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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꽃이 피듯 새로운 삶이 탄생하고 있었다'

[봉사후기] 서울스마일팀 베트남 구순구개열 수술봉사를 다녀와서


 

내가 서울의료봉사재단에서 봉사를 시작한 것은 구순구개열 수술봉사 때문이었다. 간호대학을 다니던 어느 날 구순구개열 수술봉사를 다녀온 교수님의 강연을 듣던 중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고, 나도 모르게 구순구개열 수술봉사를 하며 살고자 다짐하게 됐다. 이후 실천을 위해 수술봉사 단체를 찾다가 국내외 의료소외계층을 위해 치과진료봉사를 전문으로 하는 서울의료봉사재단을 만나 꿈을 키워 갈 수 있었다.

서울의료봉사재단에서 자원봉사를 해오던 중 2018 베트남 호치민 의료봉사 계획을 접하였고, 미래에 환자를 진료하게 될 학생이자 간호사로서 드디어 서울스마일팀과 함께 멀리 수술봉사를 떠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서울재단 수술팀은 2001년 필리핀을 시작으로 몽골, 캄보디아에 이어 2014년부터는 5년째 호치민시와 꽝남성의 땀끼시에서 치과진료 및 구순구개열 아동 안면기형 수술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서울스마일수술팀장이신 강릉원주치과대학 구강악안면외과의 박영욱교수님 외 13명의 봉사단원이 오직 안면기형 환자들에게 아름다운 미소를 선물하겠다는 일념으로 7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 일주일간 베트남 국립호치민대학두경부전문 외과 수술병원인 `ODONTO MAXILLO-FACIAL HOSPITAL`에서 함께 땀을 흘렸다.


첫날 오전에는 진단과 수술계획을 위한 예진이 있었다. '서울스마일 팀의 수술결과가 좋다'는 입소문 덕분에 예정된 수보다 많은 98명의 환자가 몰렸지만, 전신마취 수술을 받을 모든 신체여건이 충족되는 건강한 환자를 고르는 수술전 검사는 모든 환자에게 신중하게 이루어졌다. 오전에 초진을 마친 후, 그날 오후부터 마지막 날까지는 계속 수술이 진행되었다.

교수님들은 구순구개열 환자들의 결손부위를 세심히 디자인하고 수술을 시작하였다. 디자인한 선을 따라 절개를 하고 다시 봉합하는 교수님들의 눈빛에는 지극한 정성과 사랑이 담겨있었다. 자신의 손에 그들의 앞으로의 삶이 결정되리라는 것을 알기에 한 바늘 한 바늘 봉합하는 교수님들의 손길에 신중함이 묻어났다. 숨이 멈추는 듯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이들의 외형적, 기능적인 결손들은 자취를 감추고, 꽃이 피어나듯 새로운 삶이 탄생하고 있었다.

이번 봉사기간 동안 서울스마일팀은 총 34명에게 천사의 미소를 선물했다. 생전 처음 이런 수술을 참관한 나는 구개구순열 아이의 결손부분이 교수님들의 디자인대로 재건되고, 입술선이 기적처럼 맞아 떨어지는 것을 보고선 이 모든 것이 정말 마법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혹 이 아이들을 장래 이 병원에서 또 다시 보게 될런지는 알 수 없지만, 서울스마일 팀에게 수술을 받은 아이들은 대개는 다시 보기 힘들다고 한다. 그만큼 한번에 수술을 잘하기 때문이란다.

구순구개열 수술은 집도의의 수술 만족도가 낮은 수술에 속한다고 한다. 수술을 잘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예쁘게, 보다 더 깨끗하게 만들어주지 못한 아쉬움과 미련이 그만큼 많이 남는 수술이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완벽해지고자 욕심을 내다가 혹여 수술을 망칠까 고민하는 모습, 그리고 수술 후에도 회진을 하며 자신이 수술한 환자를 보며 안도하고 만족하는 모습에서도 그 고심의 깊이가 더 느껴졌다. 교수님들이 계속 수술봉사를 다니는 것은 그들의 손길을 꼭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는 안면기형으로 인해 사회의 그늘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 이들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줄 안면기형 수술은 꼭 필요한 수술이며, 이를 자력으로 받을 수 없는 의료소외 계층을 위한 수술봉사는 세상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봉사기간 동안 순환간호사와 제2조수, 의무기록 작성의 틀을 만드는 역할을 맡아 '작은 일이나마 수술팀에 일손을 보탠다'는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봉사기간 내내 '이런 뜻깊은 봉사에 함께 한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아름다운 봉사를 일상처럼 행하는 서울의료봉사재단의 선생님들께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또한 내가 꿈꾸던 미래를 현실감 있게 느껴볼 수 있도록 수술팀과 함께 할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서울의료봉사재단의 국내외 진료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다. 혹 내년에도 수술팀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으로 참가하겠다'고 지금 바로 말씀드릴 수도 있다.

감사 감사 또 감사..


                                                             글: 강봉구 <차의학전문대학원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