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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목구멍 소동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89>

 


 

   명랑소설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조흔파씨의 ‘얄개전’에서, 두수는 누나를 짝사랑하는 백선생에게 온갖 양념을 섞은 ‘맵짜시쓰달 차’를 먹인다.  맛의 기본은 감산고(甘酸苦) 세 가지라고 한다.  쓴맛은 짠맛과 통하고 여기에 통각을 더하면 매운맛, 해서 오미(五味)다.  그래서 매콤 달콤 짭짤한 떡볶이가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는 황교익의 주장은 지극히 편협하고 주관적이다.  온 국민이 사랑할뿐더러 심지어 ‘황실’ 떡볶이는 맵지도 않다.  그분 주장대로라면 냉면도 미식과는 거리가 멀다.

 동치미국물에 식초 겨자의 양념과 메밀향이 살짝 풍기는 시원한 막국수일 뿐이다.
 필자는 어렸을 적부터 메밀향이 진한 온면(溫麪)이 더 좋았다.  6·25 전 겨울에 유성온천 냉면집은, 냉면·온면을 거의 반반쯤 팔았지 싶다.  1960년대 을지로 버드나무집에서는, 냉면 대신 불고기 국물에 냉면사리를 뜨겁게 익혀먹었고, 우래옥이 이어받은 이 방식을 지금은 사리원면옥에서 산내 산 사리로 즐긴다.  그래서인지 2000년 금강산 길에 온정리에서 맛본 냉면은, 그저 “제법이네.” 정도였다.

 

   치열한 자본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셰프의 솜씨나, 풍성하고 질 높은 식자재를 따라갈 수 없는 북한에서, 어차피 정식(定食)이라기보다 별미로 즐기는 냉면 밖에 내놓을 것이 없으니까, “김치 맛이 좋네요.” 대신 ‘옥류관 냉면’이 아니던가?
 남북정상회담에 우리 기업총수들의 방북이 자발적이었느냐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국민의 앞날이 달린 일이니 적극 협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잔치에 불러놓고 무례를 범한 주인의 언행이다.  냉면 맛은 후루룩 들이 마시는 목 넘김이 절반이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 하는 말을 들으면, 웬만한 사람이라면 토하거나 체한다.  어린 내 새끼한테도 이런 말은 안한다.  그 말 한마디를 가지고 ‘굴욕적’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만약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이런 짓을 했다면, ‘최악의 갑 질’이라고 SNS가 뒤집어졌을 것이다.  꾸중들은 사람은 각각 십여만 국민의 밥줄을 책임지고, 대한민국 수출의 절반 이상을 떠맡고 있는 중요한 인물들이다.  호통을 친 인물은 평생 제 밥벌이 걱정이 없었을 공산국가 지배계급으로, 우리 정부에서 국가가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집단의 한 위원회 위원장이다.  수백 명 규모의 공식 만찬 중에 이런 말을 자연스럽게 했다면, 그것은 그가 평소에 대한민국과 국민 내지 기업총수들에 대하여 갖고 있는 시각과 인식의 표현이요, 실언이라면 공식 사과를 받아내면 된다.  최소한 “말 한마디로 괜한 오해를 사게 해 미안하다.  남조선 기업총수들의 어려운 입장을 이해한다.” 정도만 해도 대한민국 정치판의 소동은 진화될 것이다.
 목구멍 발언의 팩트 자체는 여야가 다 함께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히틀러·체임벌린의 뮌헨협정에서 보듯, 구걸로 얻은 평화는 째깍대는‘5분짜리 시한폭탄’에 불과하다.  호랑이가 떡장수 할머니에게,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로 시작했다는 전설처럼, 국제외교에서 상대방의 선의에만 의지하는 것은 위험하고 승산 없는 도박이다.  행여 일부 국민의 자존심을 다칠 새라, 당당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굽실 거리는 인상은 주지말자.  85년 만에 개업을 접어 주변정리며 인사며 이사에 심란하여, 한 달 넘게 밀린 칼럼을 새벽 두 시에 겨우 써놓았는데, 아침 신문을 보니 사돈 남 말 한다고, 리선권이 고 정주영 회장을 들먹거렸다 한다.
 필자도 할 말이 있다.  그 분이 살아서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 꾸중을 들었다면, “아니, 그러면 리 위원장님은 X구멍으로 냉면을 넘기십니까?”하며 호탕하게 웃어넘기지 않았을까?  좌중이 다 함께 따라 웃으면 그저 한바탕 유쾌한 에피소드로 끝났을 것을...  큰 인물의 유머와 촌철살인의 응구첩대(應口輒對)가 그립다.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전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