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최상묵 칼럼

인간의 감정 ‘희로애락’

[최상묵의 NON TROPPO]-<49>


 

인간은 이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감정도 있다. 어떤 슬푼일이 생기면 먼저 감정으로 먼저 느끼고 그 다음 지금 내가 왜 슬픈지를 분석하고 그 슬품을 극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이성적인 행동이 뒤 따르게 된다. 이성이 객관적이라면 감정은 다분히 주관성이 내포되어 있고 원초적이고 솔직한 편이다.

이성을 관장하는 것이 정신이라면 감정에 이끌리는 것이 신체이다. 감정은 자연으로부터 생겨나고 인간의 몸속에 거주하면서 뜨겁고 충동적이며 직관적이고 생물학적 명령을 따른다. 이성은 운명으로부터 생겨나고 마음속에 거주하면서 감정을 억제하는 역할을 맡게 됨으로써 자신과 사회의 이익을 추구하는 모범생인 셈이다. 또한 감정은 이성과 조화를 이루어 마음의 작동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모범적으로 설계된 소프트웨어 모듈(module)인 셈이다.



감정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는 이유는 감정을 조절하는 일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감정은 신체적인 기분의 상태를 나타내는 매우 의미 있는 현상 중에 하나이다. 어떤 극한 상황에서 공포심을 느끼는 감정은 살아남는 행동에 도움을 준다. 옛날 유인원들은 외부공격에 두려움을 가지고 반사적으로 도망침으로서 살아 남는데 반드시 필요한 행동 수칙이었다.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은 높은 위험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쉽게 손상을 받을 확률이 높고, 불쾌감을 못 느끼는 사람은 어떤 물질로부터 쉽게 감염되거나 중독되어 질병에 어떤 물질로부터 쉽게 감염되거나 중독되어 질병에 걸리기 쉽게 된다. 타인에게 호감을 못 느끼게 하는 사람은 공동체에서 고립되고, 동정심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불쾌감을 불러일으킨다.인간의 여러 감정들은 생리적 제어 회로에 연결되어 있어 그 회로에 활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상기된 얼굴, 홍조, 창백한 모습, 전율, 쉰 목소리, 눈물 또는 얼굴의 여러 가지 반사작용으로 표현된다. 이런 반사작용으로 나타나는 감정의 표현은 대체적으로 거짓이 없는 진실 된 모습으로 보아도 틀림없다.
신체기관을 임의로 제어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그 반사작용을 숨길수는 없다. 감정은 본인이 갖고 산다고 해서 갖게 되는 것도 아니고 따라서 갖지 않겠다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도 없는 것이다.

감정 속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 속 인간이 겪는 많은 비극의 원천을 발견하게 된다. 19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철학자들이 외면해왔던 감정에 대한 연구를 심리하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920년에 감정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행복, 슬픔, 분노, 두려움, 불쾌감, 고마움, 부끄러움, 사랑, 자부심, 미움, 놀라움으로 분류했다. 그 후에 존경심, 만족감, 안도감, 죄책감을 추가하여 감정을 분류했다. 특이한 것은 ‘슬픔’은 너무 복잡한 감정을 뜻하기 때문에 이 항속에서 제외시킨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인간의 감정은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그들의 언어와 견해의 차이에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어떤 문화에서 느끼는 감정이 다른 문화에서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민족에는 사랑, 노여움의 단어가 없기 때문에 그 감정을 못 느낀다고 한다. 타이티 사람들은 죄의식, 슬픔, 외로움을 모른다고 한다. 스파르타의 어머니들은 아들이 전쟁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문화의 차이에 의한 여러 감정을 표현하고 행동하는 것이 매우 다양함을 보여주는 예이다.

감정은 인간의 의식상태를 하나로 묶어주는 접착제 역할을 하며 우리에게 해롭지도, 귀찮은 것도 아니며 유치한 것도 또한 아니다. 감정은 본질적인 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한 사람의 정신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때로는 감정이 격하게 몰아치면 정신적인 생각에 방해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감정이 없다면 이것은 재앙과 다름없을 것이다. 기쁨, 분노, 질투, 사랑 같은 것들은 우리 인생에 활기를 일으키는 마법의 명약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정들이 없다면 우리의 내면세계는 공백상태가 되어 행동능력을 상실하게 되어 무엇을 해야 할지 조차 스스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 빠질 것이다.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감정에 휩쓸리지 말자는 결단을 내린 경우에 그 주체는 이성이 아니라 뜻 밖에도 감정인 경우가 많다. 우리의 사고는 언제나 감정에 의해 채색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기발한 착상을 하고 불쾌한 생각도 하며, 낭만적인, 냉철하고 현명한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감정을 기초로 하여 어떤 사물이 좋은가, 나쁜가, 유용한가, 무용한가를 판단한다.


감정은 언제가 신체에 반사 운동을 일으킨다. 남을 중오 하는 감정은 얼굴에 주름살을 만들고, 남을 원망하는 감정은 얼굴을 추아하게 변모시킨다. 사람의 감정은 신체 내에서 조화 스러운 따스한 빛이 흐르게 하고, 맥박을 고르게 하여 기운차게 움직여 위장 활동을 활발히 해 소화기능을 향상 시킨다. 남을 원망하고 미워하는 감정은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맥박을 급하게 하기도 한다.

우리는 마음속의 감정을 감추는 일이 마음에 없는 감정을 꾸미는 것 이상으로 어렵다. 감정대로 좌우되는 인간만은 스스로 자립적인 인격체가 될 수가 없다. 사람은 자기의 감정을 기초로해서 무엇이 선이며 무엇이 악인가? 무엇이 보다 착하고, 무엇이 보다 나쁜가, 무엇이 최선이며, 최악인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인간의 희로애락의 문제를 오직 인간자신의 책임 속에서 이루어지며 동시에 어느 누구의 재량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 자신의 노력에 의해서만 해결되는 것이다. 때문에 인간의 감정은 인간의 고독한 영광이며, 소망스런 희망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글: 최상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덴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