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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안 팔아 · 안 사 1 : 상식과 신의(信義)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26>

 

   중학교 때 ‘공민(公民)’은 사회과목의 원조로, 내용은 기본 법률상식과 공중도덕이었다.  “국회의 동의를 받은 국제조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는 구절을 기억한다.  국가 간 신뢰와 안정을 위하여, 어느 나라 헌법에도 이런 쌍무 조항이 있다.  어릴 때 잘 배워야 히틀러 같은 돌 아이가 나중에 딴 소리를 못한다.
 조선조가 대물림한 가난에 일제 수탈과 전쟁의 포화까지 덮쳐, 미국 원조로 연명하던 최빈국 대한민국이 살길은, 미국의 권고요 박정희의 소신인 한일국교정상화와 경제협력이었다.  1965년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에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이 타결되고, 경제협력 협정으로 무상 3억 유상 2억 상업차관 3억, 총 8억 달러를 제공받는다.  그해 12월에 발효된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에는 “양 체약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  확인”, 제3조는 “해석 및 실시에 관한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하여...   해결이 안 되면 30일 이내에 제3의 중재 위원...   ”으로 명시 되어있다.

 

   조약문에 이중삼중으로 안전망을 둘렀지만, 위안부와 강제징용이 또다시 한일관계에 걸림돌로 떠올랐다.  ‘65 한일기본조약은 국가 간 타결이고 개인적 피해는 별개라는 주장이 제기되자, 노무현정부의 ‘민관공동위원회는(위원장 이해찬 총리,  위원 문재인 민정수석)’ 일본군 위안부·사할린 한인·조선인 원폭피해자의 3개 항에 대해서만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남아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5).  징용·징병 피해자 보상은 1965년 이미 ‘종결’되었으나, 당시 정부가 이를 경제건설에 돌려 쓴 것이라 하여, 2007년 특별입법으로 사망자 유족과 부상자에게 6,200억 원을 지급하였다.  그러나 2012년 대법원(주심 김능환대법관)이 “외교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할 수 없다.”라고 판결하여 또 불이 붙었다.  파기 환송되어 다시 올라온 건을, 박근혜 정부가 오늘 같은 혼란을 예상, 최종판결을 늦추려다가 ‘재판 거래’ 적폐로 찍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하고, 대통령이 김명수 및 두 대법관을 임명한 다음, “손해와 고통에 따른 개인 청구권이 살아있다.”는 최종 승소 판결이 나왔다(181030: 조선일보 최보식이 만난 이원덕 인용).  이런 경위를 알고도, 사법부 결정에 개입할 수 없다는 문대통령 말을 아베수상이 수긍할까?   내용이 일본 국내법과 충돌해도, 일본국민과 기업이 한국법원 판결을 받아들일까?  한일위안부문제 협상은 2015년 양국이 타결, “최종적으로, 불가역적으로 종결되었음”을 선포했다.
 박근혜가 어렵게 봉합한 이 건도, 문대통령은 “피해자를 배제...  분명한 잘못”이라고 한다.  모두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도돌이표’다.

 

  1910년 외형상 일본과 한 나라가 된 조선은 연합군의 이차대전 승리에 기여도가 없어, 필리핀·베트남과 달리 전승국 지위를 얻지 못하였고, 샌프란시스코 조약에도 거부당하여 사실은 배상 요구 즉 청구권이 복잡하다.*  김정은의 핵 공갈과 시진핑의 패싱으로 국제현실이 엄혹해져 어느 때보다 한미일 공조와 유연한 외교가 절실한 시점에, 전임정부가 맺은 조약을 일방적으로 ‘적폐몰이’하면, 국가 간 신의칙(信義則)이 ‘개 무시’ 될 수 있다.  중학교 공민에서 배운, “권리에는 당연히 의무가 따른다.”는 상식과 충돌한다.  촛불은 사이시옷이 들어간 ‘초의 불’이다.
 초는 초법(超法)적인 괴력을 발휘하여 정권교체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천안문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한 시진핑과 첫 만남에서, ‘촛불 혁명 대통령’을 자랑한 것은 실수 아니면 결례다.  중남미의 작은 나라 원수도 알 건 다 안다.  실수나 결례가 잦으면 국제무대에서 외톨이가 되고, 피해는 고스라니 국민에게 돌아온다.

                                    

* 태평양전쟁 ‘전범’으로 연합국에 처형당한 조선인만 23명.  많은 역사가 그러하듯 110년 전 합병의 적법여부도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명색은 식민지수탈에 대한 배상이지만, 위안부·징용 등 실제사건은 모두 합병 30년 뒤인 1940년대 전쟁 중의 일이다.  조약체결 때 의도적 모호성 때문에 배상이냐 보상이냐 어휘 하나도 합의를 못하니까, 사드 때 문대통령의 명언처럼, ‘봉합’으로 갈 수밖에 없다.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