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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천천히 걷는 멋 3 : 보훈둘레길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204>


 

   대전은 본시 식장·보문·계족(食藏 寶文 鷄足) 세 개의 산이 둘러싼 해발 100m의 아늑한 분지다.  계룡산 영험한 정기에 힘입어 홍수·태풍 등 자연재해가 모두 비켜간다.  조선조 궁궐터후보 영순위로 천하의 무당이 모여들어 치성을 드렸으며, 결국 삼군의 심장부 계룡대·자운대 및 정부종합청사가 옮겨왔다.  그래서 이제는 광역시로 훌쩍 컸다.  먹거리를 품었다는 남쪽 식장산은, 가끔 검게 탄 쌀이 나오던 신라·백제의 경계로, ‘성재’라는 능선이름(옛 백제)을 전한다.  가장 높은 598m의 수리봉에는, 휴전 후에도 대전고에 주둔했던 미 통신대대와 태평양사령부를 잇는 중계 탑이 있었다.  신흥초등학교는 겨울방학에 상급반 학생을 불러내 식장산에 올랐다.  선생님은 몽둥이 들고 밑에서 기다리고 학생들은 위에 올라가, 일제히 와! 함성을 지르며 내리달리면, 앞다리 짧은 토끼가 놀라 뛰다가 나뒹굴어, 선생님들 손에 잡힌다.  한겨울 극기 훈련이요 영양보충이었다.  서쪽 보문산은 전망 좋은 보물이다.  수통 골로 시루봉(457m)에 오르면 마지막 100m는 급경사 유격훈련장이다.
 술과 담배를 배운 추억의 산, 공원도 많은 데이트코스다.  신라가 쌓은 동북쪽 계족산성(423m)은 야경이 일품인데, 선양소주 조웅래 사장이 맨발 체험 장 황토 길을 만들어, 매년 2천t을 리필 한다.  동쪽 대청호에서 피어 올라오는 음이온은 덤이다.
 산성을 삥 두른 14.5Km가 버거우면, 다목적광장까지 왕복 한 시간만 걸어도, 이 산이 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100선’에 뽑혔는지를 깨달을 것이다. 

 

   3 대산 등산로는 힘에 부쳐 진작 포기했다.  대덕연구단지는 신성-성두산·우성-화봉산·매봉산이 슬하에 거느린 분지 옆의 분지로서, 아침저녁 산책에 합당하나, 나이가 들수록 초반 백여 미터 급경사가 발목을 잡는다.  단지에서 공주방향으로 조금 더 가면, 또 다른 분지, 계룡산 최고의 명당인 국립대전현충원이 있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125.000여 위가 영면하는 백만 평 성지에, 누구나 걸을 수 있는 10.04Km (天使미터)의 ‘보훈둘레길’을 만들었다.  오르내림이 야트막하고 힘겨울 때  빠져나오기 수월하게 배치가 잘 되어있다.  쉬엄쉬엄 걸어서 두 시간 반이요, 눈이 꽤 쌓여도 아이젠 한 켤레로 충분하다.  필자가 선택한 ‘걷기 코스 3’다. 

 

   엄밀하게 말해서 시신을 안장하는 묘지와 숭고한 희생 및 뜻을 기리는 현충원은 어감이 살짝 다르다(Cemetery Vs. Memorial).  1955년 국군묘지로 창설하여 순직군인 및 종군자 영현을 안장한 서울현충원 43만평에, 국가원수·애국지사·국가유공자·경찰관·참전 예비군이 추가되면서 54.000위로 포화에 이르자, 1979년 대전분소로 출발한 시설이 대전현충원이다.  두 현충원 모두 유해를 수습하지 못해 봉안한 위패와 신원불명의 무명용사 묘역이 따로 있다.  대통령 경호는 암살자 제압보다 육탄방어가 먼저다.  이처럼 군인은 항상 나를 던질 수 있게 준비된 국가와 국민의 방탄조끼인 까닭에 존경받는다.  둘레길 초입 ‘호국철도기념관’ 앞에 서면 절로 숙연해진다.  사단장을 구하려고 기관차로 점령지 대전에 진입한 미 24사단 특공대는, 집중사격에 33인 중 32인이 전사했다.  김재원 기관사는 8발을 맞아 즉사하고 부기관사 둘이 가까스로 살아남은, 희생과 충혼의 교육현장이다.  국립(국군)묘지는 국가 운명을 건 초대형 전쟁으로 집단 전사자가 발생했을 때에 조성된다.  전쟁은 지극히 비이성적·반인류적 사변이므로, 전사(戰死)는 어이없고 가슴 아픈 상실이지만, 길이 기릴 존엄사요 값진 유산이다.  현충의 정신은 말로 설명이 불가능한 종교적인 영역에 있어, 그 취지에 어긋나는 그 누구의 안장(安葬)도 불경이요 훼손이다.
 그 정신은 ‘통일’을 포함한 어떤 정치·이념보다 ‘최상위 개념’이기 때문이다.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