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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음악

[음악] The Verve의 대표곡 ‘Bitter Sweet Symphony’

- 부딪고 부딪치며 나아가는 치과계를 닮은..

 

멜로디보다 장면으로 기억되는 노래가 있습니다. The Verve의 ‘Bitter Sweet Symphony’도 그런 곡입니다.
뮤직비디오 속 리처드 애쉬크로프트(Richard Ashcroft)는 런던 거리를 묵묵히 걸어갑니다 사람들과 계속 어깨를 부딪히며. 누군가는 짜증을 내고, 누군가는 뒤돌아봅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습니다. 사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누군가를 공격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앞으로 걸어갑니다.

참 이상한 장면입니다. 분명 앞으로 가고는 있는데 어딘가 도착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1997년 발표된 이 곡은 브릿팝 시대를 대표하는 명곡으로 꼽히지만, 가사는 생각보다 훨씬 냉소적입니다. '돈의 노예가 된 채 살아가다 죽는다'는 직설적인 표현까지 등장합니다. 사람은 변화를 꿈꾸지만 결국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반복되는 삶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요즘의 치과계를 보면 가끔 이 노래가 떠오릅니다. 우리는 늘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개원 환경은 어렵다고 하고, 의료 질서는 무너진다고 말합니다. 과잉 경쟁과 저수가, 플랫폼 문제와 불법 의료광고, 보기에도 민망한 선거 문화까지 매번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됩니다. 누군가는 '이번엔 정말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이대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치과계는 다시 익숙한 자리로 돌아갑니다. 갈등은 봉합되는 듯하다가 또 반복되고, 개혁은 구호로 남고, 회원들은 피로감을 이야기합니다. 마치 사람들과 계속 부딪히며 같은 거리를 걸어가는 ‘Bitter Sweet Symphony’의 장면처럼 말입니다.
그나마 흥미로운 건 이 노래가 완전히 절망적으로 들리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웅장한 스트링은 이상할 정도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만들어냅니다. 허무를 노래하면서도 끝내 걷기를 멈추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밖에서 보는 치과계도 비슷한 모습이지 않을까요. 누군가는 여전히 학회를 준비하고, 누군가는 늦은 밤 강연 자료를 만들고, 또 누군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환자를 지키며 하루를 버텨냅니다. 선거로 다투고 제도로 충돌하면서도 결국 다시 진료실 문을 열고 현장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이 노래 제목이 더 묘하게 다가옵니다. Bitter. 그리고 Sweet. 씁쓸하지만 완전히 절망할 수는 없는 세계. 부딪히고 흔들리면서도 결국 다시 앞으로 걸어가는 사람들. 어쩌면 지금의 치과계가 딱 그런 교향곡의 파장을 지나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희망은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