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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치문회, 소설 '덕혜옹주'의 대마도를 가다

첫 해외 문학기행에 9명 참가.. 짧지만 큰 울림 담아 와


치과의사문인회가 지난 7~8일 대마도를 다녀왔다. 매년 이어온 문학기행을 이번엔 처음으로 해외로 잡은 것. 해외라고는 하지만 대마도는 부산에서 뱃길로 겨우 48Km 거리에 있다. 그런 만큼 우리나라와는 역사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곳이다.

원래 토지가 협소하고 척박해 식량을 외부에서 충당해야 했으므로 대마도 사람들은 기근이 들면 곧잘 해적으로 돌변해 우리 연안을 침탈하곤 했다. 그래서 고려에서 조선에 이르기까지 세 차례나 군대를 보내 정벌에 나섰는데, 그 마지막이 1419년(세종1년) 6월에 있은 이종무 장군의 토벌이었다. 이종무 장군은 당시 병선 227척에 병사 1만7천명을 이끌고 마산포를 출발, 대마도로 진격했다고 역사는 전한다.

목적은 다르지만, 그로부터 600년만에 이번엔 치과의사문인회 회원 9명이 대마도 땅을 밟았다. 일행은 대마도 남쪽 이즈하라에 짐을 풀고 덕혜옹주 결혼기념비부터 둘러봤다. 덕혜옹주는 동경에서 유학하던 중 20살에 대마도 번주 소 다케유키 백작과 정략결혼 했는데, 후에 이를 기념하기 위해 대마도에 거주하던 한국인들이 세운 비가 바로 덕혜옹주 결혼봉축기념비이다.

소설 '덕혜옹주'를 쓴 권비영 작가도 고증을 위해 몇차례나 이곳 대마도를 방문했었고, 2009년 발매된 소설은 일본에 까지 수출되며 100만부 이상 팔려 나갔다. 이후 2016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돼 많은 이들에게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가슴 서늘한 비운의 삶을 알렸다. 대마도 남쪽의 작은 도시 이즈하라 주변엔 이외에도 소소한 볼거리들이 널려 있다. 대만의 소설가 나카라이 토스이 기념관(생가)도 그 중 하나.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부산에서 자란 나카라이는 아사이신문 기자 시절 연재를 통해 처음 일본에 우리의 '춘향전'을 전한 작가로 유명하다.


시골인 이곳에 의외로 치과가 많이 눈에 띄어 놀라기도 했다. 마을 전체를 걸어서 둘러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도시임에도 눈으로 센 치과만 10곳이나 됐다고. 일행은 이같은 현상을 '일본이 이미 치과의사 과잉시대를 겪고 있는 증거가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문학기행 참가자들은 대마도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밤을 맛난 음식과 약간의 술로 오붓하게 즐겼다. 김영진 회장이 의미심장하게 이육사의 '광야'를 낭송했고, 임철중 원장은 특유의 박학다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었다.

이튿날 일행은 버스를 타고 북쪽 히타카츠 지역으로 이동하며 관광지를 둘러봤다. 부러운 건 맑은 공기와 울창한 숲 그리고 시원한 바다였다.  맑은 날이면 부산이 보인다는 대마도의 최북단 한국전망대를 끝으로 문학기행을 마감하고 일행은 다시 페리호에 몸을 싣었다. 그리고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뒷풀이까지 가진 후 서울행 KTX에 올랐다. 김영진 회장은 마지막으로 함께 해준 회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앞으로 치문회도 문학상을 제정해 젊은 치과의사 문인들을 꾸준히 발굴해 낼 계획임"을 조심스레 털어놨다.

사진 왼쪽부터 정유란 원장, 신덕재 원장, 김영진 회장, 변영남 원장, 임철중 원장, 박용호 원장, 이승룡 원장, 윤양하 원장, 임용철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