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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완 칼럼

비아그라, 남성들의 자존심은 살렸지만...

[조성완의 고개숙인 남자]-③


처음 비뇨기과를 전공하겠다고 했을 때 당시 여자 친구였던 지금의 아내가 얼굴을 찌푸렸던 모습이 가끔 기억난다. 의사들 사이에선 신장질환이나 전립선 문제, 성기능 문제 등으로 이미 많은 분야가 개척되어 있어, 수술을 많이 하는 전도유망한 외과계열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지만, 일반적인 인식은 어두운 진료실에서 역시 성병 치료와 포경수술만 하는 의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성에 대한 문제는 부부나 아주 친한 친구 사이에서나 조금 얘기할 뿐, 음란서적이나 음담패설이 아니면 말을 꺼내기 어렵고 그래서 더욱 이상한 오해가 많았던 분야였다. 그 때마다 과거 유교문화 때문이라고도 하고 경직된 교육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방송에서 성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도 많아지고, 일반시민들도 쉽게 성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는 성에 매우 열려있는 서구사회의 모습을 보곤 한다. 워낙 변화가 많은 사회라곤 하지만 이만큼 문화적 변화가 빨라진 데는 발기약들의 공로가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

 

1999비아그라가 국내에서 처음 발매되면서 그 전에는 자신의 비밀을 친한 친구조차 모르게 조용하게 해결하고자 비뇨기과를 찾던 발기부전 환자들 뿐 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바빠 성기능의 문제를 그냥 방치하고 있던 많은 남성들도 발기약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고민을 털고 해결책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 의외로 주변에 동지가 많음을 보고 위안도 되고, 약 한 알로 일단 쉽게 해결되는 모습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후로 두 개의 외국 약과 서너 개의 국산 약이 더 개발되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경쟁을 통한 가격 안정도 어느 정도 이루어져 다양한 연령층에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작년에 비아그라 국산 카피약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격도 낮아지고 제형도 다양해져 알약 말고도 필름형태의 녹는 약이나 비타민과 유사한 과립제제처럼 흡수도 잘되고 지갑에 휴대하기 편한 형태도 만들어져 환자들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전문의를 찾아 자신에게 잘 맞는 약과 용량을 찾아 정확한 용법을 지키며 복용해야 효과도 좋고 안전하며, 젊은 나이에 가벼운 기능장애조차 발기약으로만 해결하려 하는 의존성환자가 되는 것은 피해야 하겠지만, 아무튼 남자들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런데 처음 발기약들이 개발되었을 때는 온 세상이 지금보다 더 크게 변할 줄 알았다. 70~80되신 노인들도 새로이 젊음을 나누고, 40대 후반의 산모들이 무더기로 생겨날 거라는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6~7년이 지난 지금 성기능 장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세상이 뒤집힐 정도는 전혀 아닌지라, 일부 비뇨기과 의사들이 원인분석을 해 보았다. 그 결과 성관계는 혼자만의 작업이 아닌지라 함께 즐거워할 상대가 필요한데, 평생을 함께 한 할머니는 성욕도 별로 없고 오랜 기간 안 하는데 익숙해져 있는지라 갑자기 달려드는 할아버지가 그리 반갑지도 않다고 하시고,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자니 여러 가지로 여건이 안 되다보니 김빠지고 그냥 포기해 버리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여성의 성은 남성보다 훨씬 미묘하고 복잡해 아직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 현재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래도 필요하면 기댈 언덕이 생겼으니, 우리의 할머님들의 성문제만 해결된다면 노년의 진정한 웰빙에 한걸음 다가서는 일이 될 것이다. 모든 성의학자들이 여성들의 성문제도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므로 조만간 좋은 해결책이 나와,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 모두 새로운 젊음을 누리게 되시리라 믿는다.


글: 조성완

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