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6 (일)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신아연 칼럼

세 부모 밑의 아이들

[신아연의 공감]- <13>

여 동성애자 커플이 정자를 제공받아 아이 둘을 낳았으나 두 사람이 결별하게 되면서 정자 제공자까지 뒤늦은 양육권을 주장하는 세 부모 양육권 분쟁이 최근 호주 사회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사회 복지사인 레스비언 커플이 정자 제공으로 낳은 9, 11세 두 딸과 함께 한 지붕 아래 살다가 지난 2008년 두 사람이 헤어지면서 딸들을 낳은 여성, 즉 아이들의 생모(A)와 아이들의 아버지 역할이자 A의 남편 격이었던 동성 파트너(B), 두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인 정자 제공자(C)까지, 도합 세 명이 자녀들을 사이에 두고 힘을 겨룬 것입니다.

 

A와 헤어진 후 아이 둘을 둔 여의사와 다시 동성애 관계에 들어간 B전처(?)’ 사이에 낳은 두 딸을 자주 만날 수 없게 되자 정기적으로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분쟁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정자 제공자 C씨는 비록 친부로서 법적 지위는 없지만 생부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밝히고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왔고, A씨가 혼자된 후 보다 적극적으로 양육에 개입했으며 아이들도 그를 잘 따랐다고 합니다. 아이를 낳지도 않았고 생부까지 가까이 지내니 자녀들과의 관계에서 설 자리가 없어진 B가 존재감에 위기를 느끼며 송사를 일으킨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AB가 함께 살 때 A를 엄마라고 불러왔는데, 생부인 C와 아이들이 가깝게 지내자 헤어진 B가 느닷없이 자신도 엄마라고 부르라며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정신적 고통을 안겼다고 합니다.

 

법정은 자매가 계속 생물학적 엄마인 A와 살되 B와도 협의하여 이따금 만나고 C는 지금처럼 원하는 대로 아이들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무난하고 상식적인판결을 내렸습니다.

 

지난 번 동성애 문제에 대한 글 아내의 여자, 아들의 남자를 쓴 이후 꼭 한 달 만에 마치 후속편처럼 예상했던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번 송사는 동성애 부모를 둔 아이들, 엄격히 말해 엄마만 둘인 아이들혹은 아빠만 둘 있는 집 아이들의 혼란스런 삶이 극명하게 드러난 예로, 동성애 혼인 합법화를 코앞에 둔 호주 가정의 엉킨 실타래 같은 미래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여겨집니다.

 

동성애 부모 밑에서 대리모, 대리부에 의해 태어난 아이들이 생모, 생부의 존재 표명이나 적극적 개입으로 인해 부모가 셋이 되거나 동성애자의 남녀 역할 관계와는 무관하게 아버지 두 명, 어머니 두 명을 두게 될 경우 등, 남녀의 결합이라는 부부의 전통적 의미가 깨어지면서 부모의 정의도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성애 부부 숫자가 늘어나면 아동들의 가정 환경 조사서에 어머니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아버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성을 구분하는 난과 부모가 몇 명인지를 기입하는 난이 신설될지도 모릅니다. 동성 부모의 이혼과 재혼으로 또다른 동성 부모가 생기거나 아니면 상황이 바뀌어 이성 부모를 새로 얻을 경우 한 사람이 독립적 개체로 살아가기 위한 정체성과 삶의 혼란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최근 호주 총리 자리를 탈환한 케빈 러드는 동성애 결혼 합법화를 적극 추진토록 하겠다면서 이성 부부들에 비해 동성 부부들의 자녀 양육 태도가 보다 사려 깊으며, 신중하고 애정이 많을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예단을 했습니다.

 

똑똑한 여자는 얼굴이 못생겼다는 오래된 편견보다 더 근거없고 생뚱맞은 소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가정을 제대로 이끌고 자녀를 잘 돌보는 일은 부부 각자의 성숙도에 달린 일이지 어떻게 이성부부냐, 동성부부냐에 따라 달라질 일인가 말입니다.

 

이번 판결을 내린 법원은 자녀와 세 부모 간의 분쟁은 동성 결혼 합법화 이후 더욱 늘어날 것이며 어쩔 수 없이 우리 모두는 달라진 가정 형태에 적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는데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인지 갑갑하기만 합니다.

 

필자 신아연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1992년 호주로 이민, 호주 동아일보 기자, 호주 한국일보 편집국 부국장을 거쳐 지금은 같은 신문의 편집위원이다.
시드니에서 프랑스 레스토랑 비스트로 메메
www.bistromeme.com 을 꾸리며 한민족 네트워크, 두란노 아버지학교, 부산일보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이민생활 칼럼집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글 쓰는 여자 밥 짖는 여자>, 공저 <자식으로 산다는 것>을 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shinayoun

 

 

 


HOT Chart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