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도 하기 전에 직무가 정지된 김민겸 당선인 측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유발한 당사자의 입장치고는 지나치게 당당해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
김민겸 회장 당선인과 장재완·최치원·최유성 부회장 당선인은 지난 4일 회원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법원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이번 사안을 “투표 결과를 무효화하려는 부당한 의혹 제기와 프레임”으로 규정하고,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본안 소송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소송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자체를 나무랄 순 없지만, 문제는 시점과 태도이다. 법원은 이미 선거 과정에서의 중대한 위법성과 그로 인한 결과의 왜곡 가능성을 인정해 당선인들의 직무집행을 정지하는 가처분을 인용했다. 단순한 절차적 다툼이 아니라, 선거의 정당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럼에도 당선인 측은 호소문에서 ‘회원의 선택을 무효화하려는 시도’라는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른바 음모론을 들고 나온 셈인데, 하지만 직무정지의 귀책 사유가 순전히 당선인 측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선관위가 지난 선거에서 후보들에게 때린 총 7건의 징계 가운데 6건이 김민겸 후보에게 집중된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캠프가 얼마나 거리낌없이 선거를 치렀는지 자명해지기 때문이다.
징계 사유 또한 결코 가볍지가 않다. 선관위 공고에 따르면 ▲부산대학교치과대학 동창회 회원의 동의 없이 이 회원의 명의를 이용해 지지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허위로 작성·유포(공개경고), ▲‘힐링어버트먼트 사태 해결’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유권자의 판단을 오인시킬 수 있는 표현 사용(시정명령), ▲선관위의 판단을 받은 사안임에도 보도자료에 유권자의 오인을 유발할 수 있는 특정 단어를 지속적으로 사용(시정명령), ▲최종 종결되지 않은 사안임에도 선거 홍보물에 확정된 것처럼 단정적으로 표현해 유권자의 오인을 유발(시정명령), ▲박태근 집행부의 현안 및 대응에 관련해 허위 또는 왜곡된 내용을 포함한 표현 사용(시정명령), ▲특정인의 명의를 이용해 실제 발신 주체를 오인할 수 있는 방식의 조직적 선거운동 진행(시정명령) 등이다.
더욱 놀라운 건 이 많은 위반 사실이 유권자들에겐 단 한건도 공개되지 않은 채 선거가 끝나 버렸다는 점이다. 그것도 불과 95표 차이로.. 상황이 이럴진대 어느 누가 기꺼이 결과를 수용할 수 있을까. 호소문은 "어떠한 경우에도 승복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냐"고 따졌지만, 그 '어떠한 경우'에 불법과 불공정까지 포함되진 않는다.
당선인 측의 '회무 공백' 걱정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치협은) 소모적인 분쟁으로 귀중한 골든타임을 허비할 여력이 없다'고 했지만, 회원들은 그럴수록 정상적이고 깨끗한 집행부가 모두의 성원속에 그런 중요한 일들을 맡아주길 바랄지도 모른다.
따라서 지금은 자숙이 그나마 회원들에게 진정성을 보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호소문이란 게 꼭 필요했다면 그 메시지는 변명과 원망이 아니라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데 대한 반성과 사과였어야 했다. 당선인 측은 그럼에도 끝까지 "지난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임원들이 협회를 굳건히 지켜주는 동안 흔들림 없이 본안 소송에 임해 선거 과정의 모든 진실을 투명하게 밝히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실을 밝힐 기회는 이미 두 차례나 있었다. 그때 못한 '혐의 벗기'가 본안 소송에선 가능할지 함께 지켜볼 일이지만, 다툼이 길어질수록 치과계의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일단 당선인의 직무를 멈춰 세우는 데 성공한 박영섭 후보측은 반박문을 통해 "김민겸 캠프의 불법 선거운동은 이미 법원과 선관위 판단을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안인 만큼 이를 부당한 의혹으로 몰아가는 것은 해명이 아니라 명백한 왜곡"이라며 "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