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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국소마취가 일상인 치의들에게 '보톡스는 위험하다'?

의협의 폄훼성 주장에 치과계 '충격' '분노'

대법원의 공개변론 이후 잠잠하던 보톡스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지난달 의사협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치과의사가 미간 이마 등에 미용 보톡스 시술을 하면 안되는 열가지 이유'라는 책자를 배포한 것이 발단이다. 의협은 이 열가지 이유에서 '의사와 치과의사는 진료범위가 전혀 다르고, 치과의사는 의사 처럼 인체 전반에 대해 배우지 않는데다, 보톡스 또한 치과의사가 걱정없이 시술할 만큼 부작용 없는 안전한 의약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치협도 지지않고 지난 5일 일간지와 의약전문지 기자들을  협회회관으로 불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치협은 의협이 국민들을 향해 치과의사를 의사가 아닌 것처럼 폄훼한 데 대해 '의료인의 기본 양식을 의심케 할 만큼 충격적이며, 치과의사의 존엄을 추락시킨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불쾌감을 표시하고, 의협이 제시한 10가지 불가 이유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영어로 Maxillofacial은 악과 안면을 모두 포함하기 위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이므로 안면부 진료는 당연히 치과의사의 진료범위에 해당'되며, '1980년 이전부터 구강악안면외과가 아닌 일반 치의학 학부과정에서도 안면부 강의 및 안면성형을 배워왔을뿐 아니라 치과의사의 안면부 보톡스 시술이 의사들의 같은 시술보다 위해성이 높다는 어떠한 통계도 확인된 것이 없다'는 등이 그것이다.

 

 

치의들 응급실 안면외상 치료까지 담당

 

하지만 의협의 주장이 어떻든 논쟁의 핵심은 결국 '치과의사가 치료와 상관없이 미용을 목적으로 안면부에 보톡스를 시술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므로 치과의사가 보톡스를 다룰 자격이 있는지에 관한 문제는 이미 논외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 지난 대법원 공개변론에서도 원고측은 치과치료와 무관한 부위에 보톡스를 시술하는 행위를 문제 삼았을 뿐 입주변과 상하악 주변조직에서의 시술에 대해선 대체로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따라서 보톡스와 관련해 '교과과정에 들어 있다'느니, '치대생들도 본과 1~2학년 때 인체 전반에 대해 배운다'느니 하는 설명을 매번 되풀이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쟁점의 범위를 미간이나 이마 부위의 시술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양악수술에 안면외상 치료까지 소화해내는 치과의사들이 겨우 보톡스 하나 때문에 의사들과 자격시비를 벌여야 한다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기 때문이다.

치과에서는 지금까지 이갈이나 사각턱, 턱관절 치료에 주로 보톡스를 활용해왔다. 미간에 놓는 미용시술보다 훨씬 많은 양을 사용하는 치료지만 부작용이나 분쟁이 보고된 사례는 없다. 시술 자체의 숙련도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가 된다. 치과치료의 트랜드 또한 심미를 추구하는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보톡스의 활용도가 그만큼 커지고 있는 셈인데, 이런 마당에 벌어진 치협과 의협간의 진료범위 논쟁은 의료외적인 저급한 흥미만 자극할 뿐이다.

그럼 왜 치과의사들은 미용시술을 하면 안된다는 걸까? 의사들은 아직도 '구강과 주변조직'의 작은 범주에서 치과를 바라보고 있다. 얼굴 전체에서 차지하는 심미적 측면에서의 치과의 역할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들은 치과에서 아름다운 미소를 찾고 싶어 한다. 이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치아나 턱 뿐 아니라 얼굴 부위 연조직의 심미적 문제에까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한때 개원가엔 보톡스 · 필러 바람이 불기도 했다. 세미나가 꾸준히 치과의사들을 불러 모았고, 시술의 범위도 차츰 넓어졌다.

 

 

안면부위 영역구분은 소비자들이 선택

 

보톡스가 근육에 투여하는 주사제이며, 얼굴을 뒤덮은 근육의 대부분이 저작기능에 관여하는 근육들과 연결돼 있다는 점도 안면 부위에 대한 치과의사들의 진료권을 뒷받침한다.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안면 부위의 많은 근육들은 입술근과 협근 그리고 저작근에 연결돼 유기적으로 씹고 말하는 기능을 돕도록 되어 있다. 이 근육들 중 하나에 이상이 생긴다면 피부나 미용보다 오히려 치과적인 문제를 동반하게 될른지도 모른다.

안면외상 치료나 양악수술에서 보듯 협진체제는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일방적인 영역 나눔이 아니라 이제는 의료시장 자체가 수요자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치과에서의 미용시술도 결국은 공급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선택할 사항이다. 그러므로 '치과에서 무슨 미간 보톡스를..'은 소비자들이나 할 수 있는 얘기이지 의협이 타 직역의 의료인들에게 할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    

대법원의 마지막 결정을 남겨두고는 있지만, 치과에서 쌍꺼풀수술을 한 게 아닌 이상 법으로 진료영역을 이리저리 구획하는 자체가 말이 안된다.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구강+악+안면을 공부한 치과의사들에게 '미간에 보톡스 주사를 놓아서는 절대 안된다'고 말할텐가.

 

아래 성명서는 지난 5일의 치협 기자회견에서 최남섭 협회장이 발표한 내용이다. 이날 회견에는 치과 진료영역 수호를 위한 범치과계 비상대책위원회 김종열 위원장과 송윤헌·안형준·최영준 위원,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이종호 이사장, 대한악안면성형재건외과학회 오희균 회장, 대한안면통증·구강내과학회 서봉직 회장이 함께 참석했다.

 


성명서 - 대한치과의사협회 대국민 성명      

치과의사의 안면 미용 보톡스 시술은 적격하며 합법적인 진료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본 성명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치과의사의 안면 미용 보톡스시술이 적격하며 합법적인 진료라는 점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참고로 본 재판은 전문의가 아닌 일반 치과의사와 일반 의사의 진료영역에 관한 분쟁이며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국민들에게 가해질 위해성을 기준으로 할 때 일반 치과의사의 안면 미용 보톡스 시술이 일반의사에 비해 더 위해 한가?
2. 법적으로 일반치과의사의 안면 미용 보톡스시술이 적격한 진료인가?
3. 위 두 관점에서 볼 때 안면 미용 보톡스시술을 한 일반치과의사에게 형사처벌을 가해야 하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봐야 하는가?
이제 다음 여섯가지 관점에서 치과의사의 안면 미용 보톡스시술이 적격한 진료이며 합법적이라는 것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치의학의 학문적 정의와 치과의사의 직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치과의사는 “치아, 치주조직, 구강조직, 악골, 악관절, 안면 부위 및 이와 연관된 주변 조직의 질병, 장애, 손상, 기형 및 불균형에 대해 의료행위[평가, 진단, 예방, 치료(비수술적, 수술적, 연관된 시술)]를 수행하는 의료인”으로 정의됩니다. 여기에서 보듯 안면은 치과의사의 진료영역에 해당합니다.

둘째, 법적 근거를 살펴보겠습니다.
의료법 제2조에 치과의사의 업무 범위는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라고 명시하는데, 여기에 나오는 "치과 의료"는 의료법시행규칙 제41조에 나오는 치과의 10개 전문 진료과목들로 봐야 하며 그 중 하나인 구강악안면외과는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 구강, 악(턱) 그리고 안면(얼굴)이 치과의 진료영역이라고 설명합니다. 이곳만이 아니라 구강악안면외과의 존재는 의료법령 많은 곳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셋째, 치과의사는 보톡스시술에 대해 충분한 경험이 있다고 말씀 드립니다.
대표적인 예를들어 사각턱에 사용하는 보톡스의 용량은 눈가나 이마 미용 시술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을 사용합니다. 치과의사는 이러한 사각턱, 이갈이 개선 등을 위해 이미 오래 전부터 보톡스를 사용하여 왔지만 이와 관련된 민원(한국소비자원)은 지금까지 단 한 건 뿐이었고 한국의료분쟁 조정중재원에 접수된 의료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치과의사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안전하게 보톡스 시술을 하고 있으며 합병증에도 잘 대처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넷째, 치과의사의 안면 부위 진료와 연구에 대한 역사적 근거를 살펴보겠습니다.
굳이 외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악안면성형재건외과학회(당시 명칭은 대한악안면성형외과학회, 1962)는 치과의사들이 턱 얼굴 부위의 성형과 재건 진료에 관한 진료와 연구 목적으로 1962년도에 만든 학술단체인데 이는 대한성형외과학회(1966)보다 4년 먼저 창립된 학회입니다. 참고로 대한성형외과학회는 의사들만으로 시작된 학회가 아니며 치과의사와 의사가 같이 만든 학회 입니다. 이처럼 치과의사들은 턱과 안면 부위 진료에 대해 오래 전부터 연구와 진료를 계속해오고 있었으며 일반인들이 잘 몰랐을 뿐 악안면 분야에 대한 전문의료인이었던 것입니다.
1962년 동아일보 기사로서 당시 대구육군병원 치과의사인 민병일대위(전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구강악안면외과 교수)가 다수의 악안면수술을 선진국보다 짧은 시간에 시행하였다는 기사입니다. 이는 1962년도 악안면성형외과학회가 생기기 전부터 치과의사가 악안면 수술을 훌륭하게 시행하고 있었다는 예입니다.

다섯째, 치과의사가 되기까지 안면 영역의 진료에 대한 교육적 배경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치과대학 교육과정 중 "구강악안면외과" 관련 수업은 총 200시간에 달하며 “악안면” 또는 “두경부” 관련 수업을 모두 더하면 이 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반면 의과대학에서 “악안면 영역”에 대한 교육(이비인후과, 성형외과 및 피부과)을 모두 합해도 치과대학의 절반에 조차 미치지 못합니다. 현재 치과대학에서는 교과과정(악안면성형재건외과학, 구강악안면외과학, 구강내과학)을 통해 안면 보톡스 시술(미용 및 기능적 사용)을 다루고 있으며 해당 내용은 치과의사 국가시험에 출제되기도 합니다. 반면 의과대학 교과과정을 확인한 바 이비인후과 교과서에 잠시 언급될 뿐 안면 미용 보톡스 관련 교육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참고로 의사 국가시험에서의 "피부과 및 성형외과"의 비중은 400점 만점에 총2점(0.5%)이었고 치과의사 국가시험에서 "구강악안면외과"의 비중은 340점 만점에
총31점(9.1%)이었습니다. 이러한 교육적 배경을 볼 때 의대를 갓 졸업한 일반의사는 안면 미용 보톡스시술을 아무 제한없이 할 수 있는 반면 일반치과의사가 하면 불법진료가 되어야 한다는 현실이 씁쓸하기까지 합니다.

여섯째, 치과의사가 안면 미용 보톡스시술을 하는 것은 국제적 추세입니다.
미국 30개 주에서 치과의사에 의한 안면 보톡스 시술을 허용하고 있으며, 영국, 프랑스, 브라질, 싱가폴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톡스가 미국식약청FDA의 승인을 받은 것이 1989년입니다. 이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거친 후 이제 선진국 다수의 치과의사협회가 일반치과의사의 안면 미용 보톡스시술을 승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홍보자료라는 이름으로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사건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왜곡하여 국민과 대법원의 판단을 흐리게 하려는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국민건강권과 진료선택권 수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본 건이 진실과 정의에 입각한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으로 귀결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