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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비틀어 본 비트코인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62>


   여러 나라가 화폐단위로 쓰는 달러는 계곡을 뜻하는 독일어 ‘thaler’에서 왔다. 

 이런 형태의 은화를 처음 찍어낸(mint) 지방이름이라고 한다.  미국 달러의 라인업은 cent-nickel-dime-quater-half dollar-dollar, 즉 1-5-10-25-50-100 센트로 되어있다.

 그러나 영어에는 실체가 없는 비트(bit = 12.5센트)라는 말을 더 흔히 쓴다.  식민지 시절 미국에서는 스페인 달러가 널리 유통되었는데, 이 은화를 줄을 따라 여덟 쪽으로 쪼개면 1/8 달러짜리 ‘잔돈’, 즉 비트가 되었단다.  그래서 달러 기호는 숫자 8의 반 토막인 S 위에  허큘리스의 두 기둥을 내려 그은 것이란다.  Bit의 첫째 의미는 ‘쪼가리’이니까 시장에서 가장 많이 통용된 화폐단위였으리라.  컴퓨터의 최소 정보단위 1 바이트(Byte)가 8 개의 2 진수(bit)로 되어있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은행은 대출 즉 돈 팔아 돈 버는 돈 장사다.  IT 버블 이후 고객이 씨가 마르자 미연방은행(FRB)은 기준금리를 1%로 낮추고, 신용등급이 낮은 Sub-prime까지 대출을 확대한다.  싼 돈으로 집을 사서 꽃단장해 팔면 목돈을 버니, 서민들은 중산층 진입의 꿈에 부풀어 너도나도 대출을 받았다.  유동성과잉으로 경기과열이 문제가 되자 이제는 금리를 2년 동안 1에서 5.25%로 급하게 올린다. 

 서민들이 금리부담을 못 이겨 급매물이 쏟아지면서 집값은 폭락하고, 대출의 대부분인 ‘서브론’ 연체율이 16.31%를 기록한다.  부실채권을 안은 은행이 줄줄이 파산하니, 은행에 자금을 대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두 손을 들고(2008. 10. 24), 금융위기는 국내에서 전 세계로 확산된다.  당황한 정부가 세금을 풀어 구제 금융에 나서자 은행을 망친 간부들은 그 돈으로 보너스 잔치를 벌인다. 

 알량한 재산을 날리고 졸지에 채무자가 된 서민들은 분노하여, “우리는 99%, 정부는 왜 1%의 이익만 챙겨주나? 월가를 점령하자!”며 시위를 벌이지만(2011. 9. 17), 극빈자를 연명시키는 시스템 자체를 부술 수는 없으니 분노는 방향을 잃고 표류한다.  이러한 분노와 혼란의 와중에 태어나고 성장한, 귀에 솔깃한 ‘상품’이 바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다.


   조어(造語)의 세계에서 bit는 beat(굴복시키다)와 통한다.  돈을 찍어 통용시키고 폐기하는 통화제도(Coinage)는 국가의 책임인 동시에 공권력의 핵심이다.  Bitcoin을 “Beat Coinage(통화제도를 무찌르자)!”로 풀어보면 재미있다.  부자의 이익만 대변하는 틀을 벗어나 우리들끼리 새로운 통화체계를 만들자는 구호는, 세계적인 경제혼란과 절대다수의 분노에 부응하는 적시타였다.  대문자 B에 내려 그은 두 줄은 달러의 위세를 업고 화폐놀이 하자는 위장술이요, 국가 발권력에 저항하는 일종의 무정부주의(Anarchist) 운동이다.  그 폐해를 따져보자. 

 첫째, 무면허·무허가 통화 증발이니, 결국 정부의 통화조절 능력을 훼손한다.  둘째, 예로부터 오입쟁이 남자는 기다려도, 노름하는 남자는 버리라 했다.  아무리 여색을 밝혀도 늙고 힘 빠지면 조강지처에게 돌아오는데, 노름 끊겠다고 제 손목 자른 놈은 붕대를 풀기도 전에 발가락으로 화투장을 쫀다지 않던가?  마약보다 중독성 강한 게 도박인데, 조금씩 분할(bits) 거래가 가능하니, 서민·청소년까지 끌려든다(소액 베팅).  셋째, 익명성이 높고 책임자가 없는 제도권 밖 거래이므로 범죄에 이용되기 쉽다.   돈세탁과 협박범의 수금(收金)은 물론 해킹의 표적이 된다.  넷째, 높은 기대감으로 폭발적인 성장과정에는 모든 것이 튤립 빛이었지만, 채굴 끝난 폐광에서 수익이 얼마나 나올까? 

 현재 자산 가치로 40조원이 넘는다는 비트코인 ‘설계팀’은 광속의 순발력으로 빠져나가, 한 차원 더 교묘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설계할 것이다.  블록체인의 순기능은 살리되, 빚만 떠안을 개미들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규제는 마련해야겠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