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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완 칼럼

임신없는 짝짓기를 위한 준비

[조성완의 고개숙인 남자]-④


 다른 동물들은 종족을 유지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짝짓기를 인간만이 즐기고 쾌락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 횟수가 많아지다 보니 임신과 출산의 부담이 늘고 어찌하면 임신을 하지 않으면서 자주 즐길까를 고민해 왔다. 물론 종교적, 도덕적 관념에서 ‘피임’을 반대하는 이들도 있지만, 자녀 하나를 키우기가 이다지도 힘들고 복잡한 남녀관계가 얼마나 많은데, 매번 임신을 고민해야 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할 것이다.    

 “여보, 나 때가 지났는데...” 가슴이 털썩 주저앉는다. 지난달 중순에 여행가서 둘째 날이 영 마음에 걸리던 차에 아내의 한마디가 가슴을 두방망이질 하게 한다.  “병원에 한번 가 봐. 너무 걱정하지 말고.”
 사실 걱정은 내가 더 하다. 중1 사내아이와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가 생겼을 때도 항상 똑같은 과정을 겪었기에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자신이 한심할 따름이다. 아내는 비교적 건강하고 생리주기도 정확해서 여태까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작년에도 실수로 임신이 되어 인공유산까지 하게 했고, 당시에 피임수술을 받겠다는 걸 자기가 해결하겠다고 큰소리 쳤던 기억이 있어 더욱 더 후회가 막심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아이를 낳으라고 하자니 경제적으로나 주변여건이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월요일 아침 일찍 정관수술을 받겠다고 찾아 온 김 과장의 이야기지만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다행히 부인이 임신은 아니었지만 그때의 자책감을 잊기 전에 병원으로 달려온 김 과장은 그나마 준수한 편이다. 한 번의 인공유산은 산모에게 미치는 영향이 출산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몸이 축나는데도, 자기 일이 아니라고 피임을 등한시하는 남편들을 종종 본다. 원하지 않던 출산이든 인공유산이든 몇 차례 겪고 나면 여자는 성관계가 신경 쓰이고 심지어 무서워지게 되며, 오르가즘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기 마련이다. 피임이 안전하지 않으면 성의 쾌감은 없다. 

 자녀를 원하는 만큼 낳은 부부에서 가장 안전한 피임법은 ‘정관수술’이다. 정확히 말하면 정관을 자르고 다시 연결되지 않게 하는 ‘정관절제수술’이다. 부분마취 상태에서 음낭의 가운데에 작은 구멍을 뚫어 양쪽 정관을 번갈아 꺼내서 자르고 묶어 주는 수술로 간단하고 몸에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 수술이지만, 실핏줄이 많은 부위라 출혈이나 염증을 조심하여야 한다. 수술 후 1주 전후는 상처에 물이 들어가 곪지 않게 주의하여야 하고, 수술 후에도 남아있는 정자의 재고들이 빠져나가기 위해 반드시 일정기간(2-3개월) 피임을 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 정자가 남아있는지 확인해 보려면 정액검사로 간단하게 알 수 있다.

 흔히 정관수술을 하면 정액이 안 나올까봐 걱정을 하는데, 실제 정액에서 정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적다. 정관수술은 정자만 안 나올 뿐 다른 정액성분은 모두 정상적으로 배출되며, 사정시의 쾌감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간혹 정력이 약해진다는 소문을 얘기하는 환자도 있는데, 정력으로 표현되는 남성호르몬은 주로 혈액을 통해 순환되는데 정관수술은 정자가 지나는 정관만을 자르고 묶을 뿐 혈관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므로, 정력에는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정관수술을 했다가 이혼이나 자녀의 사고 등으로 다시 자녀를 갖고자 할 때에는 ‘정관복원수술’로 다시 정관을 연결할 수 있다.

 남편들이여, 안전한 피임 없이는 내 아내의 진정한 오르가즘은 없다는 점을 기억하시길...


글: 조성완

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