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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진출 모델케이스 됐으면 좋겠어요”

잠시 귀국한 중국 허난성 안양시 구강의원 오세광 원장

덴틴에 중국통신을 연재하고 있는 오세광 원장이 지난달 말 오스템 미팅 참석차 귀국했다. 중국 허난성 안양시에서 성공적으로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처지라 자리를 비우기 힘들었을 테지만, 그로선 오랜만에 한국 나들이를 결심한 셈이다. 그래서 견문도 넓혀줄 겸 함께 일하는 중국인 치과의사와 병원의 수간호사까지 대동했다.  
행사 장소에서 만난 오 원장은 체중을 조금 줄였을 뿐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전히 진지했으며, 잘 듣는 대신 직설적이었다. 대화에서의 이런 자세는 간혹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결과를 놓고 볼 땐 훨씬 실효적이다. 핵심에는 근접도 못한 채 소득 없이 마음만 들키고 마는 하나마나한 대화가 얼마나 흔한 세상인가. 여기에 비하면 오 원장은 뭔가 확실한 것이 있지 않고선 웬만해선 말길을 트지 않는다. ‘필요한 얘기만 하기에도 바쁘다’는 주의이다.

 

 

현지 치의들로 한길치학연구회 결성

 

반가운 김에 우선 그쪽 사정부터 물었다. 치과 인력에는 애로가 없는지….
“우리 쪽 한 사람이 맡을 일을 중국에선 3사람이 해야 합니다. 스텝들의 개인능력에 차이가 있는 거죠. 중국에는 치과위생사 과정이 따로 없어서인데, 그래서 틈틈이 시간을 내 교육과 훈련을 꾸준히 할 생각이에요. 중국의 치과의사들도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의 파악이 잘 안돼요. 가령 연조직을 다루는 일은 잘 하지만 그 외의 부분들은 기본도 잘 모르는 정도죠.”
-중국도 임플란트가 이제 보편적 치료방식인가요?
“아니에요. 아직은 초기단계죠. 안양시에선 임플란트를 시작한지 2~3년 밖에 안됐다고 들었어요. 부작용이 과장되게 알려진 측면도 있고, 제가 지역 환자들을 상대로 케이스를 많이 쌓고 있는 중입니다.”

-그곳에서도 한길치학연구회 같은 모임을 만드셨다고요?
“안양시에서 영향력 있는 치과의사 10명 정도가 매주 모여요. 이들의 관심은 물론 임플란트죠. 이곳에서 가장 큰 치과의 원장도 이 모임의 멤버에요. 아마도 제가 가진 임상술이 궁금해서 참가했으리라 여겨지지만 뭐 상관없습니다. 첫 모임에서 중국 치과들이 실패한, 뼈가 거의 없는 임플란트 서저리를 성공시켰죠. 여기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기술을 나눠주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곳 인민의원에서도 스터디그룹 운영에 반대가 심했죠.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수많은 잠재 환자를 실질환자로 바꿔나가는데 제 혼자 힘으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다른 치과들도 임플란트를 시술할 수 있어야 잠재 환자들이 임플란트를 위해 치과를 찾게 됩니다.”

-치과를 시작하고 적자를 보지는 않았나요? 인민의원과의 합작조건은 어떤가요.
“큰돈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적자는 보지 않습니다. 첫 달부터 수익을 냈으니까요. 합작조건은 무조건 반반이죠. 치과운영은 제가 하고 이익은 반으로 나누는 겁니다.
-그곳의 치과환경은 어떤가요? 치과 수, 임플란트 수가 등….
“인구 150만의 안양시(행정구역상으론 500만)에 치과가 20~30개 정도에요. 개인치과도 있고, 종합병원에 딸린 치과도 7~8개 되죠. 그 중 가장 큰 치과가 체어 70대에 직원이 200명가량 됩니다. 임플란트 수가는 특진비를 빼고 1만2천元 정도니까 우리 돈으로 200만 원 가량이죠. 여기에 특집비를 붙이면 더 올라갈 수도 있고요. 기공소가 없는 게 흠이긴 한데, 여기선 기공소가 한 지역을 상대로 해선 실패합니다. 가령 우리 치과만 해도 350km 이상 떨어진 곳에 기공물을 맡겨요. 대신 기공료는 한국에 비해 싼 편이죠.”  

 

 

“한국 치의들의 역할 중국에도 도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할 텐데, 중국에 치과를 내게 된 동기를 좀 여쭤 봐도 될까요?
“제 자식이 중학교 때 중국으로 건너와 이곳에서 치과대학을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옆에서 임상이라도 좀 가르칠 요량으로 취직을 생각했었는데, 한 10년 이곳에서 진료한 친구가 다리를 놓아 안양시 인민의원과 합작개원을 하게 된 거죠. 인민의원과의 합작은 신분이나 안전 보장에 큰 힘이 됩니다. 합작과 동시에 국가기관으로서의 지위를 누리게 되는 셈이니까요.”   

-장비나 재료는 어떻습니까. 한국 제품을 많이 써시나요? 
“대부분 중국에서 구입했어요. 파노라마와 기구는 제가 사용하던 것을 갖고 갔고요. 소모품류도 중국에서 대부분 구입하죠. 품질이요? 유니트체어는 많이 후회하고 있어요. 한국제품에 비해 성능이 많이 떨어집니다.”
-한국 치과의사들의 진출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중국의 치과의료 시장에 대해 좀 설명해 주시죠.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중국은 잠재수요는 많지만 실질수요는 아직 부족한 편이에요. 인민들의 덴탈아이큐를 높여 잠재수요를 일깨우는 작업이 우선 필요한데, 그런 차원에서라면 개발의 여지가 많다고 봐요. 양질의 치과치료를 공급하는 일은 중국 자체의 힘만으론 당장은 어렵거든요. 한국 치과의사들의 진출이 대안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히 알아둘 것은 중국의 의료기관들은 우리와는 달리 철저히 돈벌이가 우선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광고와 마케팅에도 적극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친절 같은 서비스의 가치에는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중국에서의 오 선생님의 역할을 스스로는 어떻게 규정하고 계세요?
“한국 치과의사들의 진출에 하나의 모델케이스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많은 한국 치과의사들이 신분 및 안전보장에 취약한 상태로, 편법의 빌미를 안고 중국에서 개업을 하는데, 그러다보니 어느 날 자기도 모르게 범법자가 돼 맨몸으로 쫓겨나기도 하죠. 이런 측면에서라면 저는 상당히 좋은 개업 케이스이고, 필요한 분들과 그런 정보를 공유하고도 싶습니다.”

 

싸고 맛있는 과일 넘쳐나 ‘행복’

 

오세광 원장은 중국 생활에 큰 불편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식재료가 우리와 달라 다소 불편하고, 수질이 좋지 않은 점 그리고 개별난방이 어려운 상태에서 3월 15일 이후엔 난방이 끊기는 문제 등이 사소한 생활의 불편들이라고 털어놨다. 대신 싸고 맛있는 과일이 넘쳐나는 건 대단한 장점이라고.

오 원장 일행은 아주대병원 치과를 견학하고 짧은 국내 관광을 즐긴 후 일주일 만에 중국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