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시리즈를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심장이 먼저 반응합니다. 거대한 발소리,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 같은 랩터의 숨소리, 그리고 울음소리만으로도 존재감을 압도하는 티라노사우루스. 그런 공룡들을 처음 극장에서 마주했던 기억은, 이제 어느덧 ‘쥬라기공원’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하나의 감각처럼 남아 있게 되었죠.
이번에 개봉한 ‘쥬라기월드: 새로운 시작’은 그 감각을 다시 깨우는 동시에, 앞으로 이 시리즈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묻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공룡이 더 이상 섬에만 머물지 않고 인간의 세계로 흘러들어온 설정은, 말 그대로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새로운 세계는 기대만큼 놀랍지는 않았고, 오히려 무언가 뒤섞인 느낌이었습니다. 액션도, 드라마도, 향수도 모두 담았지만 어쩐지 하나로 잘 뭉쳐지지 못한 채 산만하게 흩어진 인상.
물론 반가움은 있었습니다. 앨런 그랜트, 엘리 새틀러, 이언 말콤, 이름만 들어도 그 시절 VHS 테이프의 냄새가 나는 인물들이 다시 모였으니까요. 그리고 그들이 신세대 주인공 오언과 클레어와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은 마치 세대 간 교차점 같은 장면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이것을 단순한 팬서비스라 말하겠지만, 어쩌면 쥬라기 시리즈를 통해 자라온 우리들에게는 그 자체로 충분한 보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거대한 공룡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만들어낸 욕망과 탐욕이었습니다. 유전자 조작, 생태계 교란, 식량 시스템의 위협 같은 설정들이 얼핏 현 시대의 위기를 비추는 거울 같기도 했거든요. 어쩌면 ‘쥬라기공원’이 처음부터 줄곧 해오던 질문, “우리가 정말 이 세계를 통제할 수 있을까?”라는 경고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울림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이 모든 장치와 메시지가 하나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쥬라기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정글처럼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도 아이처럼 설렐 수 있는 모험심이었는데, 이번 영화는 그런 흐름이 다소 끊겨 있었습니다. 공룡은 많은데, 정작 공룡이 중심인 이야기 같지는 않았달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를 계속해서 보게 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오늘의 어린 관객들에게도 이 공룡들은 다시 상상력의 문을 열어주는 존재가 될 테니까요. 영화가 끝난 뒤, 극장 밖을 나서며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는 그 기분. 쥬라기 시리즈는 여전히 그런 감정을 선물할 줄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