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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기공

누가 임춘희 집행부의 요람을 흔드나?

신구세력 반목 양상.. 치위협에도 '선거무효소송'


오랜 기다림 끝에 대한치과위생사협회 임춘희 회장이 지난달 19일 세종호텔에서 취임식을 겸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3월 9일 같은 장소에서 대의원들의 선택을 받은 지 딱 103일 만이다. 그동안 회무를 안한 건 아니지만, 법률적인 권한 행사엔 한계가 있었다. 이유는 직무대행 체제를 종결하는 문제가 남아 있었기 때문.
과정도 무척 복잡해서, 먼저 수원지방법원에서 문경숙 회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 결정을 취소시켜야 했는데, 여기에만 두달 이상이 소요됐다. 이후 등기소에서 관할 동대문등기소로 직무대행자 말소등기촉탁서를 발송했고, 이 촉탁서가 도달한 5월 24일에서야 치위협은 새 회장의 등기를 완료할 수 있었다. 한번 꼬인 매듭을 푸는데에 얼마만한 과외의 노력이 필요해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시간이었다.
임춘희 회장으로선 그러므로 취임식이란 이름으로 기자들과 마주 앉은 이날이 무척 감개무량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그는 마이크 앞에서 몇번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40년을 잘 살아왔지만 단 1년이 문제였다'거나, '믿고 도와주고 기다려준 많은 분들'을 언급한 이후에는 장내에 긴 침묵이 이어지기도 했다. 임원들을 소개하는 순서에선 박정란 부회장 역시 몇차례 말을 끊고 감정을 추스렸다. 공식적으로야 이제 막 출범한 신생 집행부이지만, 이들은 이미 지난 두번의 선거과정에서 겪을 걸 모두 겪은, 그래서 더욱 애틋해진 오랜 전우들처럼 느껴졌다.   
임춘희 회장은 이날 몇 가지를 얘기했다. 첫째는 정직과 믿음으로 회무에 임하겠다. 둘째, 치과위생사의 법적업무범위를 현실화에 노력하겠다. 셋째, 13개 시도회와 동반자적 관계로 협치 하겠다. 넷째, 치과위생사의 전문가적 가치를 높여 나가겠다.
이 약속들을 하나하나 꼽아보면 임 회장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회무에 임하려는지를 금방 알 수가 있다. 바로 '본인에게도, 회원에게도, 치과계에도, 국민에게도, 신뢰받는 회무를 펼치겠다'는 각오를 전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그의 의지를 격려했다. 
하지만 오랜기간 신구 세력이 대립해온 치위생계는 이미 내상을 크게 입고 있었다. 그리고 내상이 깊은 만큼 임 회장의 다짐과는 무관하게 지난 3월의 선거에서 문제를 찾으려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이날 취임식에서도 선거무효소송 얘기가 나오지 않은 건 아니지만 집행부는 '그런 얘기를 듣고 있고, 준비도 하고 있다'고만 언급했었다. 이 소송은 오래지않아 구체화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일주일 뒤인 26일 소송단의 이름으로 각 신문사에 보도자료 한통이 전달된 것이다.

 


김윤정 외 4인의 소송단은 이 보도자료에서 '일부 후보 측에 의해 만들어진 대의원들이 선거를 치뤘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면서 '정당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대의원들에 의한 회장 선출은 무효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치위협은 '몇몇 쟁점에 대한 확인과 소명 절차를 거쳐 선출의 당위성을 입증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면서 '판결 시까지 회원들을 위한 정상회무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시시비비야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자칫 치위협이 또 다시 기약없는 무정부 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이미 치협도 경기도치과의사회도 선거무효 사태를 겪긴 했어도 1년여 동안 선거는 물론 총회조차 치르지 못한 치위협과는 사정이 많이 달랐다. 따라서 다소 무리가 따르긴 했지만, 지난 3월의 총회도 '또 다시 선거가 무산돼선 안된다'는 절박함이 현장에 작용한 결과로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서로의 잘못을 따지다 보면 처음이 어딘지조차 헷갈리게 된다. 8만5천 회원들을 위한 성실한 회무가 목표라면 기왕 출범한 집행부를 독려해 오류를 바로 잡아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새 집행부도 줄곧 제반 규정을 개선하고 정비해 나갈 뜻을 밝혀 왔었다.
 
지난 주말엔 그랜드힐튼 서울에서 '국민의 구강지킴이, 국민 속의 치과위생사'를 주제로 치위협 창립 42주년 기념 종합학술대회 및 제19회 치과위생사의 날 행사가 열렸다. 이날 많은 정관계 인사들과 치과계 인사들이 개회식에 참석해 회원들과 함께 진심으로 치위협의 발전을 축하했다.
이들의 바람대로 치위협에 더 이상의 혼란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치위협 임춘희 집행부 탄생의 경과     
아시다시피 치위협은 2018년 3월 이래 근 15개월을 표류했다. 전임 집행부는 서울회의 대의원 자격을 빌미로 선거총회를 무산시킨 후 회원들을 징계하고, 선관위를 해체한 데 이어 규정을 바꿔 멀쩡한 후보의 출마자격까지 박탈했다. 결국 법원의 개입으로 문경숙 회장이 물러나고 직무대행이 회무정상화의 임무를 떠안았으나, 이번엔 직무대행과 이사회가 사사건건 부딪쳤다. 직무대행은 이사회가 자신을 옴짝달싹을 못하게 한다고 호소했고, 이사회는 직무대행의 태만을 지적했다.
우여곡절 끝에 선거 일정이 잡히고 두명의 후보가 등록을 마쳤지만, 선관위의 후보자격 심사에서 회원의 의무를 미이행한 사실이 발견된 정순희 후보가 중도 낙마했다. 이제 한명의 후보로 찬반 선거가 치르지나 싶었지만, 선관위는 돌연 선거 당일 아침 대의원들에게 문자를 뿌려 그 한명의 후보등록 역시 무효라고 통보하고 말았다. 이유는 임춘희 후보가 징계를 받은 사실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회원들의 탄원서가 접수됐다는 것. 총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선관위원들이 퇴장하고 즉석에서 선임한 참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의원들은 한사람 한사람 신분확인을 거쳐 기표소로 향했고, 임춘희 집행부는 이렇게 해서 천신만고 끝에 탄생했다.
부회장 박정란 · 이미경 · 박정이 · 유영숙, 총무이사 안세연, 법제이사 전기하, 재무이사 송귀숙, 학술이사 강경희, 홍보이사 이미애, 연수이사 김민영, 국제이사 김경미, 정통이사 형주희, 대외협력이사 한지형.
치과계는 임 회장의 '춘'자를 따 '치위협에도 봄이 왔다'며, 새 집행부의 탄생을 반겼다.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난 치위협에 따뜻한 축하의 박수를 보낸 것이다. 임 회장도 이런 전후사정을 감안해 취임 일성으로 '신뢰'를 내세웠는지 모른다. '네편 내편 없이, 살아온 바탕 그대로 모두가 믿을 수 있는 회무를 펼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