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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터질 것이 터졌다'.. 장영준 부회장 사퇴

보직변경이 도화선.. 협회장도 긴급 기자회견 소집

치협 장영준 부회장이 임기를 1년 5개월여 남겨놓은 시점에서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장 부회장은 7일 오후 강남의 한 사설 회의실로 기자들을 불러 미리 준비한 '사퇴의 변'을 발표한 후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본인의 결심을 전했다. 시작에서 끝까지 딱 1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사퇴 사유도 충격적이다. '협회장의 전횡으로 제대로 회무가동이 어려운 지경에 처해 캄캄한 미로에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어려운 결단을 내리게 됐다'는 것이 요지. 즉 협회장과의 불통을 사퇴의 직접적 이유로 거론한 것이다. 지금까지 개인적인 사정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경우는 있었지만, 집행부의 내분을 이유로 선출직 부회장이 사퇴한 경우는 치협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장 부회장은 기자들에게 배포한 사퇴의 변에서 '임원에게 보직을 부여했으면 믿고 맡겨주고, 상황이 변해 보직변경이 필요하면 논의를 거쳐 조율하면 될텐데 의견조율도 없이 항상 일방적인 통보만을 취해 왔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모든 짐은 제가 짊어지고 떠날테니 다른 임원들에 대한 보복성 보직변경을 원상태로 돌려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장 부회장은 '협회장에게 사퇴의사를 밝혔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선출직 부회장은 별도의 사퇴 절차가 필요치 않은 걸로 알고 있다'며, '이 문제로 누구와도 미리 상의하지 않았고, 지금 이 자리에서 뽑아준 회원들에게 사퇴사실을 알려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장 부회장은 또 일부 이사들의 동반 사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사들도 각자 자기 생각이 있을텐데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일축하고, '저 역시 회원들이 맡긴 소임을 마치지 못하고 떠나게 돼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어느 자리에서든 회원들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백의종군의 뜻을 밝혔다.

29대 집행부의 이같은 분란은 이미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출범 이후 집행부는 줄곧 '전직파'와 '현직파'로 갈려 크고작은 충돌을 일삼아 왔다. 동창회를 중심으로 치러지는 치과계 선거행태의 대표적 부작용이라는 게 정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손을 잡은 통합캠프가 출범과 동시에 내부 경쟁체제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집행부의 회무수행 자체에 큰 부담을 주게 된 경우라는 설명인데, 이는 결과적으로 치협 회무의 효율성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해 전체 치과계에 큰 손해를 끼치게 된다.

한편 장영준 부회장의 회견 내용이 전해지자 최남섭 협회장도 긴급히 기자들을 불렀다. 오늘 저녁 기자간담회를 통해 장 부회장 사퇴와 사퇴 사유에 대한 협회 차원의 입장을 밝힐 예정.

다음은 장영준 부회장이 기자들에게 배포한 '사퇴의 변'을 요약한 내용.

 

 

사퇴의 변(요약)

저는 오늘 그동안 몸담았던 수석부회장 자리를 내려놓고, 한 사람의 회원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29대 집행부 회장단은 사상 처음으로 대의원제가 아닌 회원들이 직접 선출하는 선거인단제를 통해 출범했으며, 저 역시 회원들의 선택을 받아 선출직 부회장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집행부는 협회장의 불통과 독선, 전횡으로 제대로 회무가동이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습니다. 특히 지난 선거과정에서 기치로 내걸었던 통합이라는 가치와는 처음부터 거리가 멀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제왕적 협회장의 모습만을 목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임원에게 보직을 부여했으면 믿고 맡겨주고, 만약 상황이 변해 보직변경이 필요하다면 논의를 거쳐 조율하면 될 문제인데 아무런 명분도 의견조율도 없이 항상 일방적인 통보만을 취했습니다. 그렇다고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상황이 저는 마냥 시간만 흐른다고 나아질 것 같지 않아, 수석부회장의 사퇴가 캄캄한 미로에서 벗어나는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라며 어려운 결단을 내리기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29대 집행부는 선거과정부터 가장 큰 공약과 사명으로 불법 네트워크 척결과 전문의제 해결, 직선제 추진 등을 중요한 아젠다로 내세웠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세 가지 위원장 직무가 임기 초부터 제게 맡겨졌으며, 회원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소신껏 회무에 임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협회장과 중요사안에 대한 의견을 제대로 소통조차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심지어 위원장으로서 정당한 회무를 할 수 없도록 의도적으로 방해하려는 목적이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마저 할 정도였습니다.

전문의제도는 지난 대의원총회의 소수정예 의결에도 불구하고 77조3항 위헌판결, 해외수련자 전문의 자격 불인정의 헌법불일치에 따라 보건복지부의 독자적인 경과조치 입법예고 과정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협회장의 의지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협회장은 복지부와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전문의 제도개선위원장인 저를 아무런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배제하였으며, 새롭게 부임한 복지부 담당국장은 위원장인 제가 아닌 총무이사가 채널을 삼도록 조치했습니다.

불법 사무장치과척결위원회 역시 협회장은 유디치과의 압수수색과 언론보도에 대하여 그간의 위원회의 수고에 대한 격려는 전혀 없이, 마치 그 공로를 위원장이나 담당간사가 가로채는 것처럼 공식석상에서 비난하였습니다. 유디치과 기소이후에는 헌법재판소 1인1개소법 사수운동 일환으로 1인 시위에 동참한 부회장들에게 온갖 비난을 퍼붓고, 그러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이사회 의결에 반한 행동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과연 언제 치협 이사회에서 1인 시위 참가를 하지 않기로 결의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러한 협회장의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회무방식은 결국 이사들로 하여금 일하고 싶다는 해괴한 호소문을 만들어 회원들에게 배포하고, 결국 12월 정기이사회에서 1인 시위에 참여한 4명의 부회장들에게 일방적으로 보직박탈을 통보했습니다.

직선제 또한 지난 1월 선거제도 개선 특별위원회에 법제담당부회장을 위원장으로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지명해, 저는 18개 시도지부 법제이사들로 관련위원회를 구성하고 지금까지 수차례 회의와 논의를 이어오고, 설문조사 절차까지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러나 협회장은 일방적으로 차기선거와 연결시켜 새로운 준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저를 배제시켰습니다. 사전에 어떠한 설명이나 논의가 없다보니 그동안 회의에 참석했던 지부추천 이사들에게는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겠습니까.

상황이 이지경에 이르다보니 결국 제가 물러나지 않고서는 이 사단이 끝이 나지 않겠다는 판단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저 이외에 다른 부회장들에게 행한 일방적인 보직박탈을 제자리로 돌려놓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지금 집행부는 회원들의 요구사항에 어떠한 대답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솔직한 현실입니다. 이 상태로는 남은 임기동안 개혁도, 민생도 제대로 돌보기가 어렵습니다. 새로운 회무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게 마땅하며, 저를 불쏘시개 삼아 그간의 모든 갈등을 해소하시고 후보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협회장은 수석부회장이 물러나면서 드리는 마지막 충언을 외면치 마시고 회원들의 권익을 우선시하는 회무를 펼치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 회원들이 부여한 소임을 마치지 못하고 떠나기에 큰 빚을 지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어느 자리에서든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29대 집행부 수석부회장 장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