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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정치적 제스처'로 의심받은 어떤 시위

이상훈·강현구·김재성 원장, 치협서 '구순구개열' 피케팅

 

지난 16일 오전 한 무리의 치과의사들이 치협회관으로 들이닥쳤다. 그리고는 미리 공지한 기자들에게 성명서를 나눠주고 곧장 피켓 시위에 들어갔다. 이들의 피켓에는 '전문의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구순구개열 고시와 관련하여 협회는 치의학회 등을 통한 행정소송에 당장 나서라!!', '치과의사 위에 치과의사 없고 치과의사 밑에 치과의사 없다' 같은 구호가 적혀 있었다.
성명서는 좀 더 구체적이었다. 요약하면 '이번 고시는 치과의사의 고유 진료권을 박탈하고 전문의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책으로, 보철 등 새로 급여에 편입될 항목에도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는 만큼 치협은 치의학회 등을 지원해 구순구개열 요양급여 적용기준의 시술자를 치과교정 전문의 자격자에서 치과의사로 바꾸는 행정소송에 당장 나서라'는 요구였다.


맞는 말이고 필요한 주장이긴 하지만, 이 문제는 두달 전 한국치과교정연구회 최종석 전 회장의 1인 시위를 계기로 이미 공론화의 과정을 거친 사안이다. 지난달 21일 열린 치협 대의원총회에선 대의원의 질책성 질문을 받은 마경화 보험담당 부회장이 어려웠던 공단과의 입안 과정을 소개하면서 '치협도 현재 복지부와 개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중이지만, 관련 학회들이 나서 소송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빠를 수 있다'고 답변했었고, 같은 달 26일에 열린 치의학회 총회에서도 참석 학회 합의로 ▲치과교정과 전문의 자격제한을 철회하여 일반 모든 치과의사들이 시행할 수 있도록 개정할 것 ▲술전유아악정형장치 치료 및 골격성 고정원 식립 및 제거 관련 의료행위에 대해 재논의 할 것 등 2개항의 촉구안을 채택, 보건복지부와 치협에 전달했다.


치과계 전체가 이미 고시의 부당성을 인지하고 개선을 위해 각자의 입장에서 힘을 보태고 있는 셈.
그럼에도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던 '의료정의 및 치과계 개혁실천 전국치과의사협의회(공동대표 현종오 김용욱)' 라는 단체가 갑자기 피켓을 들고 나타나자 주위에선 의아하다는 표정들. 더구나 이날 피케팅에 나선 이들이 이상훈, 강현구, 김재성 원장으로 알려지자 대부분 시위 자체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분위기였다. 세 사람이 지난 선거에서 각각 치협, 서치, 경치 회장후보로 출마한 전력이 있기 때문인데, 따라서 이번 시위도 구순구개열보다는 '차기 어젠다 선점을 위한 정치적 제스처'로 보는 시각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들이 진심으로 구순구개열 급여 문제를 걱정한다면 치협만 윽박지를 게 아니라 기왕 싸움을 시작한 치과교정연구회 최종석 전 회장을 도와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방법이 훨씬 합리적이지 않겠느냐는 것.


당사자들로선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겠으나, 설사 그렇더라도 구성원들이 워낙 정치색이 강한 인물들이어서 받게 된 오해 쯤으로 치부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대한치과교정학회 평의원이기도 한 최종석 전 회장은 현재 가처분 신청을 내고 싶지만, 막대한 법률비용 때문에 선뜻 첫 발을 떼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날 치협 앞 시위에는 세 사람 이외 현종오, 김용욱 공동대표도 참석, 1천여명의 명단이 든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헌법소원 철회 요구 서명지를 사무국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