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Le Chirurgien Dentiste (외과치과의)이지만 300여년 뒤에 번역돼 나온 한국어판은 이 책에 그냥 ‘치과의사’라고 제목을 붙였다. 당시에야 '외과치과의'가 가장 정확한 명칭일지 몰라도 지금의 한국에선 오히려 혼선만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목이 바뀌었다고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1728년 Pierre Fauchard의 당시가 더 살갑게 우리 앞에 살아난 느낌이다.

책의 한 부분을 펼쳐보자. 다음은 이 책 252페이지에 수록된 내용.
 
발치한 치아를 원래 치조에 넣어 재식에 성공한 사례
1721년 파리에서 르포르 씨의 하악 절치를 치료한 적이 있다. 발치한 치아를 1/4시간 동안 책상에 두었다가 다시 집어넣었는데, 그 치아는 우식이 있었음에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자기 치조와 속에서 단단히 박혀 있었다. 우식 부위를 납으로 메우자고 제안했으나 우식이 치통을 유발하지 않았기에 그는 끝내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그 후 몇 차례 그의 치아 상태를 확인했는데 그 치아는 시술 이전처럼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설명이 구차스러울 수도 있지만, 300여년 전 치과의사 피에르 포샤르는 근대치의학의 창시자로 여전히 세계 치과의사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그가 활동할 당시는 외과의사들을 중심으로 간단한 외과적 처치나 발치 정도를 비술인양 환자들에게 과시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포샤르는 전문서의 출판이라는 형태로 개업의의 모든 것, 즉 그의 오랜 임상 비법을 일반에 모두 공개했다. 이 책이 바로 Le Chirurgien Dentiste(외과치과의) 이고, 그는 이 안에 기초 치의학은 물론 임상에 사용하는 재료와 기구 그리고 풍부한 실증례와 임상적 고찰을 빠짐없이 수록했다.

따라서 이 책은 나오자마자 당시의 의학 관계자들로부터 ‘과학적이며 계통적이고 본격적인 의학서’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1923년 뉴욕에서 열린 탈고 200주년 기념제에서 ‘근대 치의학의 아버지’로 추대된 이래 오늘날까지 그는 ‘치과의학사상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로 추앙받고 있다. 

한국어로 맛보는 원본의 생생함과 묵직함

1728년에 Le Chirurgien Dentiste 초판을 내놓은 피에르 포샤르는 이후 18년만인 1746년에 개정증보판을 펴냈다. 이 책에는 처음으로 치조농루증이 기술돼 있어 그 때부터 치조농루증을 ‘포샤르 병’이라 부르기도 했다.

제 3판은 그가 타계하고 25년이 지난 후에 출판됐는데, 단순히 2판의 증판인 듯 내용은 다르지 않고 속지에 1786년 제 3판이라고만 적혀 있다.

대한치과의사학회가 펴낸 Le Chirurgien Dentiste의 한국어판 ‘치과의사’는 그러므로 프랑스 파리에서 초판이 나온 지 정확히 285년 만에 세상에 태어난 셈이다.

그럼에도 이 시차를 거짓말처럼 뛰어넘을 수 있었던 건 8명의 역자들이 2년여에 걸쳐 영문판과 프랑스판을 일일이 대조하며 살려낸 원본의 생생함과 묵직함이 한국어판에도 제 맛처럼 스몄기 때문일 것이다.

1권과 2권으로 나눠 ‘유치가 나올 때 생기는 질병과 그 치료법...’, ‘철로 만든 기구가 치아에 나쁘다고 믿는 사람들의 오류’ 등 본문 64장과 ‘입을 벌리는 기구 3종’, ‘여러 가지 틀니’ 등 42개 도판으로 구성돼 있다.
치과의사라면 꼭 한번은 읽어야 할 고전인데다 전문가의 손길로 잘 뽑아낸 디자인까지, 소장의 가치가 충분한 수작이라고 망설임없이 권할 수 있겠다.

강명신 김백일 김혜영 김희진 박용덕 박호원 이주연 조영수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刊, 사륙판, 668쪽, 값 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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