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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1인1개소법 때문에 싼값 임플란트가 사라졌다고?

치과계를 겨냥한 왜곡-편향된 시각들

치협이 곤경에 처했다. 사무처는 물론 전 현직 협회장과 간부들 자택까지 압수수색을 당한 경우는 치협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요란스런 검찰의 행보와는 달리 이번 사건의 요점은 비교적 간결하다.
치협 임원들이 양승조 의원 등에게 제공한 후원금에 사단법인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직접적으로 관여했는지 여부만 밝혀지면 그 뿐이다. 즉, 임원들이 개별적으로 낸 후원금이 실제론 치협 예산에서 나왔다는 점을 검찰이 입증해야 혐의도 인정되는 것이다.

치협은 어수선한 분위기에도 최근 ‘공정한 수사에 대해선 당당히 협조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개정 의료법(1인1개소법)은 굳이 불법 로비까지 하면서 만들 법안은 아니었다’며, ‘그럼에도 정당한 입법 활동은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을 빼놓지 않았다.

따라서 ‘입법로비’ 건에 대해선 더 이상 어떤 언급도 필요치 않아 보인다. 치협이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고, 중앙지검 공안부가 직접 나선 만큼 수사에 소홀함이나 미진함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치과계가 걱정하는 건 오히려 사건의 본질과는 무관한 부문의 것들이다. 우선 이번 건을 외부에선 ‘치과의사들의 임플란트 가격 지키기’라는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애초 1인1개소법은 싼 임플란트를 내세운 네트워크 치과들을 겨냥해서 만든 법이며, 이 개정 의료법 때문에 서민들을 위한 싼 임플란트가 사라지고 있다는 논리이다.

 

 

다시 떠올리는 ‘정의란 무엇인가?’

 

동아일보는 이런 왜곡된 시각의 정점을 보여줬다. 이 신문은 지난 3일자 사설에서 이번 건을 이렇게 해석했다. ①네트워크 치과들은 임플란트 치료비를 기존 치과의 절반 이하로 받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②이 치과에 환자들이 몰리자 기존 치과도 치료비를 내렸다. ③치협의 로비를 받은 양승조 의원 등은 의료인 1명이 1곳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④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네트워크 치과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결국 이런 연유로 ‘싼값 임플란트가 사라지게 됐다’는 주장이지만, 미안하게도 이 내용은 사실과는 많이 다르다.

첫째, 임플란트 수가는 그렇게 무 자르듯 ‘절반이니 절반 이하니’를 따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환자에 따라, 케이스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 임플란트 치료비이므로 ‘호가’가 어떻든 환자가 실제 지불하는 비용과는 얼마든지 차이가 날 수 있다. 즉 A치과가 200만원을, B치과가 100만원을 매겼다고 해서 같은 치료에서 B치과는 A치과의 절반 가격을 받는다고 말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또 네트워크 치과라고 해서 다 1인1개소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치과를 제외한 나머지 네트워크 치과들은 오랜 기간 브랜드 파워를 공유하며 오히려 치과계의 건전한 개원문화 형성에 앞장서 왔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둘째, 임플란트 치료비가 초기에 비해 많이 싸진 건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위한 조정의 결과일 뿐 어느 누구 때문에 인위적으로 움직여진 것은 아니다. 생각해보라. 대한민국엔 16,000개가 넘는 치과가 있고, 이 중 90% 정도가 임플란트를 시술하는데, 불과 120여개의 치과로 어떻게 전체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을까? 실제 개원가엔 아직까지 비싼 치료비를 고수하고 있는 치과도 있고, 또 문제의 네트워크 보다 훨씬 싼 치과들도 쌔고 쌨다.

 

셋째, 치협의 로비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추후 검찰이 밝히겠지만, 분명한 것은 1인1개소법은 양승조 의원에 의해 새로 생겨 난 법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의료법에 자리 잡아 왔었다는 사실이다. 다만, 법 규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편법으로 수십 개의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는 얌체 의료인들이 늘어나면서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도록’ 한 기존의 규정을 ‘어떤 명목으로도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 · 운영할 수 없도록’ 보완한 것인데, 바로 이 개정 의료법이 ‘로비 의혹’의 대상이 되고 만 것이다.

과연 이 법이 치과의사만을 위한 법일까? 의료법이 1인1개소 원칙을 고수해온 이유는 한 사람의 의료인이 복수의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할 경우 본연의 임무인 환자 진료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의료인들은 다른 이의 명의를 빌려 수십개의 의료기관을 소유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운영해왔다. 명의를 빌린다는 자체가 이미 편법이며, 대다수 선량한 의료인들로선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비도덕적 행위임에도 법은 ‘복수의 의료기관에서 진료만 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이들의 손을 들어주고 말았다. 대다수 의료인들의 입장에선 법을 지켜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 꼴이다.

개정 의료법은 그래서 필요해졌고, 결국 기존의 규정에 ‘어떤 명목으로도’와 ‘운영’을 삽입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런 과정이 임플란트 가격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선량한 다수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활동이 과연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일일까?

넷째, 이 법으로 한 둘 네트워크 치과들이 타격을 입었을지는 몰라도 편법이 난무하는 동안 16,000개 치과들이 무력감을 곱씹었다. 그 크기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 여전히 굳건해 보이는 모 네트워크 치과의 피해를 운운하면서 어떻게 16,000 동네치과가 입은 상처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없을 수 있을까? 설마 이 신문은 전국의 동네치과들을 모두 ‘반값 서민치과’를 괴롭히는 반 서민 집단으로 보는 걸까?

 

 

잘못된 보도는 적극적으로 바로 잡아야

 

치협이 곤경에 처했다. 집행부가 문제가 아니라, 치과계의 진정성이 총체적으로 왜곡되는 상황만은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아닌 부분은 아니라고 주위에 분명히 알리는 수밖에 없다. 특히 여론을 몰아가려는 부정적 시도들에 대해선 명확하게 사실을 각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는 ‘시장은 그 자체로 공정함을 뜻하진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비시장적 가치와 규범 그리고 공동선을 망각해선 안 되며, 시장지상주의가 어떤 식으로 공동체를 약화시키는지를 잊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오늘의 치과계를 꿰뚫어 본 발언이다.

치과계는 이미 시장지상주의의 폐해를 수없이 관찰해왔다. 문제는 다음 할 일이 뭐냐는 것이다. 치과계는 어떻게 시장의 역할을 나눠 공익을 쟁취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