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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중고생 할인요금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49>


   오락이라고는 영화 관람이 거의 전부였던 5, 60년대에, 중고생과 군경(軍警)은 입장료가 반액이었다.  국가가 소멸될 위기에서 신명을 바쳐 대한민국을 구해낸 제복의 젊은이들에게는 짧은 휴가를 보낼 곳도 별로 없었으니, 마음 같아서는 무료입장이라도 시켜주고 싶었으리라.  학생은 왜 깎아주었을까?  우선 좋은 영화 관람은 수업의 연장이다.  관객이 적은 시간대에 단체입장을 유도하는 극장의 전략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직 배우는 단계에 있는 어리고 미숙한 학생은, 열심히 영화를 만든 제작자·감독의 깊은 뜻을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어른의 요금을 받기는 좀 미안하다.”, 그런 의미도 있지 않을까?  문재인씨는(당시)작년 12월 원전의 공포를 그린 재난영화 ‘판도라’를 관람하고, ‘탈 원전 정책’에 대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영화사 측은 당시 관람요금의 최소한 절반은 돌려주어야 한다.  개봉 당시도 그랬지만 다시 봐도, 원자력 발전소를 없애자는 판단은 영 이해할 수가 없으니까.  서두에 “이 영화는 전부 허구(虛構)”라는 멘트가 나오고, 엔딩 크레딧 부분에는 판도라의 신화를 빌려, “한 가지, 희망은 남아 있다.”라고 말하지 않는가.  현실적으로 100% 안전한 기술은 존재하지 않지만, 한국형과 도오후쿠와는, 작동방법이나 설정 자체가 많이 다르다.


   예술인 특히 소설가나 영화감독은, 태생적으로 체제(Establishment)와 팽팽한 긴장관계에 있어야 사회가 건강하다.  존 스타인벡을 영화화한 “분노의 포도(존 포드 감독)”나 엘리아 카잔의 “워터프런트”가 좋은 예다.  국가라는 거대한 용광로에(Leviathan) 무조건 용해되기를 거부하는 “개인의 항거”라는 주제는, 누구나 박수 칠 일이고, 작가는 늘 깨어있는 파수꾼으로서 이 주제를 다룰 의무가 있다.  원자탄·수소탄의 비밀을 훔친 소련 스파이나 영토·이념의 침략자로서 마오·스탈린이 저지른 6·25 전쟁은, 파수꾼까지 마녀사냥 하는 매카시즘이라는 흑 역사를 남겼다. 

 사실은 전체주의(레비아탄의 語源)에 기생하는 동반작가가 파수꾼으로 위장하여,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국가에 그르치는 행위를 색출하려다 저지른 과잉반응이었다.

 그에 비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블랙리스트는, 체포·처벌이 아니라 국가 지원에서 제외하라는 “소극적 결정”이었다.  영화 판도라에는 극화(劇化: Dramatize)하기 위한 과장과 박진감을 높이려는 다큐멘터리 수법은 있어도, 의도적인 왜곡은 없다. 

 단 미성년자가 잘못 해석하여 과잉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영화 타워링을 보고(Towering Inferno, 1974) 15충 이상 건축허가를 금지한다든가, 9·11 다큐를 보고 대형 여객기 비행을 중단시키고, 예리한 칼과 가스버너가 즐비한 주방이 무서워 대형 레스토랑을 없애자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이니까.


   필자와 같은 61학번 서울공대 원자력공학과의 커트라인이 332점, 웬만한 과 수석 점수였다.  이승만 대통령의 혜안과 이들 수재들이 세계원자력 서클에서 대한민국의 우위를 예비한 일은, 민족의 행운이었다.  전문가들이 수 없이 지적한 안보·경제·환경 등 탈핵의 문제점은 언급을 생략한다.  다만 바다 건너 56기의 중국 원전이라든가, 대량살상을 목표로 한 북한의 핵무기 위협이 초미의 국제적인 과제로 등장한 시점에서,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이요 가장 첨단인 우리 원자력 발전소의 문을 닫자는 발상은 뜬금없고 어처구니없다. 

 한마디만 덧붙인다.  최소한 태양계에 존재하는 모든 에너지의 근원은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의 결과요, 이를 재현하기까지 앞으로 30년쯤을 예상한다.  이 과업에 기여할 핵심 브레인, 대한민국 원자력 연구 인력을 더 키우지는 못할망정, 씨를 말리지는 말자.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