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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구강건강은 치과에서 완성 한다

[이승훈의 재미있는 입속여행]-⑬

 

지난 기사에 유치 발치도 치과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한 이후 많은 분들이 질문과 의견을 남겨 주셨다

개중에는 '그 동안 가정에서 유치를 뽑았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치과에서 뽑아야만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치과 방문 외에 구체적인 관리 방법이 소개 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그 다음이었다.

 

물론 가정에서 유치를 뽑는다 하더라도 대부분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의료라는 것은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가정에서 이를 뽑을 경우 갓 올라온 영구치를 실수로 뽑을 가능성도 있고, 또 선천적으로 계승치(유치를 따라 올라오는 영구치)가 없는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어차피 건강 보험의 적용으로 유치를 뽑는 것은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 혹시 모를 위험에 대처 하기 위해서라도 유치는 치과에서 뽑는 것을 권한다.

 

유치를 치과에서 뽑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이 밖에도 더 있지만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먼저 어린이의 구강 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상식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1.어린이의 칫솔질과 치약 

 

 

생후 6개월 정도 지난 아기는 치아가 나기 시작하므로 이 때부터 어린이가 직접 칫솔질이 가능한 시기 까지는 부모가 대신 이를 닦아줘야 한다. 생후 1년 미만의 아기는 칫솔로 이를 닦이 어렵기 때문에 거즈 등으로 치아를 닦아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처음 이를 닦기 시작하는 어린이는 어린이 칫솔을 이용한 폰스 법으로 칫솔질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회전법으로 바꾸도록 교육시키기 바란다.

중요한 것은 처음 잇솔질을 할 때 횡마법으로 하지 않도록 꼼꼼히 관찰해야한다는 점이다. 한번 횡마법으로 습관이 굳어지면 다른 방법으로 바꾸기가 어려워진다.

 

어린이용 치약에는 충치를 억제에 도움이 되는 불소가 함유되어 있지 않다. 어린이용 치약을 사용하는 주요 대상이 아직 치약을 입에 머금고 있다가 뱉어내는 훈련이 되지 않아서 칫솔질 후에 치약을 삼키는 어린이를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다량의 불소가 함유된 성인용 치약을 삼키면 복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불소가 함유되어 있지 않은 어린이용 치약은 충치 억제 효과가 떨어진다. 따라서 가능한 빨리 칫솔질 후 치약을 뱉도록 교육 시킨 후 어른용 치약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 밖에 어린이 칫솔질에서 주의할 점은 저녁 식사 후 간식을 먹은 다음에는 반드시 칫솔질을 한 후 잠자리에 들도록 교육하는 일이다. 당분이 많이 함유된 어린이용 간식을 먹고 바로 잠자리에 드는 것은 이를 썩게 하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간식 후에는 이를 닦은 후 자는 것이 습관으로 굳어지면 성인이 되어서도 구강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2.칫솔질 이외의 어린이 구강 관리 

 

 

'충치에 가장 좋은 예방법은?' 이라는 질문에 얼마 전까지는 '잇솔질'이 정답이었지만 현재는 '불소도포'가 정답이다.

충치균의 활성도가 높은 어린이는 6개월에 한번 정도 보통 어린이는 1년에 한번 정도 불소도포를 시행하는 것이 충치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또 학교에서 실시하는 '불소액 양치 사업' 역시 불소를 이용한 충치 예방의 일환이다.

 

불소 시럽, 불소 우유 등의 식품을 통한 불소의 섭취 역시 충치 예방에 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이 경우 해당 지역의 수돗물 불소화 사업 시행 여부, 학교나 보건소에서 다른 불소 함유 식품을 섭취하고 있는지 등을 세밀히 평가한 후 양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치과나 보건소의 전문가와 상의 후에 섭취하도록 하자.

 

영구치 중 가장 먼저 나오는 이는 6세 쯤 맹출 하는 제1대구치이다.

 

평생을 써야하는 영구치의 중요성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 제1대구치의 경우 씹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 중 하나이기에 더욱 세심하게 관리해야한다.

 

이 중요한 치아가 구강 위생이 취약한 미취학 시기에 맹출 한다는 것은 충치 발생의 위험을 매우 높인다. 특히 갓 맹출한 치아는 아직 석회화가 완성되지 않아 충치에 매우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썩은 상태로 올라왔다.'라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맹출 직후 충치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치아 홈메우기'(sealant)가 있다. 충치가 닦기 힘든 치아의 홈을 따라서 많이 생긴다는 데서 착안한 예방 치료법으로 음식물 잔사와 치태가 쌓이지 않도록 미리 홈의 깊숙한 곳을 메워버리는 방식이다.

sealant의 주성분은 글레스 아이노머인데 이 글레스아이노머의 특징 중에 치약에 함유된 불소를 내부에 충전했다가 천천히 방출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충치 예방 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2010년부터 치아홈메우기가 건강보험에 포함이 되었으니까 아직 치아홈메우기를 하지 않은 자녀를 두신 분은 가까운 치과나 보건소에서 시술 받길 권한다.

, 건강 보험 적용은 1대구치에 한정하고 만14세 이하라는 연령 제한도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3.치과 방문 시 보호자가 알아둬야 할 것들

 

 

성인에게도 공포의 대상인 치과를 어린이가 두려워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심지어 보존, 보철, 교정 등 술식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치과의 전문 분과 중에 특정 연령대의 환자만을 전문으로 하는 '소아치과'라는 이질적인 전문 분과가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치과에 대한 어린이의 공포심은 보호자 특히 부모가 심어준 선입관 때문인 경우가 많다선입관 없이 단순한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심 정도만 가지고 있는 어린이는 첫 진료가 많이 고통스럽지 않았다면 이후로도 별 다른 두려움 없이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반면 과도한 공포심 탓에 치과의사가 이름만 불러도 울음을 터뜨릴 정도로 과민한 어린이는 아프지 않은 진료도 무척 불쾌하게 느낀다. 거기에 더해 어린이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진료 시간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고통이 더 늘어나게 되고 이런 경험은 이후의 진료를 더 힘들게 만드는 악순환을 일으키게 된다. 최악의 경우 치과에 대한 공포증은 무의식 깊숙이에 까지 트라우마로 남아서 성인이 되어서도 치과에 방문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 결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기조차 한다. 따라서 치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보호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어린이에게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이를 야단칠 때 '주사를 놓겠다.' '치과를 데려가겠다.'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다.  말 안 듣는 아이에게 회초리, 곶감 보다 유용한 게 '주사 놓겠다.'는 말임은 모두가 아닌 일이다

 

하지만 당장 편하게 야단치려고 아이에게 '치과 데려 가겠다.' '선생님 모셔 와서 주사를 놓으라고 하겠다.'라는 식으로 협박하는 것은  아이의 신체 건강에도 정신 건강에도 매우 해로운 일이다.

 

협박 할 때는 '주사 맞으면 피가 철철나고 죽을 것만큼 아프고.'하는 식으로 겁을 줘 놓고는 실제 치과에 데려올 때 '하나도 안 아프다.'라고 어른다면 과연 어떤 어린이가 부모와 치과의사를 신뢰하겠나.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기억력이 좋다. 특히 사랑하는 엄마가 무심결에 던진 한 두마디는 생각보다 오래 기억한다.

 치과에 내원하는 어린이들이 진료를 체벌로 오인하고 '잘못했다.'는 죄책감을 갖는 경우가 종종있다.

 

 자기가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뭔가 불쾌한 일을 당하는 것을 '나는 맞았다. 왜냐 내가 뭔가 잘못했기 때문에.'라고 느끼도록 하는 것은 사람을 키우는 방법이 아니라 동물을 교화시킬때나 사용하는 방법이다.

 부디 주사와 치료는 힘들고 불쾌하지만 자신을 위해서 꼭 필요하니까 참아야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길 바란다.

 

 다음으로 치과와 관련해서 어린이에게 지키지 않을 약속을 하거나 속이지 말아야 한다.

 '하나도 안 아프다.' '가서 보기만 한다.'라고 속여서 데리고 온 후 의사에게 조용히 '다 치료해 주세요.'라고 속삭이는 보호자가 적지 않다.

 

 보호자 입장에서야 편할지 모르지만 한번 무너진 의사에 대한 신뢰는 잘못하면 평생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성인이 되어서도 치과 가는 것을 꺼리게 되어 제대로된 구강관리를 받지 못하게 된다면 모든 피해는 아이에게 돌아간다.

 

 바쁜 보호자의 상황 상 여러 번 치과에 내원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한번 왔을 때 많은 치료를 받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때로는 돌아가는 것이 도착하는 법이다.

처음 내원했을 때 아프지 않은 가벼운 치료만 받은 어린이는 치과를 두려워하지 않기에 이후로도 진료가 어렵지 않고 편안하게 진행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고통이 크지 않은 유치 발치를 치과에서 하기를 권유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치 발치를 치과에서 받음으로써 어린이는 치과의사와 친밀감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 이승훈

필자 이승훈은 단국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이수백치과 원장으로 근무 중이다.

대한치과의사문인회 회원으로 진료와 더불어

개성이 강한 작품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