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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투(美 鬪) : 에필로그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72>

임철중2018.05.08 10:02:35


   여자는 사흘에 한 번은 맞아야...  여자와 북어는 두들길수록...  여자 목소리가 담을 넘어가서야...  암탉이 울면 집안이...  이런 악담이 자연스럽게 오가던 시대가 있었다.  “여인도 성불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 있었고, 카톨릭에 여성 신부는 어림없었으며, 여성 목사는 여전히 드물다.  무슬림여성의 인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지만 조부모님부터 필자 10남매에 2세들까지, 부부간 손찌검은 물론 대화에 “해라”도 들어보지 못했다.  보통사람들은 거의 다 그렇게 산다.  인생은 고해라 하니, 겉으로는 멀쩡해도 누구에게나 몇 번쯤 버거운 고비가 온다.  삶은 정(靜)적인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숨 쉬고 반응하는 상태요 과정이기 때문이다.  배려하고 협력해야 버티어내니까, 부부간에 ‘인내와 상호존중’은 생존의 전략이기도 하다.

 시민사회가 형성되자 ‘세기말 현상’이라는 용어가 탄생한다.  20세기 말 월가의 무한자본주의에 따른 천문학적 부의 쏠림이 ‘증오와 분노’로 폭발하고, 무수한 파편이 우박처럼 쏟아지고 있다.  ‘미투’에 벌집을 쑤신 듯 초대형 연쇄반응이 뒤따르는 첫째 이유는, 세기말적인 분노의 증폭현상에 있다고 본다.  둘째, 미투는 ‘남녀관계’에 엉뚱한 ‘갑을관계’가 끼어들어 뒤엉킨 교통사고다.  셋째, 미투는 근본적으로 ‘불륜’에 대한 고발이다.  사회 안녕질서를 지켜주는 도덕적 규범을 깨고 싶은 충동은, 잘 참고 잘 지켜오던 모범생에게도, 때때로 금단의 열매를 맛보라고 유혹한다.  그래서 남자는 세 끝을 조심하라 하지 않았던가? 


   “Wrong place at the wrong time.”라는 말이 있다.  흔히 “인도에 가거든 서민들의 달관한 무욕(達觀-無慾)의 눈동자를 보라.”는 말에, 필자는 이렇게 반문한다. 

 “빈민가를 취재하다가 집단 성폭행 당하는 서방 여기자를, 주위에서 돕기는커녕 손가락질하며 낄낄거렸다는 얘기를 들었는가?”  때때로 무욕은 무지(無知)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  1904년 조선에 온 미국 기자가 $150를 상평통보로 환전하니 몇 수레였다고 한다.  현 시세로 430만 원쯤이라니, 지지리도 가난한 나라였다.  멀리 갈 것도 없다.  6·25 때 아이들은 초콜릿을 던져주는 미군트럭을 따라다녔고,  5·16 전후 우리 평균소득은 지금의 1 /400, $80가 채 못 되는 세계 최빈국이었다. 

 현재(Here today)의 잣대로 보면, 인도 뒷골목이나 당시 미아리 대폿집은, 단체로 잡혀 들어갈 범죄 소굴이다.  그 시대 그 환경에 이 잣대, 이것이 네 번째 이유다.

 대다수 국민에게 호감 1호인 개그맨 김생민이 ‘미투’ 한방에 모든 프로그램에서 자진하차 하였다.  10년 전 피해자 A씨의 최종목표가 김씨의 추락은 아니었나보다.

 위력에 의한 성폭행이라면, 김씨가 A씨의 무서운 상급자라야 하는데, 그 또한 평범한 리포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방송계의 분위기를 거스르면 퇴출당할 수 있다는 A씨의 공포를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결국 김씨는 광고 중단과 제작계획 무산으로 계약상 막대한 배상책임이 있지만, 10년 넘은 ‘미투’ 이니 책임도 애매하다.  일타 삼피, 김씨와 광고주 및 기획사들 모두가 치명상을 입었다.  여기에서 다섯째 이유, ‘적폐청산 바람의 한계’를 본다.  여섯째 혐의만 제기해도 순식간에 인격살인이 벌어지는, 세계제일의 대한민국 ‘인터넷 이지메’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결혼’의 가치추락에 이은 가정의 파괴다.  주부와 모성의 일방적 부담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  부부간 상호존중은 성인으로서 인성의 시작이요 완성이다. 

 “5년 암 투병 끝에 혼수상태의 아내/  친정어머니가 묻는다, 내가 누군지 알겠니?  신랑... / 막내딸이 소리쳤다, 엄마, 내가 누군지 알아?  신랑.../  내가 이를 악물었다, 은신아! 나는 누구야?/  들릴 듯 말 듯 아내가 되뇌었다.  신랑...”   뒤따라간 4년 후배 김상기 시인의 유일한 시집 ‘아내의 묘비명’에서...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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