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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치과계는 왜 G치과의 정체를 알지 못했나?

3천여 환자들은 물론 개원가도 똑같은 피해자

신사동의 한 치과가 문을 닫자 졸지에 3,000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 치과가 환자들에게 미리 받은 치료비만 1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바로 굿라인치과 이야기이다.

처음 '먹튀치과' 얘기가 보도될 때만해도 뭔가 오해가 있겠거니 여겼었다. 병원은 물론 어떤 상거래에서도 있어서는 안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과측이 조직적으로 환자들을 속인 정황은 속속 드러났다.

문을 닫기 직전까지 할인 이벤트 광고를 계속했고, 추가 할인을 미끼로 현금 선결제를 유도했으며, 전날 진료받은 환자들에게조차 폐업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문자 통보를 받고 달려갔을 땐 이미 치과 문이 굳게 닫혀 있었으며, '내부 사정으로 인근 치과와 통합하게 됐으니 후속 치료는 거기서 받으라'는 안내문이 달랑 나붙어 있었으나 전화로 확인한 결과 이마저도 '우리 치과와 굿라인은 전혀 관계가 없으며, 진료기록도 받은 적이 없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누가 들어도 사기이다. '위계에 의한 경제적 이득'을 사기라고 치면 치료할 의사 없이 치료비를 받아 챙긴 행위는 당연히 사기가 된다. 피해자들도 SNS로 연대해 이 치과원장을 강남경찰서에 사기죄로 고소했다. 

이 과정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바로 환자들의 움직임이다. 환자들은 빠르게 개인이 아니라 피해자단체로 집단화 돼 갔다. 개인이었을 땐 허둥지둥하던 이들이 조직을 갖추고 나서는 목표를 향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현재 굿라인치과 피해자모임 인터넷 카페에는 3200여명이 실명으로 가입해 있고, 언론팀, 홍보팀, 소송팀, 운영총괄팀, 지역총괄팀, 치과정보팀으로 역할을 분담해 공동으로 소송과 후속 치료에 필요한 정보들을 모으고 있다. 문제의 굿라인치과가 사무장치과라는 정황을 잡아낸 곳도 바로 이 피해자모임이라고 한다.

서울시치과의사회가 확인한 대로 이 치과의 원장이 미가입 회원이고, 특정 계좌로 치과 자금이 흘러드는 등 사무장치과의 정황이 뚜렷했다면, 그렇다면 치과계는 왜 그동안 이런 치과를 그대로 방치했을까? 1년 이상 장기 레이스가 필요한 교정치료를 단돈 66만원에 광고하고, 환자들의 증언처럼 치료도중에 담당의사가 몇 번씩이나 바뀔만큼 의료진의 이동이 잦았다면 이미 주변의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이 치과의 정체를 알고 있었을텐데 왜 모두들 독버섯같은 사무장치과를 모른 척 내버려뒀을까.

내 일이 아니라서? 복잡한 일에 말려들기 싫어서?



굿라인치과의 먹튀행각으로 치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또 한 눈금 떨어졌다. 임플란트나 보철 및 교정치료비를 선결재 하는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지 모른다. 이제 누가 원장을 믿고 치과에 목돈을 미리 내려 들겠는가.

당장 언론들은 보건소 신고만으로 모든 게 끝나는 병의원 폐업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직원이나 환자들이 폐업사실을 미리 알 수 있도록 공시기간을 두자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정말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아야 하는 치과가 제 때 폐업하지 못하는 난처한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폐업을 위해 원장들은 먼저 자신이 진료한 환자들과 소송부터 치러야 하게 될런지도 모른다.

17,000여 치과 가운데 치과 하나가 문을 닫는 건 아무 일도 아니다. 하지만 17,000여 치과 가운데 발생한 먹튀치과 하나는 전체 개원가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치과계가 사무장치과 색출에 좀 더 적극적이고 엄격하게 나서야 하는 진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