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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전세계의 격찬을 받는 환상적인 연출과 미셀르그랑의 음악이 함께하는 중소극장뮤지컬

1940년대 프랑스 몽마르트르. 우체국 민원처리과 공무원인 ‘흔남’ 듀티율(임창정 분)에게 별안간 벽을 뚫는 초능력이 생긴다. 당황스러움에 병원을 찾은 듀티율은 알코올중독자 의사(고창석 분)를 만난다. 아무리 착하고 소심한 그도 10년 된 염소 똥으로 만든 약과 진정한 사랑을 처방으로 내놓는 의사에게 코웃음을 친다.

시종일관 유쾌한 에너지가 넘치는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그렇게 시작된다. 다소 황당한 설정은 프랑스 최고의 단편소설가 중의 하나로 꼽히는 마르셀 에메의 동명의 소설(Le passe-muraille)에서 나왔다.

야망이 부족한 듀티율에게 벽을 뚫는 능력 따윈 거추장스러울 뿐이었지만 상사의 폭압에 능력 발휘를 시작한다. 상사를 미친 사람으로 만들어 쫓아내고 빵을 훔쳐 노숙자에게 건네주는가 하면, 보석을 훔쳐 거리의 여인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물론 ‘귀여운 늑대’로서의 본분(?)도 잊지 않았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그는 특별한 능력을 통해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스타덤에 오른다. 직장에서나 집에서 홀로 살아가던 듀티율은 단절을 상징하는 벽을 관통하며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다. 악질 검사 남편의 구속과 억압에 힘겨워하던 여인을 구해내 꿈꾸던 사랑을 쟁취하기도 한다. 모든 것을 이루며 행복할 줄만 알았던 듀티율은 별안간 두통으로 쓰러진다. 귓등으로 들었던 주정뱅이 의사의 진단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진정한 사랑을 찾은 듀티율은 벽을 관통하던 와중 능력을 상실해 벽속에 갇혀 굳어간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는 여타 다른 대형 뮤지컬에 존재하는 화려한 특수효과나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는 없다. 그러나 그런 것 없이도 이 작품은 대형 뮤지컬과 비교해 오히려 몰입도나 음악 측면에서 꽉 채워진 느낌을 준다. 대사 없이 극의 모든 내용을 노래로 풀어가는 송스루(Song-through) 스타일 극인 이 작품에는 4인의 라이브 밴드가 20여 가지의 악기를 통해 다양한 사운드로 적절하게 여백을 채운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무기다.

배우 임창정(이종혁)의 검증된 가창력과 연기력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듀티율이라는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고 일약 ‘국민 귀요미’로 등극한 고창석(임형준)은 등장할 때 마다 다른 캐릭터로 관객들에 폭풍 웃음을 선사한다. 구원영, 김대종, 조진아 등 실력 있는 뮤지컬 배우들의 톡톡 튀는 매력을 재발견할 수 있는 것 역시 이 작품의 매력.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며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 작품은 벽 외에 관객들의 마음도 관통하는 몇 안 되는 웰메이드 뮤지컬이다. <벽을 뚫는 남자>는 2월 6일까지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