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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무·정책

제도만 남고 강제조항은 사라진 '의료광고심의'

'헌재의 오버'.. 의료단체들 긴급 대책회의

헌법재판소가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헌재는 지난 23일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광고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도록 한 의료법 제56조와 제 57조 및 제 89조의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 위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당장 의료광고 심의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처했다

이번 판결은 심의를 받지 않고 '최신 요실금 수술법, 간편시술, 비용저렴, 부작용無'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설치했다가 의료법 위반으로 약식명령을 받은 A원장과 광고대행사가 청구한 헌법소원에서 비롯됐다. A원장 등은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재판 도중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이 기각되자 다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

청구인들이 문제로 삼은 조항은 의료법 제56조 제1항 및 제2항 제9호와 제4항 제2호, 제5항 그리고 제57조와 제89조. 이 가운데 헌재가 심판의 대상으로 인정한 조항은 제56조 2항 제9호 중 '제57조에 따른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 부분과 제89조 가운데 '제56조 제2항 제9호 중 제 57조에 따른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 부분이다. 결국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광고를 금지하거나 그 처벌을 규정한 조항들인 셈.

헌재는 이에 대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그 이유로 '헌법상 검열금지원칙'을 내세웠다. '의료광고는 상업광고의 성격도 있지만, 헌법 제21조 제1항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므로 행정권에 의한 사전검열은 금지돼야 마땅하다'는 것.

'치과의사협회 등이 위탁을 받아 시행하고는 있지만 의료법상 사전심의의 주체는 보건복지부장관이며, 보건복지부가 언제든 위탁을 철회하고 직접 의료광고 심의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데다 위임사무처리에 대한 지위 감독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치과의사협회 등이 행정권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사전 심의를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었다.  

 

반대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조용호 재판관은 사전검열금지원칙인 헌법이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사전검열을 금지시킨 목적에 맞게 한정해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그렇지 않으면 표현의 대상이나 내용, 표현매체나 형태 등에 상관없이 헌법이 규정한 언론출판에 해당하기만 하면 사전검열은 무조건 금지된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되기 때문.

조 재판관은 잘못된 의료광고로 인해 국민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상기시키면서 '일정한 의료광고에 한해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결과는 8 : 1의 위헌 결정이었다.

문제는 이제 의료광고심의제도는 어떻게 되는가 이다. 의료법상으론 현재 의료광고 심의규정은 있으면서 심의를 강제하는 규정은 모두 사라진 이상한 형태가 되어 버렸다. 참고로 치협엔 매년 2천건이 넘는 의료광고 심의신청이 접수돼 이 가운데 80% 가량이 조건부 승인으로 처리되고 있다.

지난 15일엔 의료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법률전문가 등 외부 인사 3명을 의료광고심의위원으로 추가 위촉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헌재에 의해 심의를 강제하는 조항이 사라진 이상 심의위원회가 할 일도 곧 없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상업성 의료광고에 의한 의료소비자들의 피해도 불을 보듯 뻔하게 됐다. 

치협, 의협, 한의협 등 의료단체들도 오늘 오후 2시 의협에 모여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다음은 헌법재판소가 발표한 결정요지 전문.

 

 

결정요지

 

헌법재판소는 2015년 12월 23일 사전심의를 받지 아니한 의료광고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는 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9호 중‘제57조에 따른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 부분 및 의료법 제89조 가운데 제56조 제2항 제9호 중 ‘제57조에 따른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이 있다.


■ 사건의 개요

○ 청구인들은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와 광고업 등을 하는 사람이다. 청구인들은 의료법인·의료기관·의료인이 의료법에 규정된 매체를 이용하여 의료광고를 하려는 경우 미리 광고의 내용과 방법 등에 관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의 심의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모하여, “최신 요실금 수술법, IOT, 간편시술, 비용저렴, 부작용無”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설치하는 방법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의 심의를 받지 아니하고 의료광고를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약식명령을 받았다.
○ 청구인들은 정식재판을 청구한 다음, 그 재판을 받던 중 의료법 제56조 제1항 및 제2항 제9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그 신청이 기각되자 위 조항들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그 후 동법 제56조 제4항 제2호, 제5항, 제57조, 제89조를 심판대상으로 추가하였다.

 

 심판의 대상

○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의료법(2009. 1. 30. 법률 제9386호로 개정된 것) 제56조 제2항 제9호 중 ‘제57조에 따른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 부분 및 의료법(2010. 7. 23. 법률 제10387호로 개정된 것) 제89조 가운데 제56조 제2항 제9호 중 ‘제57조에 따른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 조항은 다음과 같다.

의료법(2009. 1. 30. 법률 제9386호로 개정된 것)
제56조(의료광고의 금지 등) ② 의료법인·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의료광고를 하지 못한다.
9. 제57조에 따른 심의를 받지 아니하거나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

의료법(2010. 7. 23. 법률 제10387호로 개정된 것)
제89조(벌칙) 제15조 제1항, 제17조 제1항·제2항(제1항 단서 후단과 제2항 단서는 제외한다), 제56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 제57조 제1항, 제58조의6 제2항을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결정주문

○ 의료법(2009. 1. 30. 법률 제9386호로 개정된 것) 제56조 제2항 제9호 중 ‘제57조에 따른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 부분 및 의료법(2010. 7. 23. 법률 제10387호로 개정된 것) 제89조 가운데 제56조 제2항 제9호 중 ‘제57조에 따른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

 

■ 이유의 요지

○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를 받는 표현에 대해서는 사전검열이 예외 없이 금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헌법 제21조 제2항은 사전검열을 금지하면서 1962년 헌법과 같이 특정한 표현에 대해 예외적으로 검열을 허용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고, 이러한 상황에서 표현의 특성이나 이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에 따라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를 받는 표현 중에서 사전검열금지원칙의 적용이 배제되는 영역을 따로 설정할 경우 그 기준에 대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어 종국적으로는 집권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표현을 사전에 억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이 사건 의료광고는 상업광고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헌법 제21조 제1항의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 됨은 물론이고, 동조 제2항도 당연히 적용되어 이에 대한 사전검열도 금지된다.

○ 헌법상 검열금지원칙은 검열이 행정권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경우에 한한다. 이 사건 의료광고의 사전심의는 그 심의주체인 보건복지부장관이 행하지 않고 그로부터 위탁을 받은 각 의사협회가 행하고 있지만, 의료광고의 심의기관이 행정기관인가 여부는 기관의 형식에 의하기보다는 그 실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며, 민간심의기구가 심의를 담당하는 경우에도 행정권의 개입 때문에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헌법이 금지하는 행정기관에 의한 사전검열에 해당하게 될 것이다.

○ 의료법상 사전심의의 주체는 보건복지부장관이며, 보건복지부장관은 언제든지 위탁을 철회하고 직접 의료광고 심의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 의료법 시행령은 위원의 수, 위원의 자격 등 심의위원회의 구성에 관하여 직접 규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공무수탁사인에 해당하는 각 의사협회에 대하여 위임사무 처리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지고 있으며, 의료법 시행령상 심의기관의 장은 심의 및 재심의 결과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다. 또한, 의료법상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 단체에 대해 재정지원을 할 수 있고, 심의기준과 절차 등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행정권은 이를 통해 사전심의절차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각 의사협회가 의료광고의 사전심의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보건복지부장관 등 행정권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사전심의를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 따라서 이 사건 의료광고 사전심의는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므로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 반대의견(재판관 조용호)

○ 사전검열금지원칙은 헌법이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사전검열을 금지하는 목적에 맞게 한정하여 적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표현의 대상이나 내용, 표현매체나 형태 등이 어떠하건 간에 헌법 제21조 제1항의 언론·출판에 해당하기만 하면 동조 제2항에 따라 이에 대한 사전검열은 무조건 금지된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 의료는 국민 건강에 직결되므로 의료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의료광고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또한, 의료광고는 영리 목적의 상업광고로서 사상이나 지식에 관한 정치적·시민적 표현행위 등과 관련이 적다. 따라서 의료광고와 같이 규제의 필요성이 큰 표현에 대해 입법자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보건·건강권 모두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사전심의절차를 법률로 규정하였다면, 이에 대해서는 사전검열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 가사 의료광고에 대해 사전검열금지원칙이 적용된다고 할지라도, 심의위원 위촉에 보건복지부장관의 관여가 배제되어 있다는 점, 각 심의위원회는 자율적으로 운영규정 및 의료광고 심의기준을 제·개정해왔으며 수수료를 재원으로 하여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점, 보건복지부장관은 심의에 관해 구체적인 지시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각 의사협회는 행정권으로부터 독립된 민간 자율기구로서 그 행정주체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의료광고 사전심의는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 잘못된 의료광고로 인해 국민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가 크므로, 일정한 의료광고에 한해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


■ 결정의 의의

○ 상업광고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의료광고에도 사전검열금지원칙이 적용되며, 각 의사협회와 같은 민간심의기구가 사전심의를 담당하는 경우에도 행정권의 개입 때문에 그 사전심의에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행정기관의 사전검열에 해당함을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