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임철중 칼럼

갑 질 마왕 최순실 2 : 박사모

[임철중의 거꾸로 보는 세상] - <133>


   백년도 안 된 격변의 역사를 거친 대한민국 제6공화국은, 이제 30년이 다되어 제7공화국의 탄생(개헌)을 기다리고 있다.  수많은 정치인이 부침하고 지지단체가 명멸한 가운데, 노무현대통령을 밀었던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노사모의 단결력이 가장 강했고, 뒤 따르는 후발 사모들의 모델이 되었다. 

 17대 대선을 앞두고 출범한 ‘박사모’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탄생시켰지만, 사실 박근혜의 무기는 배고픈 민족에게 쌀밥·고깃국을 먹여준 아버지의 후광과 천막당사에서 빈사의 정당을 기사회생시킨 경력 두 가지뿐이요, 표를 몰아준 일등공신은 따로 있었다.  첫째는 정국이 불안해질 때마다 현수막만 바꿔들고 나서는 단골 투쟁단체들이다.  프로 냄새 물씬한 선동적인 구호가 보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케 하지만, 북한 인권문제나 핵실험에는 한마디도 없었다.  둘째는 TV 토론에서 “박근혜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던 기호 3번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막말이다. 

 망설이던 유권자의 마음을 박 후보쪽으로 돌려놓은 핵폭탄이요, 당시 이 후보의 얼굴에서 영화 “처키의 인형”처럼 섬칫한 증오와 살기를 읽은 사람은 필자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결국 민심은 박후보에게 ‘안보 불안’에 대비해달라는 포괄적인 위임을 하였고, 투쟁단체와 이정희 후보는 역설적으로 박 후보를 당선시킨 “제2의 박사모”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였다.


   지난 4년간 청와대의 소통부재와 검찰 과잉과 뒤끝이 작렬하는 외고집에 대한 원성이 잠복해 있었다.  필자도 그랬지만 박대통령에 걸었던 기대는, 연이은 정책과 판단 착오에 대한 의구심으로 혼란스럽다가, 4·13 총선 공천을 계기로 붕괴되었다.

 법조비리·롯데 그룹 수사·이화여대 사태로 비선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더니, 낯을 들기 민망한 천박한 사건들을 언론이 선정적으로(?) 보도하면서, 슈퍼 갑 질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활화산으로 변하였다.  이 시점에서 잠간 진정할 시간을 갖자.

 6·25 때 전장에서 총을 맞으면 “빽!”하고 외치며 쓰러졌다고 했다.  빽 있는 자는 징집을 면하거나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힘없는 민초들만 끌려왔다는 풍자였다.

 각박한 3포 시대에 호가호위(狐假虎威)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는 당연히 증폭된다. 그러나 빽으로 갑 질하기보다 더 무서운 것이 ‘떼법’으로 밀어붙이는 사회다. 정의라는 미명하에 대중을 동원하여 공개적으로 겁박하는 무법천지가 될 수 있다.

 철없는 성인(成人)은 전신건강학과 소관이다.  판단력이 부족한 CEO는 이사회에서 잘린다.  툭하면 점쟁이나 무당을 찾아가 돈을 허투루 탕진하는 여편네는 가족이 가만두지 않는다.  이 세 덕목(?)을 골고루 갖춘 선출직은 소환 당한다.  대통령에 대한 소환은 탄핵이라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철없음·무지·무식은 물론, 외고집도 형사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  다만 국민의 안위에 절대적인 권한을 쥐고 있는 대통령의 경우, 당연히 그만 둬야 하되, 그것을 다수의 함성으로 강요하면 안 된다.


   엘리트 스포츠나 한류 육성을 위하여 미르·K 재단에 협찬을 부탁하는 행위는, 방법은 나빠도 뜻은 선의이니 처벌은 곤란하다.  이를 제 돈처럼 쓴 최순실이 나쁜 여자지만, 아마 형량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무당 같은 그녀와 십상시의 문고리에 의지한 인사(人事)와 기밀 유출도, 자폐증·수준미달 할머니의 망령이라는 비난은 모르되 형사처벌은 어렵다. 

 어차피 단임제인 임기 말 대통령을 ‘국민정서법’으로 몰아세우면 혼란만 가중된다.  떼법이 너무 승하면 보수와 중도의 ‘안보위기 의식’만 자극한다.  우왕좌왕 추미애를 대표로한 야권은, 제3의 박사모대열에 앞장서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글: 임철중
전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총회의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
대전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