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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완 칼럼

변태, 제대로 알고 쓰자!

[조성완의 고개숙인 남자]-⑯

 

 

어머, 이런 변태!”

저 남자 변태 아닐까?”

 

젊은 여성들은 외모나 매너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흔히 변태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남자는 밤에 여자를 괴롭히는(?) 변태일거라는 누명을 쓰고 산다는 말인데, 실제 변태에 대해 조금 더 알고 나서, 말조심을 하시는 것이 좋을 듯하다.

 

원래 변태자신의 강력한 성적 흥분을 위해서 비정상적인 상상, 대상, 행위 또는 방법을 사용하는 성도착증(paraphilia)’을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비정상 행위가 한 두 번이 아니라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이로 인해서 자신의 사회적, 직업적 또는 그 밖의 중요한 영역에서의 손상이나 심리적 고통을 유발할 때 진짜 변태환자로 진단된다.

 

변태에는 절편음란증(페티시즘: 이성이 쓰는 물건이나 머리카락과 같이 신체의 일부분에 집착), 이성복장 착용증(트랜스베스티즘: 이성의 옷에 집착), 소아 성애증(아이들을 대상으로 성욕을 느낌), 노출증(자신의 성기를 노출), 관음증(몰래 훔쳐보기), 성적 피학증(매조키즘), 성적 가학증(새디즘), 접촉도착증(버스,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에서 이성과의 접촉에서 흥분), 그 외에도 여러 성도착증(동물애증, 분변애증, 소변애증, 외설화증, 불결애증, 시체애증, 전화 외설증, 컴퓨터 외설증, 관장애증, 구강성교, 항문성교, 집단성교, 스와핑 등등)이 있다.

 

자신이 어떤 행위나 대상에 성욕을 느끼는가가 죄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 대상이 아이들이나 동물이거나, 그 행동이 상대에게 피해나 거부감을 주는 방식이라면, 사회적으로 크게 지탄받는 문제가 된다. 특히 아무런 방어능력이 없는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평생 수치심을 안겨주는 행동은 어떤 죄보다 크다고 하겠다. 그런 면에서 소아 성폭행 피의자가 너무나 가벼운 형벌을 받고 얼마 안 지나서 다시 다른 범행을 저지른다면, 변태 성욕자가 범죄자로 보이지 마음의 병을 앓는 단순한 환자로만 보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수련의 시절, 동네 놀이터에서 밤에 낯선 아저씨에게 추행 당했던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며칠간 밥도 안 먹고 이상한 행동을 보여, 아빠가 캐묻다가 사실을 알고 기겁을 해서 응급실을 찾아 온 적이 있다. 그 사이 시일이 지나고 목격자가 없어, 경찰에 연락했으나 가해자를 찾지 못했고, 다행히 별다른 신체적인 손상이 없어, 피해 학생의 정신적인 충격을 해소하기 위해 정신과 치료를 의뢰했었다. 당시, 눈물 글썽이던 아버지가 무척 인상적이라 잊지 못하던 중, 몇 년 뒤 길에서 우연히 아이 아빠를 만났다. 아이가 걱정되어 물어보니, 그 일이 계속 문제가 되었는지 소심했던 아들이 늘 외톨이로 지내다가, 중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가출해 버려 연락이 끊겼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듣고, 변태행위의 피해는 혼자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사실 명동 한복판에 비뇨기과로 개업해 있는 필자가 자주 마주치는 변태환자라면, 앞서 정의한 엄격한 의미의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진짜 환자보다는, 일탈을 시도하는 상대적인 변태행동을 고민하는 분들을 자주 본다. 사실 성생활에 있어 늘 틀에 박힌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짜릿한 쾌감을 크게 떨어뜨리다 보니, 이를 막기 위해 많은 남편들이 새로운 시도나 변화를 시도하곤 하는데, 그러한 시도가 도를 지나쳐 아내에겐 뭔가 꺼림칙한 변태행동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십여 년 전만 해도 남편이 구강성교를 요구하면 아내에게 변태환자로 몰리곤 했지만, 요즈음은 많은 부부와 연인 들이 암암리에 즐기는 전희행위에 하나로 취급받는 경향을 봐도, 사회적인 기준이 변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남편들은 아내가 아파하진 않는지, 거부감을 느끼진 않는지 배려하고 대화하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글: 조성완

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