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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묵 칼럼

우리들만의 상처(傷處)

[최상묵의 NON TROPPO]-<60>



- periodontal pocket

성인 열 명 중에 아홉명이 앓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질병이 바로 잇몸병이다. 입속에 충치 하나 없는 사람이 없듯이 성인의 구강에서 잇몸질환을 발견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민의 병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모든 성인남녀가 갖고 있는 질병인 것이다.

잇몸병은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치은, 치조골, 백악질, 치주인대 같은 조직에 급만성으로 생기는 병변을 말한다. 염증(i?nflammation)이 치주병의 본체인 것이다, 급성염증인 경우엔 증상이 신속하게 발견되고 진행과정이 명료하여 성격이 단순한 반면 만성 염증인 경우는 숙주방어기전과 유해인자가 함께 동반하는 매우 복잡한 기전을 거치게 된다. 즉 조직의 보호와 파괴가 함께 일어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치주질환이 바로 이런 양상의 만성염증 과정을 가지고 있는게 특징이다. 치주질환에서 나타나는 염증과 면역반응은 신체 다른 부위의 병소와 유사한 것 같지만 치주조직의 해부학적 특징과 구강환경 조건의 특이성 때문에 매우 특이한 염증의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사람의 입속 구강을 세균들이 가장 활동하기 편한 적당한 온도와 습도가 있는가 하면 세균들이 필요한 먹이(당분, 영양분)가 항상 공급되는 세균들의 에덴동산이나 진배없다. 또한 세균들이 가장 은폐하기 쉽고 활동하기 쉬운 조건을 갖춘 치은열구(gingival sulcus)가 치아를 둘러싸고 있어 쾌적한 세균들의 은신처를 제공하는 셈이다. 세균들이 치은열구내에서 염증반응을 일으키면 열구가 싶어지면서 치주낭(pocket)을 형성하게 된다. 치주병의 시작은 바로 이 치주낭에서 염증이 확산되면서 세균이 조직으로 침투되어 조직손상을 일으키고 종래는 치조골의 파괴까지도 일으키게 된다. 

잇몸병을 일으키는 치주낭은 치주조직의 상처인 셈이다. 이 상처는 일반 조직의 상처와는 성격이 매우 다른 특이한 「우리들만의 상처」인 것이다. 이 상처의 특징은 접합상피(junctional epithelium)를 사이에 두고 경조직과 연조직으로 연결되어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우리들의 특이한 상처는 그 상처의 양쪽벽이 경조직과 연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조직의 상처는 양쪽 벽이 모두 연조직뿐인데 반해 우리들의(?) 상처는 한쪽 벽이 경조직 즉 백악질(Cementum)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상처의 치료방법이나 치유기전도 일반 상처와는 매우 다른 기전을 가지게 마련이다. 치주낭속에서 400종류 이상의 서로 다른 세균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집단화를 이루어 혼합세균 감염(mixed bacterial infection)을 이루고 있는 복잡한 상처의 양상을 띠고 있다. 

전형적인 일반 감염성질환과는 매우 다르다. 치주질환은 명백한 치은염증에서 시작되는 치태세균 관련질병이며 그 진행은 일시적이라기보다 계속적이며 지속적으로 악화기와 휴지기를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면서 진행된다. 때로는  돌발적으로 폭팔하는 양태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
치주질환의 본질이 세균에 의한 염증현상이 분명한대 그 염증을 제거할 수 있는 특별한 약제가 없다는 아이러니컬한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다시 말해서 치주염증을 일으키는 세균들을 박멸(?) 할 수 있는 무기를 아직 만들지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치주병의 원인은 세균에 의한 염증인데 그 세균을 처치할 마땅한 약물이 없다는 것은 구강 내 세균 종류의 다양성 때문일 것이다. 복잡한 상관관계로 얽혀 군집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딱히 어느 세균을 겨냥할 마땅한 총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구강 내 모든 세균을 원자탄 같은 무기를 투하 할 수도 없으며 상주하고 있는 세균을 없애기 위해 매일매일을 항생재를 구강에 뿌리고, 먹고, 주사 할 수 는 더욱 없는 일이다. 병의원이 분명히 세균에 의한 염증인데도 그 세균을 향해 공격할 수 있는 마땅한 무기(약물)가 없다는 것은 모순이기도 하지만 그것만큼 「우리들만의 상처」를 만들고 있는 세균들이 다양한 미생물학적, 면역학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엮어져 있기 때문이다. 

치주염증에 대한 지엽적인 공격에 대한 취약점이 있다면 결국 세균을 지니고 있는 숙주(환자)에 대한 저항력, 면역력을 키우는 일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즉 치주병은 숙주와 미생물 관계에서 불균형에 의해 생기는 조직의 변화로 해석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지만 특정한 면역우세 항원에 대항 할 수 있는 환자에게 면역화를 시키는 방법에 대한 연구와, 치주질환 예방 백신을 개발하는 쪽의 연구가 있었지만 모두가 회의적인 결과를 탄생시켰을 뿐이다. 
결국은 치주질환의 치료전략에서 우리가 귀착되어야할 지점은 치대조절(plague comtral)이란 가장 물리적이고 원시적(?)인 치료법의 가장 우선이다. 치주치료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며 언제까지나 계속되어야 하는 과정은 바로 치태조절(세균조절) 뿐이다. 이러한 치대조절은 치과의사보다 환자 스스로가 하는 합리적 잇솔질 방법이 가장 중요할 것이며 그 다음이 주기적으로 치석제거술이나 치근활택술 같은 치료를 받는 것이 방법이다.

이러한 예방치료는 단발성이 되어서는 안되고,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평생 치료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환자에게 끊임없는 교육과 이해를 시킬 필요가 있다.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