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회무·정책

의사들의 진로는 3가지, 치과의사는 하나도 없다

치과계의 미래 '일자리 창출'에 달렸다

다시 강조하지만 문제는 일자리이다. 현재의 치과계가 떠안은 여러 가지 현안 중에서도 일자리를 만드는 일 만큼 중요한 과제는 없다. 유디도 전문의도 따지고 보면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덩치를 키운 경우이다.

한해 780여명의 유입 인력이 큰 고민 없이 저마다의 자리를 찾아가는 구조라면, 그래서 그 안에서 그런대로 직업적 안위를 누릴 수 있을 정도라면 구태여 유디 같은 돌연변이가 생겨날 까닭도, 개원의들이 전문의에 사활을 걸 이유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구조적으로 경쟁을 촉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다. 사람들이 계속 실려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실수로 한 사람이 넘어졌다고 가정해 보라. 그 다음은 어떤 상황이 벌어지겠는가? 지금의 치과계는 어떻게 보면 출구가 막힌 에스컬레이터의 풍경을 그대로 빼닮았다. 넘어지고 엎치고 덮쳐서 누구랄 것 없이 비명을 내지르는...  

 

일자리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다시 한 번 의사들의 근무지별 인력현황을 치과의사의 경우와 비교해 보자.
지난 3월말 현재 의사들은 의료업에 적을 둔 총 87,197명의 활동 인원 중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 치과병원, 보건기관 등에 51,997명이 등록돼 있다. 그러므로 자영업자 격인 의원급 의료기관엔 전체 인력의 40.4% 만이 소속돼 있을 뿐이다.

치과의 경우는 어떨까? 치과는 총 21,855명의 활동 인원 중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치과병원, 요양병원, 의원, 보건기관에 3,673명이 등록돼 있을 뿐 나머지 83.2%는 치과의원에 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치과의사의 80% 가량은 자영업자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40.4%와 83.2%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 이 간격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우선 이런 비유가 가능하다. 의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장래 진로가 3가지 정도라면 치과의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효한 진로는 하나도 없다. 과장이 아니다 하나도 없다.
의사들은 우선 가장 흔한 경우로 취업을 고려할 수 있다. 그게 안 되면 제약회사, 복지부, 각종 연구소, 보험공단, 심평원, 식약처, 언론사, 국제보건기구, 공단, 심평원, 의료기기업계 등 진료실 바깥의 안정된 일자리를 찾아볼 수도 있다. 그리고 물론 개원도 가능하다.

치과의사는 취업은 어렵다. 진료실 바깥의 일자리도 하늘의 별 따기다. 전체 치과의사의 80% 이상이 모여 북적이는 개원은 초보 치과의사에겐 한마디로 경마장의 마권보다 나을 게 없다.

 

현재의 상황은 이렇다. 따라서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이런 구조를 바로잡지 않고선 치과계에 미래는 없다. 그 일은 물론 치협이 해야 하지만, 안타까운 건 치협이 신경 쓰고 챙겨야 할 일들이 잡다하게 너무 많은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인력과 시간과 재화는 한정돼 있는데 그것들을 동원해야 할 곳이 턱없이 많다면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얘기와 마찬가지이다. 밖에서 살핀 치협은 지금 그렇게 허둥지둥 열심히 달리는 듯 보인다. 과감하게 손을 뺄 곳에선 손을 빼는 용기가 필요한 데도 그 타이밍을 자꾸 놓치는 듯 보여 안타까울 따름이다.

회무에도 선택과 집중은 필요하다. 특히 치과계의 미래와 결부된 문제에 있어선 장기적 플랜에 따라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이젠 치협도 뺄 것 다 빼고, 치과계의 아젠다를 일자리 창출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