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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고약한 세상 6 : 빨간 홍시 맛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11>


 

   오월부터 일본 연호가 헤이세이에서 레이와(平成-令和)로 바뀐다.  쇼와 이후 평화의 첫 걸음까지(平 + 和), 꼬박 30년이 걸렸다.  신라 진덕여왕이 연호를 버리고 조공을 맹세한 것이, 오늘날 시진핑에게 “역사상 한국은 중국의 변방이었다.”는 헛소리의 빌미를 줄만큼, 고유 연호는 한자권 국가들에게 독립의 상징이었다. 고종이 국호 대한제국·연호 광무를 선포한지 13년 만에 순종이 국권을 잃자(융희 4년1910), 지옥 같은 500년 세월을 살아온 노비와 천민과 한양에 출입조차 자유롭지 못했던 승려들이, 지배계층의 분노에 과연 얼마나 공감했을까?  인터넷에서 “기미 독립선언서’를 처음 읽고 감동했다”는 말에 정말로 놀랐다.  필자가 중2때엔가 전교생이 줄줄 외우던 숙제였다.  상대를 친일파로 때려잡는 패거리싸움으로 시작, 선언서 초안을 쓴 ‘육당 최남선 죽이기’를 거쳐, 어물쩍 내쳐진 것이다.  힘차고 유려한 서술보다 내용을 보자.  오천 년 역사 2천만 ‘민족’의 ‘자유’발전, 각개 ‘인격’의 정당한 발달, ‘인도적 정신’ 등을 내세우고, 조선은 독립국이며 조선인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하였다.  구년 전에 패망한 대한제국의 ‘황제’는 단 한 마디 언급도 없다.  일제 속박이 눈과 귀를 가린 식민지 지식인이, 글로벌한 ‘시대정신’을 읽고, 곧 이어 수립될 임시정부의 ‘민주공화’ 정신을 명백하게 예시(豫示)한 것이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가 3·1운동과 독립선언문을 고무·촉발한 것은 사실이나, 선언서는 전 세계 피압박 민족에게는 궐기의 신호탄이요, ‘대한민국’ 수립을 선포한 임정의 정통성을 확립시킨 역사의 큰 걸음(巨步)이었다. 

 

   민족대표 33인은 종교인들로 공산주의자는 없었다.  또한 국제정세에 눈이 트인 동경유학생의 2·8선언문이 먼저 민족대표에게 전달된 것은 맞지만, 북한의 ‘평양 발원지’ 주장은(3·1 숭덕 대–인민봉기 주장), 기록과 시차로 보아 하나의 코미디이며, 김일성의 부친 김형직 연계설도 선언문 내용상 생뚱맞다.  다만 공산당의 주특기인 거짓말로 역사를 ‘만드는 재주’만은 놀랍다 (오웰의 소설 1984; 眞實省).
 그래서 FBI 후버국장의, “A Good Commie is a Dead Commie!”, 즉 ‘죽어야 낫는 병’은 명언이다.  생각이 180도 다른데 3·1절 100주년을 함께 기념하자는 발상은 ‘코미디 2’다.  룸살롱에서 낯 술에 취해 경찰에 전화하여, “날 잡아 가시오.” 했다는 연예인(?) 설 모씨의 개그는, 민족대표를 폄하하는 평양 식 해석이다.  거의가(김병조 망명, 길선주 무죄, 양한묵 사망) 1년 반 - 3년의 옥고를 치르고, 사상범 전과자로서 20여 년 일제치하를 살아야 했으며, 최남선을 포함하여 4명의 변절자가 나왔다.  고등계형사가 잡혀온 독립운동가(사상범)에게 “독립군 새끼!”를 반복하기 불편하니까, 싸잡아 “빨갱이” 했을 수는 있다.  천황제 군국주의에 코민테른 혁명선동가는 최악의 적이니까.  그러나 우리가 아는 빨갱이는, 6·25때 갑자기 붉은 완장에 죽창을 들고, 동네어른들이 ‘악질반동’이라며 잡으려고 설치던 어제까지의 옆집아저씨다.  그 이름에 펄쩍 뛸 사람은 평양에는 없고, 십중팔구 제 발이 저린 위장간첩 또는 매복·은신 중인 종 북 내지 평양 동조세력들일 것이다. 
 
   한류드라마의 백미 ‘대장금’에 어린 장금이가 ‘될성부른 떡잎’의 절대미각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표고와 간장으로 양념한 고기볶음을 맛보고는, “홍시입니다.  설당이 아니고 홍시입니다. 홍시 맛이 났는데, 그냥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인데, 어찌 홍시라고 생각했느냐고 물으시면...”  새빨간 홍시가 여섯 번 나온다.  문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빨갱이’를 다섯 번인가 반복했다는 뉴스를 보고 혼자 피식 웃은 이유다.  잘 익은 홍시와* 입에 익은 낱말은 냅 두자.

                                            
* 초겨울 감나무에 높다랗게 매달린 까치밥 얘기니까 오해가 없으시기를...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