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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비틀어본 비트코인 3 : 머니 게임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64>


   

   “파이팅!”은 객지에 와서 고생하는 영어다.  운동선수를 응원하거나 다 함께 분발하자는 구호인데, 본래 “Go!”를 쓰는 미국인은 이해하지 못한다.  가자! 또는 계속해! 쯤 되겠다.  중국에서는 “짜유(加油)!”라고 외친다는데, 불에 기름을 붓는다는 표현이 그럴듯하다.  우리말로 읽으면 “가유!”이니 오리지널은 혹시 충청도 사투리 아닌가?  예전에 디스코 클럽에 가면 아슬아슬한 비키니를 걸치고 손님들 율동을 리드하던 ‘Go-go Girl’도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고’ 하면 단연 ‘국민 카드놀이 고스톱’이다.  돈을 많이 잃으면 ‘열(熱) 고’ 모드에 들어가 “못 먹어도 고!”하지 않는가?  암호화폐의 한국 시장규모가 세계 3위로 GDP 비중에 대비하면 열배나 된다니, 역동적이요 격정적인 우리 특유의 쏠림현상에 불이 붙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구호마저 “가즈아, 즉 가자!”로 글로벌화 하였다. 


   노름꾼들이 ‘봉’을 한 번 찍으면, 6개월에서 1년씩 공들여 ‘설계’를 한다. 

 작업이 성공이든 실패든 간에 결국 돈을 버는 쪽은, 수수료나 자릿세를 챙기는 설계사와 하우스(장소제공자)다.  월가의 전횡을 막자는 비트코인이, 설계 시점부터 투기와 도박을 계획했을 리 없다.  그러나 이상과열로 시장가치가 폭등하고 등락의 주기와 폭이 요동을 치자, ‘치고 빠지기’의 유혹을 벗어날 수 없었을 터이고, 그 작업에 가장 유리한 사람은 설계자일 수밖에 없다.  물론 거래소도 번다.  과거도 현재도 막장까지도...  어차피 대체통화 수준으로 성장하지 못해도, 통화제도에 위협이 된다면 통화 책임자(정부)로서는 규제를 해야 한다.  어느 신용평가사가 등급을 매긴 것만 74종이라는데, 장사가 잘되면 세계 통화의 종류보다 훨씬 많아질 수도 있으니, 어느 정부에서 그런 혼란을 좌시하겠는가.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가상화폐가 소멸된다면, 최대의 피해자는 ‘폭탄 돌리기의 막차’를 탄 사람일 것이다.


   열정 거래자의 60%가 2030이라고 한다.  첫째 접근성이 뛰어난다.  스마트폰도 다루지 못하여 효자 폰을 쓰는 ‘아재’들은 목돈이 있어도 다가갈 수 없다.  둘째 청년 실업률이 높아 시간은 남아돈다.  채굴로부터 거래에 이르기까지 하루 종일 PC 앞에 앉아 있어도 된다.  셋째 무한 분할 투자가 가능하니까 얄팍한 지갑으로도 쉽게 도전한다.  결국 2030이 희망의 고삐를 쥐어볼 수 있는 맞춤 상품이다.  세계적인 열풍 중에서도 유독 대한민국은 쏠림현상이 심하여,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막상 정부에서 개입하려하니, 마치 보신탕과 가축도축법과의 관계처럼, 법적인 처리도 곤란하고 물러서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법을 만들고 규제를 하면, 가상화폐의 존재와 거래소의 법적지위를 공인하고, 현 정권의 지지기반이라는 젊은이들의 생업(?)을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는 필수적이다.  다만 그것이 공권력의 물리적인 개입보다는, 거래행위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와 철저한 감시, 그리고 투자자에 대한 강력한 경고성 홍보에 주력하는 것이 옳다.  첫째 현시점에서 가상화폐가 대체통화로 진화할 가능성은 당분간 제로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둘째 가상화폐 거래는 도박성·중독성이 강하여 투자원금을 날릴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셋째 책임 있는 주체가 없어 손실에 대한 보상은 전혀 불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비트코인은 장기 전망을 가늠할 수 없는 ‘머니 게임’이다.  “가자!”는 좋지만 스스로 책임진다는 각오 하에(at your own risk), 모든 것을 걸지(all in) 말고, 냉정한 분석과 투자의 노하우 및 블록체인에 대한 깊은 연구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수익과 학습효과 두 마리의 새를 한꺼번에 잡는다면 더더욱 고마운 일이겠지만.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