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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독후감] 따뜻한 의사 故 이종욱

Desmond Avery, '이종욱 평전'를 읽고


  어느덧 치전원 3학년, 그리고 첫 학기가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이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치전원 진학을 준비할 때가 생각났다. 치전원 입시를 준비하면서, 의료인이란 무엇인가, 세상에는 어떤 의료인이 있는가, 나는 어떤 의료인이 되길 그리며 치전원을 준비하는가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시간을 가졌다.

당시 학비를 벌기 위해 중고등부 입시학원에서 파트타임 강사를 하고 있었고, 벌이가 꽤 괜찮았음에도 불구하고 술 마시는 걸 좋아하던 까닭에 항상 금전적인 문제(?)에 쪼들렸던 탓에 고등학교 1학년 수학과목 과외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던 때였으며 그 일에 한창 재미를 느끼고 있을 때였다.

그 때 불현 듯 치전원 준비에 대한 마음이 확고해진 계기가 있었다. 내가 가진 것으로 직접 사람을 향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깊은 감명을 느꼈었고, 의료인이 되기를 준비하는 데 큰 동기와 원동력이 되었던 것으로 회상한다.

 

  그 때 접했던 인상깊었던 것 중에 하나는, 의료인에 세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첫째로, 환자를 마주하고 직접적으로 의술로서 그들을 돕는 임상가로서의 의료인이고, 둘째로는 의학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며 동시에 후학을 양성함으로써 의학발전과 의료인 양성에 기여하여 의료의 질을 높이는 역할로서의 의료인이다. 그리고 셋째로, 의학과 의료를 대중에게 효율적으로 분배 및 접근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와 인프라 구축에 기여함으로써 의학과 대중간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로서의 의료인이 또 한 종류였다.

치의학을 공부할 기회를 얻어 치전원에 입학하면서, 세 종류 의료인의 모습을 고루 갖추겠다는 포부로 임했다. 아직 만 2년 반이 채 되지 않은 기간이지만, 치전원에서 공부하면서 첫, 두 번째 의료인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임상가로서 환자에게 직접 의술을 펼치시면서도 동시에 연구 및 후학을 양성하시는 교수님들께 치의학을 전수받고 있고, 기초학문에 헌신하시어 의학의 발전에 이바지하시는 교수님들께도 가르침을 받고 있으며, 전공의 선생님이나 일선에서 개원하시어 직접 환자를 보고 계시는 여러 선생님들께 교육이나 조언을 받으며 치과의사의 모습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세 번째 의료인의 모습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아직은 치의학과 치과임상에 대해, 의료인 선배꼐서 이끌어주시는 대로 따라가며 편식 없이 공부하고 집중해야 할 시기에 있기 때문이겠지만, 학교생활을 하다 가끔 초심을 떠올릴때면 문득 생각나곤 하는 개인적인 각오가 떠오를 때면, 세 번째 의료인을 접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좀 더 노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곤 하였다. 하지만 조금 미루어두었던 것이라고나 할까.

 

  WHO 사무총장을 지내신 故 이종욱 선생님의 일대기를 그린 ‘이종욱 평전’을 읽으며, 개인적인 갈증 해소의 방법을 찾게 된 것 같았다. 전쟁통에 피난민으로 전국을 헤매이던 유년시절을 지나, 늦었지만 목표를 좇아 의과대학에 입학하였고, 졸업하고는 한센병 창궐지에서 봉사하는 것으로서 의사 생활을 시작하여 공중보건에 뜻을 두고 평생을 그 뜻의 실현을 위해 헌신하신 모습을 보며, 이런 모습이 내가 생각했던 ‘세 번째 의료인’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읽어갔다.

사업을 구상하고, 사람을 만나고, 그들을 이끌고 뜻을 모으고 추진하는 방식에 대한 면도 배워야 할 점이 있겠지만, 나는 그 점 보다는 공중보건에 헌신하고자 일생의 뜻을 세우신 점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의학의 발전을 노래하면서도 정작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소아마비, HIV, 결핵 등에 매번 고통받는 이들이 있음에 관심을 가지고, 발전한 의학과 의술을 그들에게 가까이 가져다주고자 하셨던 뜻으로 하신 모든 활동들에 대한 열정을 존경하고 있었다. 나라면 마음 속의 생각을 이렇듯 펼치려 추진할 수 있었을까, 내 자신을 상황에 넣어보며 고민하였다. 책을 덮은 후에도 그 여운이 가시질 않고 있다.

 

  세 번째 의료인의 모습을 갖춰가고자 하는 나 스스로의 계획이 있다. 큰 이변이 없다면, 후에 치과임상에 종사하는 치과의사로 살아가겠지만,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좀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며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나 스스로도 많이 공부하고자 행정학 공부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의료행정이나 실제 제도적인 시스템에 대해 공부하고, 기회나 역량이 된다면 그 실제에 참여해보고 싶다. 아직은 막연한 생각이지만, 의료인으로서 여러 소양을 쌓아가야 할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어 큰 그림을 그려둔 것이라 자평한다.

이번에 접하였던 ‘이종욱 평전’외에도 많은 도서나 자료를 찾아다 보며, 나 스스로를 계속 조으고, 의료인의 모습에 한껏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나의 내면을 더욱 덥혀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글: 김형근 <부산대 치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이 원고는 부산대 치전원 정태성 교수가 3학년 소아치과학II 강의에서 과제물로 받은 독후감 중 표절검사와 전문가 심사를 거쳐 뽑은 우수독후감 입니다. 좋은 작품을 추천해주신 정태성 교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