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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독후감] '이종욱 평전'을 읽고

눈 앞의 이익보다 소중한 가치 깨닫게 해줘

 나는 평소에 독서를 즐기지만 편식이 심해서 소설 외에 다른 장르의 책을 읽은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내가 읽은 책은 이종욱 평전으로 한 인물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나라 사람의 이야기라 당연히 한국인 저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데스몬드 에버리라는 외국인이 저술한 것을 보고 그가 세계적으로 많은 인맥을 형성하고 좋은 관계를 맺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은 한국의 가난과 고통의 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으로 눈앞에 닥친 고난과 역경을 특유의 도전정신으로 극복하고 이겨낸 전형적인 위인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런 훌륭한 업적을 쌓은 사람들의 성공 이야기는 진부하고 판에 박힌 것처럼 보여 쉬운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삶을 사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었다. 뻔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지만 나는 왜 이처럼 뻔하다 생각하는 이야기를 다른이들에게 할 수 없는지 반성하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이종욱의 어린 시절은 그 시대 다른 사람들도 겪었을 법한 경험들로 이루어져있었지만 그 경험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보며 주인공의 성격과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공무원인 아버지 덕분에 비교적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고 이후 청년이 된 그는 건축학과에 입학하고 흥미를 느끼지 못해 군복무 후 의대에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 선택한 길과 달랐기 때문에 새로운 길을 가기로 결정하는 데에 7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주인공이 이런 결정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치의학전문대학원 입학에 대해 고민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결단력 있게 새로운 길에 들어선 주인공과 달리 나는 새로운 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 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고민을 했었다.

결국 새로운 지금의 길을 선택한 지금에 와서는 그 때 조금 더 결단력 있게 행동했더라면 시간을 덜 허비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후회를 하곤 한다. 이제 와서 그런 후회가 의미는 없지만 주인공의 성격이 부럽게 느껴졌다. 

 이후의 삶에서는 여러 병원에서의 생활, WHO에서 일을 추진하고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면서 리더십과 추진력, 무엇보다도 자신감에서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많은 준비와 노력을 기울였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여유로움이 느껴질 정도로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앞에서 언급한 것들도 물론 인상 깊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미래에 의료계에 종사할 사람으로서 이 인물에 대해 생각해보면 내가 우선적으로 체득하고 배워야할 점은 소외 계층에 대한 마음가짐인 것 같다. 주인공은 세계 각국의 질병 퇴치 등 우리가 평소 잊고 살기 쉬운 계층에 많은 관심을 갖고 이들이 아프지 않도록 염려하고 발로 뛰는 노력을 했다. 그곳이 어디든 아픈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찾아가 치료하고 그들에게 위안을 주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내가 봉사라고 말한 것들이 이만큼 의미가 있는 일이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살면서 진정으로 봉사라 말할 수 있는 일을 앞으로 얼마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들었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주인공의 죽음이 너무도 아쉽고 안타까웠다. 이런 인물과 동시대를 살아갈 수 있어 기뻤지만 앞으로 이런 인물이 또 나타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부터 시작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눈앞에 있는 나의 이익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글: 임세정 <부산대 치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이 원고는 부산대 치전원 정태성 교수가 3학년 소아치과학II 강의에서 과제물로 받은 독후감 중 표절검사와 전문가 심사를 거쳐 뽑은 우수독후감 입니다. 좋은 작품을 추천해주신 정태성 교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