라 지금의 사태가 어떻게 흘러 여기에 이르렀는지를 직시해 올바른 선택을 해주기 바란다. 1년은 뭔가를 하기엔 짧은 기간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나선 뜻을 깊이 헤아려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박일윤>

 

 

이날 토론회는 공통질문과 상호질문의 순서로 이어졌고, 여기서도 횡령 문제는 빠지지 않았다. '회비 전수조사 결과 2억2천만 원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는데, 이 돈이 단순누락인가, 횡령에 의한 누락인가? 경치회장이 되면 이를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가 그것. 박일윤 후보가 먼저 '집행부에선 자꾸 단순누락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그 돈이 어딘가엔 있다는 얘기지 않나. 찾지 못한다면 횡령범이 2월이면 나오는데, 바로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최유성 후보는 '2억2천에 대해선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정낙길 전 국장이 2016년 12월 24일에 업무정지를 당했는데, 1월 2일과 1월 20 몇일쯤 협회에 회비를 보냈다고 한다. 이 돈의 출처에 따라 변제일 수도, 지연납부일 수도 있으므로 이 점이 명확하게 밝혀지면 추가고발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상호질문에서도 박 후보는  '변제확인서'와 '탄원서'에 대해 따졌다. 최 후보의 답변은 '변제확인서의 경위는 솔직히 잘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수사기관의 내사 결과 무혐의로 나왔다는 점이며, 탄원서는 돌이켜보면 잘못한 점이 있어 이미 대의원총회서 사과를 했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최 후보는 박 후보에게 '김재성 전 부회장과는 송사까지 치른 사이인데 어떻게 후보 통합을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면서 '김 전 부회장에게 부회장직을 약속했다는데 그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우리는 사감을 가지고 치고 받은 사이가 아니다. 따라서 경치 발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누구든 양보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 일로 미리 자리를 약속한 적은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은 마무리연설에서도 똑같이 횡령사건을 언급했다. 최 후보는 '그들이 집요하게 거론하는 횡령사건의 본질은 횡령사건이 발생한 시기의 당시 감사들이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이러한 모습들이 과연 회원을 위하는 모습일까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고, 박 후보는 '그 동안 감사들 뭐했냐고 하는데, 1년 내내 횡령범 잡아 죄를 밝히느라 진료도 제대로 못했다. 그런데도 집행부는 어떻게든 횡령사건을 쉬쉬하면서 억누르는데 전념했다. 지난 1년간 회원을 위해 한 일이 과연 무엇이 있나?'고 따졌다.

 

 

이처럼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는 횡령 사건이 될 듯 싶다. 지난 1월의 보궐선거 역시 횡령 사건이 표제였다. 1년이 지났음에도 이 문제를 두고 여전히 같은 얘기가 오가는 걸 보면 그간 해결에 전혀 진전이 없었거나, 보이진 않지만 순서에 입각해 천천히 진행 중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 분명하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류의 문제에선 항상 집행부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 밖에서 생각하지 못할 여러가지 사유들을 집행부는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횡령사건 한 가지로 두 후보를 판단하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하다. 집행부가 도덕적으로 심하게 오염된 경우가 아니라면 밖에선 건의하고 독촉하는 선에서 해결을 맡기는 편이 차라리 효과적이다. 해결이라는 것도 피의자가 이미 구속된 상태이므로 전체 횡령액을 파악해 이를 최대한 회수하고, 다시는 유사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회계 시스템을 정비하는 정도이다. 이 부분에선 집행부도 '내부에서 하기 어려우면 전문가들에게 맡겨서라도 한 점 의혹 없이 말끔히 정리하겠다'는 확약을 회원들에게 들려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어쨌든 두 사람은 18일 남양주시에서 다시 격돌한다. 이 자리에서는 과거보다 미래를 위한 발전적인 담론이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