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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조선일보까지 '善한 UD만들기' 나서나

경제섹션 톱에 美진출 성공기… '충격'

국내 최대부수 신문인 조선일보가 유디치과 이야기를 경제섹션 톱기사로 다뤘다. 심지어 ‘善한 유디’의 이미지를 잔뜩 발라서 말이다.
이 신문은 오늘자 조선경제에 올린 ‘규제 묶인 가격파괴 임플란트 치과, 미 건너가 급성장’ 제하의 기사에서 먼저 워싱턴DC 내 유디 1호점을 찾은 환자들의 평가부터 소개했다.

“치료비가 싸고 시스템이 선진적이다. 예약 일정, 약복용 여부, 주의사항 준수 여부 등을 이메일과 전화로 알려준다. 한국 의료서비스가 미국보다 나은 것 같다.”

“구글 지도로 사무실 근처 치과를 뒤져 이곳을 발견했다. Yelp 평가가 좋아서 와봤는데, 전문의가 봐준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또 다른 환자는 ‘가격이 병원 선택의 결정적 요인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치아는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안 되는데 가격만으로 온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곳 사람들이 유디를 찾는 이유가 가격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문답처럼 보였다.

이 기사는 이어 유디 미국법인의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유디 미국법인은 지난달 28일 뉴욕 맨해튼에 3곳, 퀸즈에 2곳, 뉴저지에 1곳 등 모두 6개의 병원건물을 한꺼번에 인수했다. 전체 금액이 3200만달러(362억원)에 이르는 대형 계약이다. 이 병원들을 올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 사이 모두 개원할 예정이다.

유디는 2008년 워싱턴DC를 시작으로 현재  버지니아, 켈리포니아 등지에 8곳의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거둬들인 매출 총액은 1300만달러(147억원).
임대료, 인건비, 재료구입비 등의 원가를 절감한 결과 전문의 집도 기준, 미국 일반 치과의 임플란트 수술비가 5천~7천달러인데 비해 유디는 4천달러. 유디는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미국에서 매년 20곳씩 치과를 새로 열 계획이다.

 

치과계의 反유디 정서엔 관심 없다?

 

유디를 둘러싼 국내의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2000년 처음 문을 연 유디는 대표원장 1명이 개별 지점 병원과 계약을 맺어 치료비 결정과 장비 구입 등 경영을 맡고 지점 병원 의사는 진료만 전담하는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형성, 규모의 경제를 통해 그동안 임플란트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었으나 이는 곧 ‘저질 의료’ 논란을 불러왔다.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유디치과의 과잉 마케팅과 상업주의를 비판하고 나선 것. 이런 논란 속에 국회는 2011년 12월 ‘의사와 의사간 병원 운영 간섭 금지’를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유디치과의 확장 전략에 제동을 걸었다.

 

결국 ‘유디는 이런 규제를 피해 미국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며 이 기사는 “10년 안에 미국 최대의 치과 네트워크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본다”는 유디치과 미국법인 김종훈 대표원장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이 한편의 드라마는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 불굴의 의지로 성공을 일군 善한 유디’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기사가 간과하고 있는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첫째, 네트워크 형성 과정의 적법성이 명료하지 않다.

유디치과는 그동안 고용 원장의 명의를 빌리는 편법으로 숫자를 늘려왔다는 의심을 받아 왔고, 1인 1개소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서 아직 명확한 입장에 서지 못하고 있다. 편법은 때론 정상적으로 법을 지키는 다수에게 위협이 되기도 하는데, 그런 편법이 공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미화될 경우 국민들의 법감정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디논란'의 본질도 함께 살폈어야


둘째, ‘저질 의료’의 본질은 유디의 운영방식에 있다. 

‘저질 의료’ 논란의 본질은 단위 치과의 원장이 자주 바뀌는 유디의 운영방식에 기인한다. 치과 의료의 가장 큰 특징은 지속적인 관찰과 치료인데, 의료진의 잦은 교체는 이 부분에서 결정적인 하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사에선 ‘저질 의료’ 논란을 단순히 가격 파괴에 따른 반작용쯤으로 얼버무리고 있다.  

셋째, 소비자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도 똑 같이 보호받아야 한다.

저수가정책이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는 것처럼, 치과의료 산업도 적정한 수가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즉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임플란트를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심한 가격 경쟁으로 치과 의료계 전체가 황폐해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노력도 인정돼야 한다는 뜻이다.

유디치과는 가격과 숫자를 무기로 시장우위의 독과점체제를 구축하려 들었고, 이 때문에 동네치과들마저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경쟁에 내몰렸다.

치협이 ‘유디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대로 갔다간 몇 십년을 한 곳에 뿌리 내려 주민들의 주치의 역할을 해온 동네치과들마저 설 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사실을 간과한 채 유디 미화가 끊이지 않는 건 전통적인 동네치과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유디와 그 아류들이 온통 차지해도 괜찮다는 의미인지... 

 

미디어들의 선한 유디만들기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네이버에서 치과를 검색하면 뉴스 카테고리를 차지하는 건 언제나 유디 관련 기사들이다. 이제는 그 대열에 보수 일간지 조선일보까지 합류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치과의사협회는 국민들에게, 회원들에게 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선과 악의 구분조차 분명하지 않은 이런 상황에서 치협은 무슨 명분으로 '유디와의 전쟁'을 이어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