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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독후감] '개념의료'를 읽고..

-우리 의료환경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

      

  내가 언론에서 보도하는 의료계 소식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구체적인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기 시작한 시기는 치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위한 면접 준비의 시기와 일치한다.

면접 준비를 위해 신문, 의료계 사이트 등에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였었는데, 특히 그 당시에 ‘의료 민영화’가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다. 나 또한 ‘의료민영화’, ‘포괄수가제’와 같은 주제를 다룬 인터넷 기사를 보면서 동요되었다. 왜냐하면 이 제도가 실시될 경우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일들에 관한 기사, 혹은 개인적인 의견들이 매우 자극적, 혹은 극적으로 묘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신문기사 1면에서 발견할 수 없는 주제이지만, ‘의료민영화’, ‘포괄수가제’는 여전히 우리 국민이 굉장히 민감해 하는 문제이다. 이와 같이 여론의 흐름이 변하듯, 나도 치의학전문대학원의 입학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지금은 치의학전문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나도 한층 성숙하여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들에 대해서 전적으로 동감하면서도, 세부적인 부분에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신중한 판단이 이루어져야 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똑같은 주제에 대하여서도 그 주제에 대해 가진 정보, 그리고 경험치, 깊은 사고의 시간 투자 여부에 따라 견해가 달라진다. 그래서 이와 같은 책을 읽을 때,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주목하게 된다. 저자가 만약 의료계에 속해보지 않은 사람일 경우를 생각해보자.

 의료계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의료인들이 자신이 이미 가진 특권을 남용하여 그 특권을 유지하거나, 혹은 확대하고 싶어하는, 속된 말로 ‘갑질’하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네이버의 의료계 기사에 달린 댓글의 경향성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으며, 나 또한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기 전까지 직장생활을 5년 정도 하면서 의사, 치과의사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객관적인 사실은 의료계 종사자가 객관적으로 다른 일에 비해서 편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하는 일의 어려움의 경중에 비해서 더 많은 돈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상황을 의료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피력하기는 매우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의료계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성립된 견해 혹은 편견에서는 이와 같은 점이 가진 자의 엄살 정도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이면서,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쓴 이 책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인 시각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현재, 즉 우리가 처한 한국 의료의 현재상황. 2부는 과거, 즉 한국의료의 발전 과정. 3부는 미래, 즉 앞으로의 과제로 구성되었다. 1부의 내용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이 많았고, 2부와 3부에서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2부의 내용을 살펴보면 박정희 대통령의 공격적인 정책으로 1977년 7월 1일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되었고, 12년만인 1989년에 전국민 의료보험 가입이 완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가입률 100%까지 이르는데 걸린 시간이 독일은 127년, 벨기에의 경우 118년, 오스트리아의 경우 79년, 일본의 경우 36년이 걸렸다.

 즉, 우리나라는 비교적 매우 짧은 기간 안에 가입률 100%에 이른 것인데, 이와 같은 급진적 상황 전개에 따르는 명암이 반드시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의료계 역사에 대한 성찰을 통해 앞으로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데에는 긴 설득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독일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10배나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반대로 12년 만에 가입률 100%에 이른 우리나라의 경우 충분한 설득의 과정이 있었을지는 미지수이다. 만약 그러한 과정이 부족했었어도 진행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특수한 시대상황이 한 몫 하였을 것이다. 급히 먹은 음식이 체하는 것처럼 독일과 우리나라의 표면적인 시간 차이는 어쩌면 도입된 정책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발현될 가능성이 농후함을 암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책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그 당시 우리나라 국민들이 의료보험, 사회보험에 대한 개념이 많이 부족하고 돈벌이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정책으로써 정치적으로 의료보험제도를 주목했었다. 이와 같은 목적이 부가되었다면 의료수가를 낮추는 정책이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당연히 반발했을 것이지만, 이와 같은 정책의 전개 덕분에 전 국민이 하루라도 빨리 의료 혜택을 받게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의료계의 역사적인 사건의 전개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 즉 기저에 깔린 의도가 무엇이었던 상관없이, 또한 의료계가 그리고 국민이 얼마나 준비가 되었는지와는 상관없이 전국민이 합의점을 도출하길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우선 시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완벽한 준비는 절대로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과거 상황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표현해주고 있고, 현재 시점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들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어렴풋하게라도 보여주고 있다.

 

  3장에서 저자는 의료서비스 시장이 6가지 커다란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6가지의 변화 중 치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전의 전공이 전자공학이었던 나는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이 늘어나고 개인 맞춤형 의학이 확산된다'는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다.

 실제로 진료의 시작이 진단이고, 그에 따른 치료계획의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의사의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집중이 됐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의 표면적인 증상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지만, 병소의 정확한 영상 또한 가능하다면 정확하고 효율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치료과정 및 치료 후에도 정보통신 기술들을 활용하여 환자의 관리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환자 진료 시스템 구축에도 전보통신 기술은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말하듯이 정부가 의료의 질저하를 규제하고 질향상을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의사 및 치과의사들이 능력을 가지고, 기본 윤리 규범을 지키는 환경에서 시스템까지 구축되어 우리나라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공의료의 질과 양이 한꺼번에 향상 되는 것이 우리 의료계의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저자의 비전에 많은 부분 공감 할 수 있었으며, 이와 같은 공감이 모여 뜻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치과의사가 되었을 때, 이런 환경에 나도 일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글 : 정중기 <부산대 치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필자 정중기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치전원에 입학했으므로 다른 업종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는 장래 '치과영역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도 충분히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그런 영역들과 치의학을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