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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정체성 바로 알기 1: 패거리정치의 DNA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96>


 

   신협 소식지 ‘미소’에 ‘정체성 이야기’ 라는 칼럼을 썼다.  누구든지 특히 전문 지식인은 자신의 직분에 최선을 다하는 데에서 보람을 찾아야 할진데, 언제부턴가 긍지와 자존감은 사라지고 ‘치부의 실현’ 즉 돈이 평가의 잣대·서열의 기준이 된 결과, 만인이 벌거벗은 욕심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세상에는 증오·분노·갈등·폭력이 만연한다는 얘기였다.  지난 11월 3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프레디 머큐리에게서 느낀 ‘정체성 위기’를 화두로 몇 꼭지 글을 써보려 했는데, 주제가 벅찬 탓이었는지 시작부터 힘이 들어, 이제야 마무리에 들어간다.
 순서상 우리 자신부터 주제파악을 해봐야겠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한국은 양차대전 후 지구촌의 지상목표가 된 자유민주주의 공화국 체제를 갖추고 OECD 클럽에도 가입하여, 외형상 정치·경제 양면에서 모범국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자유’는 어느덧 사라지고, 70여 년 역사에 몸 성한 전직 대통령이 단 한 사람도 없다.  희화화 된 ‘이 윤 박 최 돌 물 깡’ 일곱 분 이후 네 분 또한 ‘봉 황 박 박’이니, 퇴임 후 폐서인(廢庶人) 되는 전통(?)을 깨뜨릴 대통령은 앞으로도 당분간 만나보기 어려울 것 같다.  모범국가로는 낙제다.  첫째 이유는 “Easy come, easy go.”다.  외세에 힘입어 쉽게 해방을 얻었고(일본은 미국에 패망), 전 국이 박수로 추대할 만큼 기여도 높은 영웅이 없었다.  식민지에서 타의에 의해  해방된 신생독립국의 공통점, 즉 민주시민으로서 ‘교육 부족·자격미달’인 국민을 이끌어갈 영도력이 없었다.  둘째는 독립 직후에 ‘김일성 남침’이라는 기습을 당한 일이다.  준비 없는 국군은 일패도지하고 대통령은 무한 도주하니, 국가체계가 무너졌다.   다행히 공산주의 팽창을 우려한  연합군이 참전하여 급한 불을 끄자, 이에 맞선 중공군 개입으로 전쟁은 교착상태에 빠진다.  남침 교사의 주범 스탈린이 급사하고서야 휴전이 성립되지만, 담 너머에 다발총이 겨누고 있고 민족 대이동으로 (수백만이 월남) 스파이를 가려내기 힘드니까, 전시동원 체제라는 방어막 뒤에 숨어, 정부가 땅 짚고 헤엄치는 ‘경찰 통치’가 계속된다.  막대한 외국원조와 전 국토 재개발사업이 동시 진행되니, 정치권을 등에 업은 모리배(謀利輩)의 놀이방 ‘패거리 정치판’이 시작된다.  패거리는 자기방어에도 남을 뒤집어씌우기도 매우 편리한 도구인 까닭에, 자유당 집권 십여 년 동안, 민주정치의 발전은 유보되었다.
 
   셋째 순수한 학생들의 봉기 4·19는 거대한 일보전진이었지만, 패거리정치 밖에 모르는 민주당내 정치꾼싸움으로 군부에 쿠데타의 빌미를 주었다.  미국이 전쟁에 필수인력을 조달하려고, 참모학교와 OJT교육 등 단기유학을 보냈던 국군장교들은 당시에 최고의 엘리트로서, 군사정권의 경제개발성공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군대는 그 특성상 민주정치 발전을 이끌 수 없었고, 한 세대에 걸친 투쟁과 우여곡절 끝에 얻어낸 양 김씨의 정치는, ‘40대 기수론’을 부르짖던 60년대에서 30년을 지각 집권한 ‘모순 그 자체’였다.   양대 보스를 정점으로 패거리정치의 복사판이었다.   넷째 진보·보수 교체과정에서도 패거리싸움을 벗어나지 못했고, 심지어 보수여권 내에서도 박 터지는 패거리싸움 끝에, 양박이 형님먼저 아우먼저 교도소에 들어갔다.  진보 또한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촛불·민노총·민주당은 삼위일체라면서, 정부와 민노총 간에 보여주는 소통부재·설득불가 현상은, ‘집단이익 우선의 패거리’로 밖에는 해석할 방법이 없다.  아무도 양보하려들지 않는 ‘패거리 정치문화’의 DNA를 그대로 둔 채, 관용과 배려 그리고 평화와 통일을 도모하는 것은, 개꼬리로 몸통을 흔들려는 형국이 아닐까 (Tail Wags the Dog)?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