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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소통(疏通: Communication)의 전제(前提)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53>


   영화를 인터넷으로 받아보게 되면서 한글 자막(caption) 서비스가 많아진 것은 좋은데, 배급사와 제휴하지 않은(불법?) 경우, 포복절도할 불량 번역이 따라붙는다.
 아직 따끈따끈한 액션영화 ‘Baby Driver’를 보자 (세 문장 중에 마지막이 자막).

 “Are you IN, Baby? - 너 일 함께 할 거야? - 너 안에 있니?”  “PULL over there. - 차 저기에 세워. - 저쪽에 땡겨.” “I’ll take the BILL. - 계산은 내가할게. - 내가 이 법안을 처리할게.” “Who FIRED first? - 누가 먼저 쏘았어? - 누가 먼저 해고(解雇)했어?” “Criminal on the LOOSE. - 범인은 도주 중 – 범인이 느슨해.”
 믿기 힘들다면 위디스크에서 직접 다운받아 보시라.  인공두뇌(AI)가 번역이나 기사를 쓴다면 가끔 벌어질 법한, 실력부족이 낳은 소통불량 해프닝이다. 


   이와 같은 소통 부재는 인간 사이에도 흔하다.  국민당이 일으킨 물의(?)를 두고 더불어 당 추미애 대표가 ‘머리 자르기’라는 실언을 해서 물의가 있었다.  추의 발언은 의미 없는 갓난아기 옹알이나 논리·문법에 맞지 않는 학령 전(學齡前) 아동의 ‘아무 말 대잔치’에 다름없지만, 옛 상전(上典)에 대한 무례만은 사과가 필요했다.  추 대표 대신 찾아간 임종석 비서실장이 “그분 콘트롤이 잘 안 되지 않습니까?”하자, 이를 전해들은 추가,“내가 여자라고 깔보고 함부로 말하는데, 대표가 함부로 ‘조종’ 당하는 그런 자리입니까?” 파르르 화를 냈다고 한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여당대표는 고사하고, 일개 시정잡배라도 남한테 조종당하고 살까?

 혹시 평양에 ‘조종’당하는 종북 세력들이라면 모르지만 말이다.  임 실장은, 흥분하면 자제(Self-control)하지 못하는 추 대표 말버릇을 지적했을 뿐인데, 당사자가 그 뜻을 알아듣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지능지수나 교육수준에 따라, 또는 욕심이나 지독한 오만이 눈앞을 가려 소통부재가 일어나고, 거기서 비롯한 오해가 부풀려져서 ‘240번 버스기사 두들겨 패기’나 ‘광우병 촛불시위’로 이어진다. 

 어처구니없는 반인류적 난동이 ‘직접민주주의’라는 탈을 쓰고 대중을, 국민을 자멸의 길로 이끌지 못하도록, 인류는 절차의 존중이라든가 대의 민주주의제도 등 ‘여과와 완충의 장치’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개량해온 것이다.


   좌경만 빼고 온 국민의 존경을 받는 김동길 교수.  골프를 치고는 싶지만 젊어서 골프를 타박하는 칼럼 하나 쓴 것이 원죄가 되어 못 친다고 하시니, 선량하다 못해 우직한 분이다.  공산주의 지도자들의 역사를 보면 가명(假名) 서너 개는 기본이요, 10분 만에 들통 난 거짓말에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다.  혁명과업을 위한 전술이니까.  사드를 둘러싼 대통령 발언이 사흘이 멀다 하고 바뀌는 것과 닮았다. 

 소통의 첫째 조건은 말귀를 알아듣는 ‘머리’겠지만, 주체적이고 확고한 소신이 더 중요하다.  소신을 부침개 뒤집듯 수시로 바꾼다면 소통은 말장난에 불과하고, 소신이 아예 없다면 주고받을 ‘밑천’이 없으니 최악이다.  선동에 세뇌를 당했든 애초부터 뇌가 원시적이었든 간에, 틀린 팩트를 내걸고 죽자 사자 덤비는 촛불시위는 무뇌 인간 ‘좀비의 합창’ 보다 더 무섭다.  헌정(憲政)을 파괴하는 ‘민간인 쿠데타’가 될 수 있고, 나만 정의라는 독선으로 비가역적인 독재 끝에 자멸하며, 그 고통은 몽땅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그러므로 자신의 편견을 강요하며 이를 소통이라고 우기는 짓 보다는 차라리 불통이 낫다.  예를 들어 국민당에게“의원  빼가기 꼼수는 절대로 쓰지 않겠다.”는 추 대표의 다짐은 일부 지역에 편중된 인사정책과는 표리부동의 전형이요, “땡 깡 부린다.”라는 말은 어른이 아이의 입을 틀어막을 때나 쓰는 막말이니, 소통이란 결국은 ‘인격과 진정성’의 문제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