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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비틀어본 비트코인 4 : 대박과 독박 사이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65>


   예과 때 농구 잘하는 후배가 있었다.  키는 165에 언제 외국인의 피가 섞였는지 얼굴은 이종격투기의 알도를 닮았다.  몸놀림이 날렵하여 장신 숲 속을 내 집 안방처럼 휘저어, 번개같이 레이업 슛을 성공시키는 포인트 가드였다.  청량리 역전 골목에 ‘돈 놓고 돈 먹기’ 야바위꾼이 많았다.  두자 사방의 목판에 놓인 컵 3개를 엎었다 제쳤다 빙글빙글 현란하게 돌리는데, 그 중 하나에만 주사위가 들어 있다.

 돈을 걸어 맞추면 다섯 배를 받고 틀리면 빼앗기는 머니게임의 이름은 ‘오 곱’. 눈썰미라면 자신만만한 이 친구가 도전했다가 30분 만에 한 달 용돈을 다 털렸다.

 시계를 풀어놓고 마지막 한 판, 선수 손과 함께 컵을 꽉 잡는 순간, 옆에 서있던 친구와 동시에 정신을 잃었다.  한참 뒤 깨어나니 꾼들은 모두 달아나고 친구 가방까지 가져갔다.  사실 얼핏 본 주사위는 어느 컵 안에도 없고, 항상 선수 주먹 안에 숨겨져 있었다.  “저런, 틀리셨네.”하며 다른 컵을 뒤집어 보일 때 슬쩍 나타난다. 

 눈치 빠른 이 친구도 뒤늦게 깨닫고, 손목을 잡는 순간 퍽치기가 날아온 것이다.
 프로는 막다른 궁지에 몰려도 전세를 뒤집을 막판 에이스를 감춰둔다.


   프로들은 가시는 걸음마다 돈이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휘감은 광고와 TV 중계료 등을 계산해도, 농구·축구·야구·풋볼·배구·테니스·골프 슈퍼스타가 버는 천문학적인 연봉이나 상금에 답이 안 나온다.  권투·레슬링·이종격투기도 그렇고, 자동차경주(F1)·사이클 랠리·경마·경륜·경정 심지어 육상스타의 수입에도 입이 딱 벌어진다.  가수나 영화스타 부럽지 않다.   구단주(球團主)나 프로모터는 무엇을 먹고 살까?  돈 걸기(betting)다.  경(競)씨 3형제는 물론이요 권투도 “도전자가 3회 초에 KO로 이긴다.”에 걸어서, “맞으면 다섯 배.”하는 식의 시나리오를 복잡하게 짜고, 두 선수에 대한 소식과 정보를 계속 흘려 판을 키운다.  찌라시와 정보지가 불티나게 팔리고, 누가 따든 잃든 간에 수수료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막후에서 벌어지는 암표거래와 ‘승부 조작’의 검은 그림자까지 포함하면, 시장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클지도 모른다. 


   치과마취용주사약 캔에 백 원짜리 주화가 5만 원쯤이 들어간다.  가족이 모이면 각자 백 개쯤 꺼내어 고스톱을 친다.  꼴찌는 설거지, 뒤에서 2등은 세탁 당번이다.

 친구끼리 화투 두 장씩 뽑아 끗발로 점심값 내기도 한다. 이 정도는 도박이 아니라는 법원 판례가 있다.  군에서 출격 5분대기조의 긴장을 늦춰주는 훌라도 그렇다.

 꼬누에서 바둑, 화투에서 마작에 이르기까지 오락 자체는 해롭지 않다.  오히려 친밀감·유대감을 높이고 불안·긴장을 달래는 순기능 또한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오락을 빙자하여 일상생활의 영위를 위협하는 거액의 돈이 오가는 순간, 미풍양속을 해치는 수준을 넘어 인간성을 파멸시키는 사회악, 즉 도박이 된다.  가상통화는 월가로 상징되는 탐욕의 극대화, 무한자본주의의 폭주에 제동을 걸자는 선의(善意)로 출발했지만, 결국 규모나 운용방법에서 투기와 도박의 도구로 전락할 전망이다. 

 가상·암호라는 부정적인 용어 자체가 태생적인 한계를 암시한다.  어떤 경우든 설계자는 프로답게 대박을 내어 빠져나가고, 막차에 탄 개미들만 독박을 뒤집어쓰지 않을까?  애초에 가상통화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금융위기다.  금융위기의 주범은 경제에 기여도도 없이 미쳐 돌아간 월가의 재테크 엘리트들이었다.  트럼프는 바로 그 부작용인 미국 ‘러스트벨트’ 백인들의 고통을,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외국, 특히 한중일 3국 탓으로 몰아붙이며 압박한다.  그것이 통화체제의 혁명적인 변화이든 뭐든 간에, 책임관계를 분명히 헤야 올바른 해법이 나올 것이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