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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책] Sorry works - 쿨하게 사과하라

의료분쟁 해결의 새로운 패러다임

  • 덴틴
  • 등록 2013.05.03 07:04:54

덴틴5 <책>은 이번엔 부산대 치전원 3학년에 재학중인 김민석 학생의 설명으로 '사과'에 대한 두권의 책를 소개합니다. 김민석 씨는 이 글에서 의료분쟁을 해결하는데 있어서의  ‘사과’의 역할을 흥미롭게 그려냈습니다.

 

 


"사람들은 사과를 나약함의 상징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과의 행위는 위대한 힘을 필요로 한다." 이는 정신의학자인 '아론라자르'의 말이다.

얼마 전, "쿨하게 사과하라"(정재승김호 )라는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그 책을 접하고 개인적으로 나는 사과의 정의를 'apologize'에서 'complex communication'으로 정립했다.

그리고 신기하게 "쏘리웍스" 또한 나에게 같은 맥락에서 '사과'를 정의하게 했다. 단지, 이 책은 미국의 모모한 병원에서의 에피소드들을 열거하며, 의료소송에 관해 환자와 의사가 최대한 인간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책의 내용에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진실 되게 사람을 대하면 언젠가 그들이 나에게 억겁의 보상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개인적인 철학을 늘 지니고 있었던지라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에 수긍한다. 더 나아가 대학원 커리큘럼을 정식으로 마친 후 사회에 나갔을 때, 좁게는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 나를 도와주는 스텝들, 나를 이끌어줄 멘토부터 넓게는 나를 믿고 의지하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까지 서로가 진심을 나누고 진실을 나누는 관계여야 하는 점에서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다.

미국에서 NGO로 출범한 "쏘리웍스"의 창립자인 더그 워체식은 형을 의료사고로 잃었다. 병원의 명백한 실수에도 불구하고, 일개 개인과 병원과의 소통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그가 원했던 진실과 사과도 충분하지 않았다. 결국 그의 가족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보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는 보상을 목적으로 한 싸움이 아니었기에 홀가분하지 않았고, 도리어 담당의사의 책임을 묻고 진실을 듣고 싶은 내면의 갈등에 불을 지폈다. 그러다 그는 "쏘리웍스"의 대표가 되었고 그는 진정성 있는 사과가 의료분쟁을 줄이며 사과의 의미, 사과의 방법, 사과의 과정, 사과의 결과 등을 통해 의료분쟁 사례가 실제로 많이 줄었다는 연구결과를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도 가슴 아픈 의료사고의 기억이 있었고, 인터넷이나 매체를 통해서도 심심치 않게 의료소송 뉴스를 접할 수 있다. 우리가 그 뉴스를 접할 때 가장 많이 보는 사진은 병원 앞에서 개인이 혼자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이다. 한국에서는 이 상황에서 결코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당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어도 병원 측에서는 환자의 충분한 동의를 구한 것이고 서명을 받았다며 도리어 뻔뻔할지언정 미안하다, 잘못했다는 목소리는 결코 들을 수 없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솔직히 '쏘리웍스'의 실현성은 아직 많이 미미한 상황이다. 그러나 '사과'라는 측면에서는 의사와 환자뿐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연결하는 다리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흔희들 말하는 'communication'에는 '언어적 communication''비언어적 communication'이 있다. 사과를 하는 상황에서 '잘못했다'라는 목소리만 전달하는 상황과 눈을 보며 손을 잡고 '잘못했다'라고 하는 상황은 상대방이 느끼기에 천지차이가 난다.

 

이는 '쏘리웍스'에서도 명시하고 있다. 의료소송이 발생할 경우에 '쏘리웍스'에서는 사과를 전담할 수 있는 병원 내 직원과 그 의사의 진료를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개인병원에서는 시행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병원운영, 환자진료, 병원시설까지 혼자 전담하는 개인병원에서는 이 방법이 이상적인 모순일 수 있다. 그러나 환자의 알 권리를 충분히 숙지하고 환자의 입장에 서서 의사에게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일지, 어떤 부분에 있어서 사과를 필요로 하는지를 고민한다면 진정한 '쏘리웍스'가 이루어 질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과'라는 것이 단순히 자존심을 버리고 상대에게 나를 굽힌다는 관념으로 많이 지배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판만 보더라고 당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상대방의 약점을 들추고 비꼬아서 더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사과를 하면 오히려 연봉이 오르고, 리더십이 높다고 평가된다고 한다.

옛 우리 속담에서도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사과'함에 있어서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시소타기는 없어야 한다. 사과의 피해자와 평등한 사과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의료업에서도 갑, 을 관계가 사라진지 오래다. 예전에 비해 월등히 높아진 소득수준과 환자들의 지적수준 또한 높아졌기 때문에 의료업종사자가 갑, 환자가 을이라는 고루한 사고방식으로는 인정받을 수 없다. 도리어 서비스업종으로 분류되어도 무방할 만큼 환자의 편익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 시대이다.

점점 변하고 있는 의료현실에 '쏘리웍스'를 접목시켜 나아간다면 이상적인 의료인으로 거듭날 것이다. '나를 대접하듯 상대를 대접하지 말고, 남이 대접받고 싶은대로 대접하라'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