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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서부의 악역 3 : 막가파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81>


   트럼프 후보의 모자에서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구호를 읽었다.

 모노그램은 MAGA, 되게 발음하면 ‘막가’인데, 그의 막가는 말과 행동은 상상을 초월 한다.  “다시 위대하게”라면 현재는 초라하다는 뜻이고, 이유는 오랜 우방인 영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모든 나라가 미국에 빨대를 꽂아놓고 단물을 빨아먹기 때문이며, 나만이 이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세 개 구문이 모두 틀렸다.

 1960년대 초 다이제스트가 인용한 통계에 의하면, 미군 한사람 유지비가 타이완 군 25명분이라 했다.  전후 서유럽이 재건되고 일본과 한국이 밤샘을 하며 미국의 첨단기술을 열심히 따라가는 동안, 미국은 베짱이의 부와 여유를 누리며 안주하고, 주기적으로 장내정리 비까지 챙겼다.  엔화의 강제 절상 직전에는 미국장관이, 일본정부는 국민 편의시설에 더 투자하라고 경고했다.  사회간접자본과 복지에 많은 돈을 쓴다면 그처럼 값싼 제품을 수출할 수 있겠느냐는 ‘내정간섭’ 이었다.  일본은 이런 수모에도 고분고분하게 지시를 따랐고, 결국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미국은 동남아 제국이 같은 방식으로 산업화 할 때까지도 버텼으나, 인구 네 배의 중국이 엄청난 속도로 격차를 줄여오자 위기감을 느낀다.  토끼가 낮잠 잘 때 거북이가 따라와 이제는 앞지르려한다.  더 이상 후발 국가의 봉(?)이 되지 않고, 나 홀로 초강대국이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해도, 보호무역의 장벽 속에 안주했던 ‘몬로주의’는 정답이 아니다.  제5대 몬로 대통령은 1823년 의회 연두교서에서 유럽을 향하여, “Mind your own business, leave America alone!”을 외친다.  신흥독립국으로 아직 성장 중인 미국은, 나폴레옹전쟁이후 민족주의에 눈뜬 구대륙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끼어들지 않을 테니, 유럽도 더 이상 신대륙을 식민지 대상으로 넘보지 말라는 선언이었다.  피차 반대할 이유도 여유도 없으니 ‘몬로주의’는 공식용어가 된다(1850).  남북전쟁 귀환병이 흘러넘치자 링컨은 젊은이들에게 “Go West!”를 외치고, 젊은 노동력은 5대호 공업생산을 극대화하며, 넓은 곡창지대에는 옥수수·콩·밀이 넘쳐난다.  19세기 중 후반, 유럽의 국경선 긋기 싸움과 식민지 다툼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폭발하고, 영·불은 “도와줘요, 뽀빠이!”를 외친다. 

 급성장한 거인 미국의 개입으로 전쟁이 끝나자, 제28대 윌슨대통령은 항구적인 국제평화를 위하여 국제연맹을 제창하지만, 본국 의회에서 거부당한다.  몬로주의를 깨고 참전하여 승리는 했으나, 미국은 아직 자신의 능력과 역할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뒤이어 나치의 등장과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진다.  미국이 몬로주의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이 같은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일 뿐 아니라, 200여 국가가 간단없이 교류하는 현대사회에서 자폐는 곧 자살행위이기 때문이다.


   전후에 팍스아메리카나호가 출범하자, 낡은 공산주의의 탈을 쓴 독재국가들이 저항하여, 유지비가 비싼 냉전체제가 시작된다.  철의장막은 자체모순과 제40대 레이건 대통령의 뚝심으로 무너졌으나, 국민의 무지 속에 폭압으로 군림하는 ‘변종 바이러스’가 곳곳에서 세계 평화와 경제를 교란하고 있다.  이들은 본질적으로 ‘루저(패배자)’다.  김정은이 자유세계에 태어났다면 개 잡이(Dog catcher) 조수 자격도 없다는 언론의 평가는 정확하다.  잃을 것 없는 루저는 생사를 넘은 만용을 과시하고, 철없는 젊은이는 이런 막가파들을 낭만적으로 받들며 좀비처럼 따른다.,

 조폭을 영웅시하는 착각과 스톡홀름 증후군의 교배종이요, 자살 테러범 숫자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다.  그래서 트럼프의 ‘루저 흉내’는 더욱 더 웃긴다. 

 자신뿐만 아니라 국민들까지 루저 클럽으로 끌어들이면, 죽어서 열성조(列聖朝: 훌륭한 전임 대통령들)를 무슨 낯으로 만나려는가?





: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