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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신간] 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

작가 신아연의 맛깔스런 공감의 언어들

덴틴에 ‘신아연의 공감’이라는 타이틀로 칼럼을 연재중인 재호 작가 신아연 씨가 최근 칼럼집 ‘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를 펴냈다.
‘칼럼니스트 신아연의 맛있는 호주이민 이야기’를 부제로 단 이 칼럼집은 작가가 자유칼럼그룹(www.freecolumn.co.kr)에 발표한 77편의 이야기를 내용에 따라 다섯 개 묶음으로 분류해 담고 있다.
그중 ‘나이듦, 편안함’ 묶음에 실린 ‘제발 나를 아줌마라고 불러주오!’의 한 대목.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역 내에서 느닷없이 “아줌마!” 하는 또렷하고 낭랑한 음성이 쨍하니 울려왔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아줌마’였습니다.
“누군지 어지간히도 ‘아줌마스러운’가 보다. 요즘 세상에 아줌마 소리를 다 듣고”라며 비웃음을 머금는 순간, “아줌마, 시내로 가려면 어느 쪽 지하철을 타야 되나요?” 하며 상큼한 아가씨 하나가 제게 길을 물어왔습니다. 아! 그 ‘아줌마’는 바로 저였던 것입니다.
대학생 차림의 해맑은 미소를 띤 여학생이 저를 빤히 쳐다보며 우리시대 금지된 호칭인 ‘아줌마’를 입에 담고 있었습니다. 한순간에 일격을 당한 듯 저는 아찔해졌습니다. ‘저 학생의 눈에는 내가 제대로 된 아줌마로 보인단 말인가.’
그 아가씨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주인공 꼬마처럼 허위와 속임으로 어설프게 부풀어 있는 가식적 호칭 세태에 신선한 일갈을 날린 것입니다.…

 

신아연 작가의 글은 적당한 탄력으로 오래 씹히는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입안에서 굴리면 굴릴수록 은근한 단맛이 배여 난다고나 할까.
때문에 독자들에게 이 칼럼집은 어릴 적 어쩌다 받아 든 00제과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뜻밖의 황홀감을 안겨주는데, 작가 자신도 굳이 글쟁이로서의 그런 자신감을 숨기려 들지 않는다.

신아연 작가의 말.
“좋은 글을 쓰려면 삶이 치열해야 한다는데, 별로 열심히도 안 살면서 글만 열심히 쓴 것 같아 면구스럽습니다. 그나마 그저 나 먹자고 차린 조촐한 밥상, 장에서 빠진 숙변처럼 혼자의 이야기일 뿐이라 덜 부끄럽습니다. 그럼에도 쉬운 글이 자아내는 공감의 언어, 나눔과 소통의 언어들로 맛깔스럽고 재미있게 잘 버무렸다는 칭찬들을 해주셔서 보람 있고 즐거웠습니다.”


신 작가는 그 보람과 즐거움을 평생 안고 살 셈인지 서문 말미에 “누에고치가 실샘을 통해 끊임없이 실을 잣듯이 제 속에 글샘이 있어 죽을 때까지 이 ‘짓거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고백했다.

당대출판사가 만들었고, 344페이지 분량에 값은 14,000원. 전국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작가 소개> 

 신아연 작가는 1992년 호주로 이민 후 호주동아일보 기자, 호주 한국일보 부국장을 거쳐 지금은 같은 신문의 핀집위원으로 일하며, 한국의 덴틴, 자유칼럼그룹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이번 칼럼집은 이민생활 칼럼집 ‘심심한 천국, 재밋는 지옥’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와 공저 ‘자식으로 산다는 것’에 이은 작가의 네 번째 작품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